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스타크래프트의 러커는 버로우 상태에선 보이지 않는 은폐 상태지만 사거리 내에 적이 감지되면 일단 공격하고 본다.[1] 덕분에 적이 단 한 기라도 최대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순간 공격을 시작하므로 상대는 러커가 숨어 있음을 바로 알고 유닛을 빼거나 탐지기를 대동해 철거하므로 일직선 스플래시 피해라는 러커의 잠재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프로게이머들이 버로우 러커가 은폐 상태라 공격을 시작하지 않으면 상대가 러커가 있음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해 러커의 공격을 강제로 멈췄다가 적 본대가 화망 깊숙이 들어왔을 때 일제 공격으로 적의 병력에 큰 피해를 입히는 방법을 찾아냈고 이 기술을 스탑 러커라고 부른다.
2. 사용 방법
러커를 적이 올 만한 길목에 미리 배치하고 정찰 등을 통해 적의 병력을 확인한다. 그리고 버로우된 러커로 발견은 했으나 전장의 안개에 가려진 상대 건물을 강제어택하면 러커는 적이 사거리 내에 있어도 공격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적을 유인하다 이제 공격하면 되겠다 싶을 때 S를 누르거나 강제어택으로 적을 공격하면 끝.시스템 상으로는 이하와 같다. 원래 버로우 중인 러커에 사정거리 밖의 대상을 강제 공격하도록 명령을 내리면 사정거리 밖이라는 경고가 뜨고 명령이 취소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전장의 안개 속에 있는 적 건물에는 이 과정이 생략된다. 명령이 취소되지 않은 러커는 다른 유닛들과 마찬가지로 그 건물이 있는 곳까지 "이동하려고 노력"하는데, 잠복 상태에선 이동 속도가 0이니, 러커는 "0의 이동속도로 적 구조물로 이동 중"인 것이다. 다른 유닛에게 강제 공격 명령을 내리면 그 명령이 끝날 때까지 대상을 향해 이동하기만 할 뿐 주변 유닛을 감지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러커 역시 강제 공격 상태기 때문에 중간에 적 유닛을 만나도 감지해서 공격하지 않는다. 따라서 적 유닛을 모두 무시하며, 타이밍이 적절할 때 정지 명령을 내리거나 공격 대상을 재지정하면 그제서야 "이동"을 멈추고 공격을 하는 것이다. 만약 구조물에 대한 시야가 밝혀지면 "사거리 벗어남" 플래그가 살아나며 스탑러커가 풀린다.
러커의 공격을 중단시키는 또 다른 방법은 공중 유닛과 함께 부대 지정해서 홀드를 눌러 두는 것이다. 주로 오버로드를 활용하는 편. 다만 이 방법은 러커가 이미 공격 중일 때는 활용할 수 없으니 주의.
진짜 급할 때는 계속 단축키 S(스톱)키를 연타해서 공격을 억제하는 것도 있다. 이건 굳이 러커가 아니더라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2]
스탑러커로 대박을 내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연기력. 분명히 러커가 돌아다닐 타이밍인데 이상하게 안 보인다던가, 저글링 몇 마리가 의미 없이 꼬리치며 한 번 잡숴봐 하는 모션을 취한다면, 이상하게 여긴 상대는 주 병력을 대기시키고 디텍터를 먼저 밀어넣어 저그가 나쁜 짓을 꾸미고 있는지 확인하려 들기에 보통은 안 먹힌다. 오히려 먼저 발각당하고 러커가 도망가기도 전에 적의 포화에 노출되어 애꿎은 몇 마리만 헌납하기 일쑤다. 때문에 페이크를 더 과감하게 치면서 '여기엔 잠복해 둔 러커가 없다'는 티를 팍팍 내줘야 상대가 미끼를 잘 문다. 예컨데, 값싼 저글링 몇 마리로 깔짝이는게 아니라 일정 수 이상의 부대를 움직여 큰 한타를 하다가 살짝 밀려 후퇴하는 척 자신의 러커가 도사리는 곳으로 상대를 유인시키는 경우, 상대가 미끼를 물면 패주하는 병력을 몰살시킬 생각으로 추격 섬멸전을 벌이려다 스탑러커 위치로 깊숙히 들어오면 큰 손해를 보게 된다. 한타 병력에 소수 러커가 포함된 상태면 더 좋다. 러커가 퀸처럼 빌드에 따라 안 쓰는 유닛도 아니고, 분명 시간상 러커가 있을 타이밍인데 한 기도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리 미끼가 커도 스탑러커를 의식한 상대가 잘 물지 않지만, 러커가 몇 기 포함된 부대로 미끼를 던지면 상대 입장에선 방금 한타에서 러커가 몰살당한 걸 확인했기 때문에 러커가 추가로 잠복하고 있으리라 생각하기 힘드므로 조금 더 잘 먹히는 편. 다만 너무 뒤로 빼면 그새 다른 수를 준비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더 안 따라오기도 하니 준비성 못지 않게 연기력도 중요한 전술인 셈.
