1. 두족류가 먹물 주머니에서 내뿜는 검은 액체
Cephalopod ink. 오징어, 문어, 낙지, 주꾸미 등 두족류가 위기 상황에서 탈출 수단으로 내뿜는 검은색의 물질을 말하며 일종의 수중 연막탄을 생각하면 된다. 앵무조개와 심해에 사는 일부 두족류에게는 먹물이 없으나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두족류에게서 먹물을 볼 수 있다. 두족류의 먹물은 평소에는 장(항문) 근처에 있는 먹물 주머니(또는 먹물샘)라는 근육으로 이뤄진 기관에 보관되어 있다가 사용할 때에는 외투강을 통해 물과 함께 섞여 방출된다. 이때 먹물 속 화합물이 천적의 시각, 후각, 미각 등 감각 기관을 마비시켜 도주를 용이하게 해준다.먹물의 성분은 95% 이상 멜라닌이고 나머지는 뮤코다당류(Mucopolysaccharides), 라이소자임, 아미노산(글리신, 티로신, 타우린, 라이신, 세린, 알라닌, 프롤린, 아스파라긴산, 글루탐산 등) 등의 화합물로 구성되는데 아미노산의 구성은 두족류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예컨대 문어의 먹물과 오징어의 먹물은 큰 틀에서는 같지만 세부 아미노산의 구성 및 함량이 다르고 이에 따라 먹물의 맛도 달라진다. 또 구성 성분 때문에 먹물은 기본적으로 점성을 띄는데 오징어의 먹물이 문어보다 점성이 더 강하다. 그래서 오징어의 먹물은 수중에서 덩어리의 형태를 띄지만 문어의 먹물은 금방 흩어져버린다.
먹물은 예로부터 글씨를 쓰거나[1] 염색을 하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먹물은 주 성분이 멜라닌이라 시간이 지나면 색이 빠지고 냄새가 난다는 단점이 있어 지금은 이런 용도로 쓰이진 않는다. 먹물로 글씨를 썼을 때 색이 빠져 나타나는 불그스레한 갈색의 색감을 세피아라고 하는데 이 단어 자체가 오징어의 고대 그리스어(σηπία, sēpía)가 라틴어로 바뀐 것에서 유래했다. 과거 탐관오리들이 장부를 날조할 때 먹물을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믿을 수 없거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가리켜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라고도 한다.
제이미 올리버와 제나로 콘탈도의 오징어먹물 파스타 조리법.
먹물은 식용이 가능한데 보통은 오징어, 특히 갑오징어의 먹물을 먹는다. 이것은 여러 이유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오징어의 어획량이 다른 두족류들보다 훨씬 많고 두족류의 먹물을 채취하려면 먹물 주머니를 꺼내야 하는데 오징어의 먹물 주머니는 배를 가르고 내장을 빼낼 때 같이 꺼낼 수 있어 다른 두족류에 비해 작업이 쉽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개체당 먹물의 양이 오징어가 다른 두족류에 비해 더 많고 점성도 높아 다루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먹물은 여러 아미노산 때문에 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별미로 취급되어 즐겨먹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는 파스타나 쌀, 빵 반죽에 먹물을 넣어 만든 요리들이 많이 있으며 일본에도 먹물을 넣어 만든 검은 오징어젓갈이 존재한다.
다만, 먹물을 넣어 요리를 하면 비주얼이 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해지는게 단점아닌 단점인데 그래서 먹물요리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비쥬얼에 경악하기도 한다.[2] 또한 먹물의 풍미가 강하다보니 많이 넣으면 요리의 맛을 다 덮어버리고 먹물맛만 나게 되는 대참사가 일어난다. 제빵의 바닐라 에센스처럼 방울 단위로 넣어야 되는 식재료인데, 숟가락 단위로 넣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잦다. 유튜버 과나는 암흑카레를 만들기 위해 온갖 향신료를 볶고 4시간 가량 육수를 우려내 카레를 만들었으나 마지막에 넣은 먹물 페이스트 단 1숟갈로 인해 카레에서 갯벌 맛이 나게 됐다고 한다. #
현대에는 먹물이 맛뿐 아니라 영양도 뛰어나다는 점 때문에 '블랙 푸드'의 일종으로 먹물을 사용하는 다양한 요리들이 나오고 있다. 또 먹물에 있는 뮤코다당류나 라이소자임의 항암, 항균성에 주목해 먹물 추출물을 이용한 의료품도 현재 개발 중이다. 다만, 먹물을 직접 채취할 때 잘못해 먹물 주머니를 터트리는 경우, 한 번에 많은 양이 피부에 닿으면 열상(裂傷)을 입을 수 있으므로 주의할 것. 페루의 어부들도 훔볼트오징어를 잡는 과정에서 내뿜은 먹물이 피부에 닿으면 염증이 날 수 있으므로 재빨리 씻어낸다고 한다.
