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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뚝배기는 찌개 등을 끓이거나 담을 때 사용하는 오지그릇이다. 여기서 오지그릇이란 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린 뒤 오짓물[1]을 입혀 구운 그릇을 말한다. 뚝배기의 겉이 거무스름한 색인데 오짓물을 바르지 않은 부분이 붉은색인 건 이 때문이다. 뚝배기라는 구수한 이름답게 고려 시대부터 지금까지 사용되어 온 토속적인 그릇이다.2. 상세
빨리 끓고 빨리 식는 금속제 냄비와는 달리 열 전도율이 낮은 재질의 특성과 열에 버텨야 하는 그릇의 목적상 두께가 금속제 그릇보다 상당히 두껍고[2] 무거운데[3], 이러한 특징이 합쳐져서 끓는 속도가 느리지만 식는 속도도 역시 느리다.[4] 이러한 뚝배기의 특성에 맞춰 국물 있는 요리를 해 먹을 수 있고 데워진 음식을 담아둬도 그 온기가 오래간다.하지만 그런 특성으로 인해 국수류, 특히 라면과는 상극이다. 느리게 끓기 때문에 면이 잘 익지 않으면서 붇기는 또 잘 불어버린다. 또한 라면 분말스프가 뚝배기 속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먹고 난 후 설거지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라면은 일반적으로 양은냄비[5]나 스텐리스 냄비, 유리 냄비에 끓여 먹는 것이 보편적이며, 양은냄비가 아니더라도 주로 금속제 냄비를 사용한다. 라면 회사들이 광고에서 한결같이 금속제 냄비만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다만 라면 다수를 연속해서 빠르게 끓여내 다른 그릇에 담아 판매하는 경우 뚝배기도 곧잘 쓴다. 이럴 땐 대부분 모양만 뚝배기인 플라스틱 (주로 멜라민 수지) 그릇이다.
인덕션과도 상극이다. 인덕션이 전자기 유도를 이용해서 조리를 하는데, 통째로 부도체인 뚝배기는 인덕션 입장에선 아무 짝에 쓸모가 없다.
같은 오지그릇이라고 해도 지역마다 특색이 있어 중부지방의 뚝배기는 주둥이보다 배부분이 약간 가늘고 측면이 직선으로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주변의 뚝배기 음식점에서 받침대에 나오는 뚝배기는 보통 이런 식이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부터 뚝배기에 담아내는 요리 앞에 뚝배기를 붙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는 원래 뚝배기에 요리하지 않던 요리를 뚝배기에서 조리해 담아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뚝배기 라면, 뚝배기 불고기, 뚝배기 떡볶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설렁탕, 삼계탕, 추어탕, 된장찌개 등도 뚝배기에 조리해서 그대로 담아 내는 집이 많다. 이렇게 뚝배기 째로 음식을 내는 식당에서는 느리게 끓는 것을 뚝배기를 감쌀 만큼 강력한 가스불 화력으로 상쇄하고, 금속제 뚝배기 집게로 빠르게 다루어 나무 등 내열 받침에 담아서 내면서 뜨거우니까 뚝배기 만지지 말고 먹으라는 안내를 해 준다.
주의사항이 있다면 설거지를 할 때 세제를 쓰면 안된다. 흙으로 만든 그릇 특성상 미세한 구멍들이 많이 있는데, 그 틈으로 세제가 들어갔다가 나중에 물을 넣어서 끓이면 다시 배어나온다. 즉, 국물 요리에 세제가 섞인다는 말이니 설거지를 할 때 쌀뜨물을 쓰거나 밀가루로 설거지를 하는 것이 좋다. 처음 사용할 때 식용유를 조금 발라두면 오래오래 깨끗하게 쓸 수 있다고 한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세라믹 뚝배기들은 내부 구멍에 스며들지 않도록 코팅이나 가공 처리가 되어있기 때문에 사기 전에 제품에 대한 문의를 해보고 세제를 사용해도 된다.
또, 냉장고에 넣어 차가운 상태의 뚝배기를 그대로 가스레인지에 조리하면 그릇이 터져버린다. 조리하기 전에 실온에 몇 시간 놔둬야 뚝배기가 터지지 않는다.
크기가 여러 가지가 있고 음식점에 가면 달걀만 그대로 쪄 상에 올리는 알뚝배기가 있다.