3. 활용
주로 초,중반 테란 바이오닉 병력에게 사용한다. 개체 스펙이 허약한 대신 다수를 생산하여 운용하는 바이오닉 특성상, 러커 가시가 스치기만 해도 단체로 터져나가기 때문에 단 한 번의 공격으로도 대박을 거둘 수 있고, 테란의 디텍터 유닛인 베슬은 빌드상 바이오닉에 비해 한참 뒤에나 나오는지라 수동 스킬인 스캔으로 디텍팅을 제공받아야 하는 초반에는 아주 효과가 좋다. 특히 스탑러커에 당해서 테란의 진출 병력이 잡아먹혀버리면 그대로 저그가 승리를 가져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물론 적이 러커의 존재를 눈치채면 마린에게 선공을 허용하는 셈이라 평상시보다 더 취약해진다. 그래서 베슬이 뜬 이후부터는 별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게다가 프로게이머 정도의 고수들은 베슬이 있든 없든 웬만한 장소는 다 예측하고 달려들기에 오히려 "나 여기 있는 거 모르겠지, 낄낄"거리던 러커들이 역으로 포위당하는 줄도 모르고 점사당해 몰살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대표적인 예가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시즌 1 결승전 2세트 태풍의 눈. 이 경기에서 김정우가 뮤탈로 이영호의 바이오닉 병력을 유인하려 했으나 상당히 예측하기 힘든 장소에 러커를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귀신같이 눈치채는 바람에 깨끗이 털리고 GG를 쳐야 했다.
물론 상대 테란이 항상 고수는 아니고 늘 베슬이 따라다니는 것도 아니므로 후속부대를 끊어먹거나 해처리 테러 부대를 때려잡을 때는 좋지만, 보통 이럴 때는 저그도 시선을 메인 병력에 집중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수동으로 공격 명령을 내려야 하는 스탑러커는 쓰기 번거롭다. 그냥 버로우만 시켜놓고 딴 일 해도 충분하므로 잘 안쓰이는 편.
꼭 바이오닉한테만 사용하라는 법은 없지만 스탑러커의 피해자 90%는 마린이다. 맷집이 자체적으로 매우 허약하며, 메딕이 붙어야 제 성능을 낼 수 있는 바이오닉의 특성상 메딕과 함께 똘똘 뭉쳐다니기 마련이고 최소 두 마리[3], 혹은 세 마리가 한 방향으로 한 번에 긁어주면 그 위에 있는 마린과 메딕은 대처할 틈도 없이 우수수 쓸려나간다. 똑같이 맷집이 허약한 저그 유닛들은 저저전에서 러커가 잘 안 나오는 관계로 쓸 일이 드물다.[4] 프로토스 유닛들은 맷집이 좋고 유닛들의 크기가 커서 러커 3~4마리가 긁는다고 몰살당하는 일은 없다. 사용된 적이 있긴 한데 질럿은 잘만 빠져나가고 하이 템플러만 몇 기 잡는 선에서 그쳤다.[5] 요즘은 발업 질럿이 러커 나오기도 전에 들이닥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쓸 여건이 안되는 경우도 많고, 대박 노리겠다고 뭉쳐 박았다가 스톰에 역관광당할 위험도 있어서 그냥 옵저버 데려오라고 당당하게 긁는다. 굳이 스탑러커까지 쓸 필요도 없이 러커는 존재 자체로 토스들의 저그 혐오지수를 올리는 주범이기 때문.