새우깡 중에는 오징어먹물 새우깡도 존재했다.
1.1. 독성
다량의 먹물을 흡입할 경우 위염이나 시력저하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3] 만약 그런일이 생기면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1.2. 여담
- 위기탈출 넘버원에서는 2007년 6월 9일부터 2008년 3월 29일까지 검은코의 함정으로, 2008년 4월부터 2012년 9월 3일까지 문제 벌칙으로 사용되었다. 주로 마지막 문제에서 나오지만 가끔 1번째 문제나 2번째 문제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었으며 틀리면 먹물이 묻고 정답이면 먹물이 묻지 않는다.[4]
- 오징어먹물에서 따온 오징어먹물맛 쿠키도 있다.
2. 먹을 갈아 만든 검은 물
벼루에 물을 부은 후 먹을 갈아내 만든 물로 서양의 잉크에 대응한다.먹물을 만들 때는 먹을 갈아서 쓰는 것이 기본이지만 최근에는 화학적으로 만든 유성 먹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직접 갈아서 쓰는 것에 비해 품질은 떨어진다.[5] 먹물을 직접 만들 때는 먹을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가는 것을 최고로 보는데, 이 자체로 중노동이기도 해서 먹을 가는 기계를 쓰기도 한다.
먹물이 옷에 묻으면 잘 안 지워지니 서예 공부할 때 주의하는 것이 좋다.
먹물처럼 검댕을 주 성분으로 한 잉크를 영어로 Indian ink라고 한다.
한국 전통 먹의 제조 과정을 보면 일단 토방을 하나 만든다. 그 후 온돌 같은 느낌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펴 연기가 토방을 돌아 벽에 그을음을 남게 한다. 그 다음 불을 끈 뒤 토방 안쪽 벽의 그을음을 그어내서 모은다. 점성이 있는 아교, 백토와 그을음을 섞고 막대 모양으로 굳힌다.
3. '지식인'을 뜻하는 중의적인 의미의 단어
배움이나 지식이 많은 선비나 지식인을 의미
때문에 가끔씩 주변에서 "너 먹물 좀 먹었다."하면, 좋은 학교를 나왔다 / 학식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비슷한 의미로는 "가방끈이 길다"는 표현도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로 와 시간이 지나면서 책상에서 공부만 하느라 이론과 규정만 빠삭하지 현장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을 까는 의미도 가지게 되었다. 고학력의 높으신 분들이 위에서 내려와서 엉뚱한 소리만 신나게 하고 나가면 실무자들은 "먹물"이라며 깐다. 동시에 지식인들의 행동하지 않는 양심, 현실참여 부족, 기회주의와 위선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말로도 쓰인다.
1999년 영화 "세기말"에서 극중 상원(차승원 분)이 술에 취해 제대로 깐다.
먹물, 이 씨발 주둥이들만 살아갖고 말이야... 나라를 망친 새끼도 먹물, 뇌물 주는 새끼들, 받아 처먹는 개새끼들도 먹물, 그걸 씹고있는 씨팔새끼도 먹물이고 주둥이만 나불댔다가 나라 깡통차니까 제일 투덜거리는 개 좆같은 새끼들도 먹물이고... 다 쓸어버려야 돼!
위에 있던 비판적 의미의 먹물들이 그대로 나열된 것으로 정치인, 관료, 기자, 대학교수 등 당대 사회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소위 '먹물' 들이 나열되어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한 비슷한 의미로는 백면서생, 책상물림 등이 있다. 지식인이 자조적으로 현장 상황을 잘 모르거나 행동하지 못하는 것을 통탄해할 때 사용하기도 하는데, 룸펜 같은 식으로 쓰이기도 한다.[1] 시키면 한다! 약간 위험한 방송에서 직접 오징어 먹물로 글씨를 쓴 적이 있는데, 이 방송에 의하면 가격도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먹물에 비해 서예용으로 쓰기에는 비싸다고 했다.[2] 색깔과 느낌이 비슷한 짜장면도 외국에서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그나마 위의 파스타처럼 완벽하게 면에 스며들기만 한 경우는 어떻게 커버가 되는데, 먹물까지 넣은 오징어 순대처럼 질질 흐른다면...[3] 하지만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매우 많이 섭취했을 경우다.[4] 다만 2009년 1월 5일에 방송된 168회에서는 담당 PD의 실수로 서경석이 정답을 맞혔음에도 검은칠을 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5] 단순히 품질뿐만 아니라 양산성과 단가의 문제도 있어서 저급한 재료를 쓰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만들어진 경우 발묵도 떨어지고 유해한 성분 때문에 붓을 망치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