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이누이트족 사이에서 전해지는 옛 우화.2. 줄거리
옛날 옛적에 알버트라는 사냥꾼이 외딴곳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알버트는 매일 아침 오두막집을 나와 사냥감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하루는 평소와 매우 다른 광경을 목격했다. 집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던 것이다.알버트는 모든 감각을 최대한 집중하고 오두막으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놀랍게도 난로에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식탁에는 따뜻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그런데 불을 지피고 음식을 차린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우선 알버트는 식탁에 앉아 식사를 했고 다음 날도 사냥에 성공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천천히 문을 열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따뜻한 식사와 활활 타고 있는 난롯불이 보였다.
사흘째 되는 날 아침,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던 알버트는 사냥을 나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나무 뒤에 숨어 집을 지켜봤다. 잠시 후 여우 한 마리가 빠른 걸음으로 문 앞까지 왔다. 여우는 코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알버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냥 기술을 총동원해 집 안으로 몰래 들어갔다. 문 뒤에는 여우 가죽이 걸려 있었고, 한 여인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알버트의 등장에도 여인은 전혀 놀라지 않으며 이렇게 말했다. "제 이름은 이나리예요. 당신의 아내가 되기 위해서 왔어요. 살림도 하고, 당신이 하는 사냥도 도와줄게요. 눈을 감고, 귀를 쫑긋 세우고, 코를 벌름거리면서 숨을 깊이 들이쉬면 사냥감이 있는 곳을 금방 알 수 있어요."
처음에 알버트는 어리둥절했지만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나리와 부부가 된 뒤로 예전보다 만족스러운 생활이 이어졌다. 매일 아침 깨끗하게 손질된 옷을 입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따뜻한 식사와 난롯불이 준비되어 있었다. 게다가 물고기와 동물도 전보다 더 많이 잡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봄이 되자 알버트는 집에서 여우 냄새가 난다며 불평하기 시작했다. 이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 했다. 봄이 지나 여름이 와도 알버트는 내내 화를 냈고 아침마다 여우 냄새가 난다며 짜증을 냈다.
어느 날 저녁 알버트는 이나리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았다. 그러자 이나리는 문 쪽으로 가더니 여우 가죽을 꺼내 몸에 걸쳤고 다시 여우로 변했다. 여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 버렸다.
3. 여담
일본이나 한국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내려오는데, 이 경우에는 아이까지 둔 후 아이가 어느정도 성장했을 무렵 남편이 과거의 일을 얘기하자 아내가 착잡한 얼굴로 정체를 밝히며 남편의 곁을 떠나는 걸로 끝난다.일본에선 아베노 세이메이 전설과 결부되어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