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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12 14:24:59

삼년고개

1. 개요2. 오류?3. 출신 논쟁
3.1. 일본의 설화라는 근거3.2. 한국의 설화라는 근거

1. 개요

한국의 설화로, 역발상의 중요성, 미신을 극복하는 인간의 모습이 잘 드러난 재밌는 이야기다.

옛날에 나무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는데, 집에서부터 장에 가려면 고개를 넘어야 했다. 만일 이 고개에서 넘어지면 삼 년 밖에 살지 못하고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삼년고개라고 불리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조심조심 고개를 넘어가려다가 갑자기 토끼 한 마리가 튀어나와서 깜짝 놀란 나머지 그 고개에서 넘어져 버렸다. 결국 할아버지는 귀가해서 아내한테 "이제 난 3년밖에 못 살게 생겼소!" 하고 하소연을 하다가 결국 병석에 눕게 되었다.

3년이 다 되어갈 즈음 손자[1]가 할아버지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뒤 손자는 "그러면 한 번 더 넘어지시면 3년 더 사실 것이고, 또 넘어지시면 6년 더 사실 것 아닙니까?"라고 말하자[2] 할아버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삼년고개에서 열 번을 더 넘어지면서 30년을 더 살았다고 한다.

이 엔딩 외에도 삼년고개에서 열심히 구르며 그 후로 오래오래 살았다는 역시 해피 엔딩도 있다.

2. 오류?

엄밀히 따지면 '넘어지면 3년 뒤에 죽는다'와 '넘어질 때마다 3년씩 수명이 늘어난다'는 완전히 다른 명제며, 심지어 서로 모순이기까지 하다. 따라서 삼년고개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이하의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1. 넘어질 때마다 남은 수명이 3년으로 설정된다?
이 경우 설화를 살짝 바꿔야 한다. 원본처럼 몰아서 10번 넘어지는 것은 의미가 없고, 주기적으로 넘어지면서 수명을 보충해야 할 것이다.

2. 처음 넘어지면 남은 수명이 3년으로 설정되고, 두 번째부터는 남은 수명이 3년씩 늘어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이후의 효과가 다르다는 해석이다. 이 쪽이 설화의 의도와 가깝지만, 서로 다른 두 효과를 합쳤다는 점에서 다소 위화감이 있다.

물론, 미신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자는 게 본 이야기의 교훈이니만큼 이런 세세한 거에 딱히 신경쓸 필요는 없다. 애초에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고개에서 구른다고 3년 뒤에 죽는 게 이상하다. 심하게 굴러서 당장 죽을 수는 있겠지만

3. 출신 논쟁

이 설화는 한국의 설화라고 일본에까지 알려진 설화라고 알려져있지만 학자들마다 일본의 설화다, 한국의 설화다라고 의견이 갈린다. 일본에도 이와 같은 설화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다.

3.1. 일본의 설화라는 근거

첫 번째, 보통 한국의 설화들은 인간과 초자연적인 생명체, 동물이 서로 함께 살다가 골탕 먹는 것이 주 이야기인데, 이 설화는 그런 한국의 기본적인 설화랑은 거리가 있다는 점.

두 번째, 조선 총독부 시절에 편찬된 서적 이외에 다른 설화집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

세 번째, 한국에 삼년고개라고 알려진 고개가 없다는 점.[3]

3.2. 한국의 설화라는 근거

첫 번째로 한국의 설화가 무조건 도깨비, 동물이야기밖에 없다는 것은 한국의 설화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의좋은 형제, 소가 된 게으름뱅이, 조신의 꿈만 봐도 인간이 주가 되고 가상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설화는 충분히 있다.

두 번째로 일본에서 구전되는 '산넨도게'라는 설화는 없다.[4] 만일 이것이 일본의 설화였다면 일본인들이 앞장서서 일본의 설화라고 주장하고 설화 수복 운동을 벌였겠지만 그런 운동도 없다.

세 번째, 일본에서도 삼년고개라고 알려진 고개도 없고 삼년고개 설화가 적힌 민촌도 확인할 수가 없다.(일본 야후, 구글링, 일본설화대사전, 소사전 확인)

다만 교토의 키요미즈데라(청수사)에 이르는 언덕길 중 산네시자카(産寧坂)라는 길의 별칭이 바로 산넨자카(三年坂)이고 삼년고개와 같은 설화가 전한다. 그 옆에는 니넨자카(二年坂)도 있고 심지어 이치넨자카(一年坂)도 있다. 물론 상기된 서술은 학술연구에 기반하는 만큼 레퍼런스는 충분하지만, 한국에서 고개라 부른다고 일본에서도 무조건 비슷한 방식으로 부르리라는 근거는 없다.

양국은 같은 글자의 단어라도 뜻이 다를 때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 역시 많다. 일본에서도 탑클래스로 유명한 관광지라 조금만 알아봐도 금방 찾을 수 있는 곳 근처의 비슷한 이름을 지닌 장소를 없는 듯 취급한 이유가 의문.


[1] 판본에 따라서 할아버지의 손자가 아니라 옆집에 사는 친분이 있는 소년이 등장하기도 한다.[2] 물론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지금 이 할아버지를 아예 죽이려는 거냐?"라고 화를 냈지만, 이내 손자의 자초지종을 다 들은 뒤 그 말이 옳다면서 호응하였다.[3] 백령도 북포 지역에 있다는 소문이 있긴 하나, 정확한 위치는 미지수.[4] 「삼년고개」와 「산넨도계(三年とうげ)」비교연구, 심은정, 일본학보 제55집, 2003.6, 285-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