솥과 함께 '한국 고유의 조리 기구'이기 때문에 뚝배기 혹은 전통 가마솥 형태의 조리 기구를 쓰는 것은 사실상 중식/한식/일식을 구분짓는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100% 한식 조리법이다. 이처럼 중국과 거의 접점이 없는 고유한 생활 도구를 그것도 오랜 기간 중국과 맞닿아 있던 한반도에서 쓰는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데, 그 예외 중 일부가 바로 솥과 뚝배기이다. 흔히 중국식 만두 찜통 혹은 일본식 찜통으로 쓰이는, 뚜껑에 기다란 손잡이가 뉘어 붙어 있는 목조 찜기는 대부분 중국식 혹은 일본식 조리법인 것과 대조된다. 한식이라고 이 목조 찜기가 아예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상기했듯 한반도에서는 뚝배기나 솥 등 석재나 철제 제품을 예전부터 즐겨 써 온 터라 여러 면에서 단점이 많은 목조 찜기는 널리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저만 하더라도 목재 식기 문화권인 중국, 베트남, 일본 등과 달리 유독 한반도에서만 금속 수저가 주로 쓰인다는 점만 봐도 한민족이 유달리 목재 식기를 덜 쓴 민족임을 알 수 있다.
중국 현지에서도 요리 온기를 오래 유지하기 목적으로 한국산 뚝배기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그에 따른 수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1화에서 마파두부가 한국산 뚝배기에 담겨 나온 것을 볼 수 있다. # 그 외에도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닷컴에서 판매중인 뚝배기(돌솥)가 구입자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일본인 관광객들이 가정집에서 사용하고자 많은 구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는 뚝배기의 보온 성능에 주목하여, 식을수록 맛이 없어지는 파스타, 볶음밥(필라프)류를 뚝배기에 담아 보온율을 높이기도 한다.
3. 여담
- 둥지쌀국수 뚝배기의 CF가 '한 뚝배기 하실래예'라는 대사로 인기를 끌면서 어느새 둥지쌀국수 뚝배기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뚝배기라고 검색하면 쌀국수 뚝배기가 연관검색어로 나올 정도.[6]
- 전라도 방언으로는 '오모가리'라고 한다.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 역시 여기서 파생된 것이다.[7]
- 중동의 예멘에도 '하라다'라는 이름의 비슷한 그릇이 있으며, 국물요리인 살타, 파흐사를 조리할때 쓰인다. 한국 뚝배기처럼 흙을 빚어 만든 도자기가 아닌 돌을 깎아 만든 석기라는 차이가 있으나, 그 생김새나 용도는 뚝배기와 거의 같다. 한국에 있는 예멘 식당들에서도 아예 하라다 대체품으로 한국식 뚝배기를 쓸 정도.
- 튀르키예와 그 주변국인 그리스, 발칸반도에서도 귀베치(Güveç)라는 그릇을 쓴다. 사진 뚝배기와 마찬가지로 산화철이 다량 함유된 붉은 점토로 만들지만 뚝배기와 달리 유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길들여서 쓰지 않으면 흙내가 난다. 보통 기름칠하고 오븐에 굽거나 내부를 꺼멓게 태워서 쓴다. 귀베치는 국물이 있는 스튜요리를 만들때 주로 쓰이며 한국의 뚝배기와 마찬가지로 요리 이름으로도 쓰인다. 가령 야채와 깍뚝썬 고기가 있는 귀베치(Sebzeli kuşbaşı etli güveç)처럼.
- 뚝배기는 식기세척기에 넣으면 금이 가거나 깨질 위험성이 있다.
[1] 오지그릇의 ‘오지'는 오자기(烏瓷器)의 준말로 검은빛을 띤 고화도로 구워진 그릇.[2] 열전도 거리가 증가한다.[3] 열용량이 크다.[4] 중2 몇몇 과학 교과서에는 이를 두고 뚝배기가 비열이 높아서라고 단순히 설명하지만 명백히 잘못된 설명이다. 물질의 비열보다는 열전도율과 열전도 거리가 훨씬 중요하다. 예를 들면 알루미늄의 비열은 철보다 약 2배 높지만 양은냄비(알루미늄)가 철제 냄비보다 물이 더 빨리 끓고 빨리 식는다.[5] 다만 오래되거나 찌그러진 양은냄비를 선호하는 습관은 피할 필요가 있다. 빈티지 감성이야 만족되겠지만 알루미늄 용출량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 알루미늄은 체내 축적은 잘 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치매를 유발한다니 주의해야 좋다.[6] 뚝배기에다가 둥지쌀국수 뚝배기를 담으면 안된다.[7] '오모리'는 잠실 석촌호수 소재 오모가리김치찌개 집에서 오모가리를 상호로 쓰다가 뚝배기란 뜻의 보통명사라 상표등록이 안되자 '오모리'로 바꾸어 출원한 것에서 유래.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