테란 메카닉 병력한테도 종종 사용된다. 보통 러커는 메카닉이 뜨면 먼 거리에서 시즈 탱크의 포격을 얻어맞고 한두 마리씩 철거되는 게 일상이지만, 메카닉 체제는 스캔도 늦게 달고 테란 유저들이 바이오닉 쓸 때와는 달리 스탑러커를 거의 의식하지 않으므로 허점을 찌르는 수로 생각보다 쓸만하다. 메카닉을 상대하는 저그는 당연히 히드라를 주력으로 쓰기 때문에 테란 입장에서는 러커가 나왔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쉽지 않아서 프로게이머들도 잘 당하는 편. 메카닉은 바이오닉처럼 체력이 낮아 러커가 슬쩍 긁어줘도 단채로 터져나가는 정도는 아니라곤 해도 몸집이 크고 속도가 느려서 러커의 공격에 오래 노출되며, 순간적으로 컨트롤이 미스나거나 골리앗 특유의 멍청한 이동 AI가 꼬이면 그 큰 덩치로 자기들끼리 길을 막기 때문에 제대로 들어갔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만약 잡지는 못하더라도 골고루 긁어서 피해를 누적시키는 것도 충분히 이득으로, 메카닉 유닛은 수리가 가능하긴 하지만 테란 유저가 추가적으로 명령을 내려줘야 하는 번거로움과 자원을 캐야 하는 SCV가 수리하느라 빠져나가는 기대비용, 그리고 리페어로 인한 수리비 등을 생각하면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 아니다.
4. 기타
엄밀히 말하면 러커 공격을 멈추는 작업은 버그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S 연타만 인정한다느니 뭐니 해서 말이 많았다. 그러나 뮤탈 뭉치기, 각종 비비기 등과 더불어 공식리그에서 사용을 용인하여 정식 전략으로 편입되었다.스타크래프트 2 공허의 유산에서 복귀한 가시지옥에게 "공격 중지"라는 특수 능력을 주면서 제작진도 공식 기술로 인정하였다.
저그 유닛이 버로우를 할 시 화면이 미묘하게 일그러지며, 러커의 경우 버로우 스프라이트가 훨씬 크기 때문에 타 저그 유닛의 버로우와 비교해도 위화감이 확 티가 난다. 때문에 이를 통해 상대저그의 스탑러커를 간파할 수도 있다. 물론 게임이 정신없이 전개되는 와중에 그 미묘한 일그러짐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지만, 눈썰미가 좋은 프로들은 간파하기도 하는 듯하다. 이에 대응해 장애물이나 다른 유닛 등을 이용해 스탑럴커를 숨기는 플레이도 나올 수 있다. 또는 전장의 안개가 걷힐 때 버로우한 유닛이 살짝 왜곡되는데, 이를 포착하여 대응하기도 한다.
비슷한 전술로 얼라이마인이 있지만 이건 유닛에게 정식으로 S키로 중지 명령을 내려 억제시키는 게임내 허용된 컨트롤이 아니라, 관전모드를 지원하지 않아 유즈맵을 따로 만들어서 중계해야 했던 과거 스타크래프트의 특수성과, 동맹 관련 시스템의 헛점을 활용한 것이라 공식 경기에서는 반칙 판정이었다. 팀플이나 밀리가 아닌 1:1 모드(One on One)는 동맹이 아예 불가능하므로 사용이 안 되고 래더도 1:1 취급이라 못 쓴다. 이제는 관전 모드가 생겼기 때문에 공식 경기에서도 아예 사용조차 불가능하다.
5. 스탑러커(속어)
해당 전술에서 파생된 인터넷 속어.[1] 러커는 버로우를 안 한 상태에선 공격이 없고, 버로우를 하면 언버로우와 정지(유휴 상태), 공격 두 가지 행동만 할 수 있다. 때문에 여러 종족이 가진 방어 건물(성큰 콜로니, 포톤 캐논, 미사일 터렛 등)이나 제자리에 고정되어 공격하는 시즈 모드의 시즈 탱크처럼, 적 유닛이 사정거리 내에 보이기만 하면 무조건 공격을 시작한다.[2] 미사일 터렛도 비슷한 방법으로 옵저버가 도망가기 전에 화려한 연속 유도 미사일 쇼로 박살낼 수 있다.[3] 러커의 공격력이 20이고, 마린의 체력이 40이며 기본 방어력이 없기 때문에 두 마리의 러커가 동시에 긁어주면 된다. 다만 바이오닉이 주력 병력이라면 공업과 방업은 필수로 뒤따라오기 마련이고, 때문에 테란이 방업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세 마리 이상이 한 번에 긁어야 한다.[4] 물론 아예 안 나오지는 않았는데, 레전드급 저저전인 So1 스타리그 2005 16강 D조 홍진호와 김준영의 815 경기와 같이 저그의 모든 유닛을 총동원한 경기도 있다. 어쨌든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5] 물론 하이 템플러 자체가 저그에게 골칫거리인만큼 이것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둔 편이며, 실제로 이를 위해 토스전에서도 스탑러커를 쓰는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