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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0 03:55:48

쉰움산

쉰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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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

1. 개요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과 동해시 삼화동 사이에 있는 산으로 정상 높이는 해발 683 m이다.

2. 상세

쉰움산이란 명칭은 능선 꼭대기 암반지대에 움(구멍, 우물)이 50여 개가 있다고 붙은 것으로, 한자로는 오십정산(五十井山)이라고 쓰기도 한다.

암반지대에 올라가면 '五十井(쉰우물) 해발 670m'라고 씐 검은색 표지석이 있다. 쉰음(ㅇㅡㅁ)산이라고 쓰는 경우도 있지만 쉰움(ㅇㅜㅁ)산이 맞다. 쉰움산에서 남서쪽으로 3 km를 가면 두타산 정상이 나온다.

사실 흔히들 말하는 '쉰움산 정상'은 산봉우리 정상이 아니라, 산봉우리와 이어진 능선 꼭대기에 드러난 암반지대이다. 그래서 진짜 정상과 구분하여 '오십정'이라고 하기도 하고, 인근 마을 주민들은 원당[1]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진짜 정상은 원당에서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100 m쯤 더 걸어가야 한다. 쉰움산 높이를 '해발 683 m'라고 한 것은 기도터인 원당이 아니라 쉰움산의 진짜 정상 높이를 말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들 원당만 찾아서 진짜 정상자리에는 표지석이 없다. 정상 자리의 위경도 좌표는 북위 37.447, 동경 129.1291이지만, 구글어스에서 확인해보면 이 근처에서 찍은 사진을 아무도 올려놓지 않아서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근처까지 와서 산행을 한다면, 쉰움산이 아니라 남서쪽에 있는 두타산을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테니까.

600m대 산으로 해발고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들머리의 고도가 비교적 해수면과 가까운 터라 정상에 다다르는데 필요한 획득고도가 꽤 높다. 즉, 등산객 입장에서 비슷한 고도의 다른 산에 비해 체감상 더 높고 힘들게 느껴질수 있다.

위에도 썼듯이 원당(오십정)에는 꽤 넓은 암반지대가 있는데, 암반 곳곳이 움푹 패여서 안에 물이 고였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여기 고인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높은 산은 아니라지만 이런 모습이 눈길을 끌었는지 삼척 주민들 사이에선 쉰움산이 영산, 영험한 산으로 통한다.[2] 사실 이 움은 말이 50개지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 '쉰움산'이라는 지명에서 정말로 50이라는 뜻이 아니라 '많음'을 가리키는 상징적인 숫자인 듯하다.

강원도 일대에는 산악신앙의 일종으로 '산멕이'라는 풍습이 있다.[3] 산에게 음식을 먹인다(대접한다)는 뜻으로 붙은 이름인데, 산신령을 포함하여 산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신령들을 위하고 대접하고자 지내는 제사이다. 원래는 봄/가을마다 집안 단위로 길일을 잡아, 주부들이 중심이 되어 집안마다 전해지는 산멕이터에 가서 제사를 지냈다.[4] 쉰움산 근처에서는 산멕이터로 쉰움산 오십정(원당) 자리를 잡았다. 산멕이 풍습은 과거에는 강원도 영동 지역에선 매우 보편적이었으나, 1970년대 후반부터 급속히 쇠퇴하여 지금은 삼척시 일부 지방에서만 시행한다.

과거보다는 횟수가 줄어 지금은 주로 봄에 인근 마을 사람들이 무당과 함께 쉰움산의 원당에 올라와, 용신당(원당에 있는 움 중 가장 큰 움)에서 곡식알을 뿌리거나 고사를 지내곤 한다. 쉰움산의 산멕이 풍습은 삼척시에서도 보존하려고 주목하는 민속문화기도 하다. 쉰움산 중턱에 은사암이라는 바위 절벽이 있는데 이 자리도 오십정과 마찬가지로 쉰움산을 찾는 사람들이 기도하고 치성을 드리는 자리이다. 원당과 대비하여 은사암을 '산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당까지 올라가기엔 힘들다 하는 사람은 산당(은사암)에서 기도한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조선시대 기록에도 1년에 두 차례 오십정산에서 산제를 지낸다고 하는데 산멕이를 뜻한다. 또한 가뭄에는 원당에 올라와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쉰움산 원당의 움을 '여근'으로 보아서 음기가 너무 강하다고, 돌탑을 여럿 쌓아 남근석을 대신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정상에 올라왔던 어느 할머니가 갑자기 신이 들려 그 뒤로 무당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속신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쉰움산 기도터가 태백산만큼이나 영험하단 이야기가 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민간신앙의 살아있는 현장이다.
지금은 두타산의 명성에 가려져서 인지도가 낮지만 블랙야크와 강원도 관광재단에서 선정한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의 인증 지점 중 한 곳으로 선정되어 인증을 위한 등산객이 늘어날 것이며 그로 인해 점차 인지도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1] 멀리 있는 당(堂, 즉 기도터)이라는 뜻이다.[2] 옛 신앙에서 바위에 의도적으로 구멍을 파고 기도하는 민속이 있었는데, 학계에서는 이렇게 바위에 판 구멍을 성혈(性穴)이라고 부른다. 팔공산 갓바위 근처 암반지대에도 의도적으로 만든 성혈이 남아 있다. 어쩌면 쉰움산 원당의 암반지대에 팬 움을 '자연이 만든 성혈'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3] 학자에 따라 산멕이기, 산매기, 산메기 등으로 쓰기도 한다.[4] 산맥이 고사를 하는 위치나 방법은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에게로 전승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