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에서 제기되는 일반적인 문제 중의 하나는 바로 가치와 사실을 구분하는 문제이다. 사회과학적 판단 과정에서 사실 판단과 가치 판단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실 판단은 관찰이나 과학적 탐구와 같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판단이다. 한편 가치 판단은 좋고 나쁨,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고귀함과 저속함 등 가치에 근거한 판단이다.
물론 가치판단에는 사실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 도덕 판단을 위해서는 우선 사실 판단이 필요하다. 사실 판단은 윤리적인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형제도 존폐를 논의할 때에는 사형의 실제적인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한 사실 판단을 논할 수 있다면 사형제도의 가치 판단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실과 가치의 문제를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학자들 별로 상이한 입장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첫 번째로 사실에 중점을 두고자 하는 입장은 가치를 사실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 입장의 철학자들은 '선하다'라는 윤리적인 가치 개념을 '쾌락을 증진시킨다'라는 사실로 설명하고자 하는가하면 '옳다'라는 도덕적 개념을 개인이나 집단이 '자기 보존을 위한 노력“ 등 자연적인 사실에 의해 정의하고자 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실로부터 가치나 당위를 추리하고자 하는 입장을 자연주의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입장에 대해서 많은 반론들이 있다. 어떤 철학자들은 규범이나 도덕에서의 가치들은 사실로부터 추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입장에선 사람들은 예를 들면 '선하다'라는 성질은 '행복하다'든지 '바라고 있다'라고 하는 경험적 사실에 의해 정의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가치를 사실에서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을 자연주의적 오류라 비판한다.
두 번째로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입장은 많은 경우 우리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주관적 요소의 개입이 전혀 없는 사실이 아니고 이미 어떤 가치로 색칠되어있는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즉, 많은 경우 사실판단은 가치의 개입을 전제한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주장에 의하면 사실 판단과 가치 판단은 논리적으로는 구분이 되지만 실제 지적인 활동에서는 서로 결합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사람들이 사실에 대한 어떠한 가치 판단을 밑바닥에 깔고 그 사실에 관해 이렇다 저렇다고 하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1] 그러므로 일상적으로는 한 대상에 대해 다른 가치판단에 근거해서 서로 다른 사실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흔히 있을 수 있다.
사회과학에서 사실-가치 구분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상당히 많은 학자들이 사실과 가치가 분명히 구분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하기 때문이다. 자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객관적인 사실 판단이 가능하지만[2] 사회에 대해서는 가치가 개입되지 않은 사실 판단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의 문제들을 바라볼 때 언제나 개인적 가치, 자기가 놓인 사회적 틀이 지닌 가치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보게 된다. 왜냐하면 사회과학의 개념의 틀(conceptual)은 가치관 및 관심의 방향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에서는 자기가 선정한 대상에 대한 자기해석이 들어가게 된다. 우리는 가치판단에 의존하여 도덕, 종교, 예술, 문명, 국가라고 주장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도덕, 종교, 예술, 문명, 국가로 받아들이게 된다.[3]
사회과학자인 막스 베버는 사회과학에 있어서 가치판단의 배제를 요구하면서도 사회현상을 몰가치적인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1] 특히 사회적 문제의 경우에 그러한 부분들이 많다.[2] 물론 이것 또한 과학철학자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논쟁이 되고 있다.[3] 일반화하여 말한다면 평가하는 과정이 없이 사상이나 행위 또는 작업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