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辨小說 | Speculative fiction
1. 개요
과학소설(SF)을 가리키는 비평 용어이지만, 20세기 후반의 평단 일각에서는 SF처럼 비(非)리얼리즘적일뿐만 아니라 초자연적(supernatural)이고 비일상적인 소재를 주로 다루는 판타지와 호러소설까지 포괄하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되었다.2. 용어의 역사
사변소설이라는 용어는 1947년에 미국의 SF 작가인 로버트 A. 하인라인이 1947년에 신문의 기고 기사에서 사이언스 픽션소설의 동의어로 처음 썼다. 당시만 해도 심심풀이용 도피소설로 간주되던 판타지와는 차별되는,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SF의 논리성을 부각시킬 목적이었다고 하는데, 1960년대 들어서는 미국의 SF 작가이자 편찬자인 주디스 메릴에 의해 뉴웨이브 SF 소설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잡았다.SF 소설과 판타지의 차이점은 과학적 관점의 유무로 판단할 수 있지만, 두 장르 모두 비리얼리즘적인 현상을 즐겨 다룬다는 점에서 소재상으로 종종 겹치는 경우가 있다. 1950년대 미국에서 SF가 상업적인 출판 장르로 자리잡았을 무렵부터 SF 작가들은 당시에는 극히 마이너한 장르였던 판타지와 호러에까지 손을 뻗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상술한 뉴웨이브 운동이 시작된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되었고, 판타지와 호러가 SF의 그늘을 벗어나 상업 출판 장르로서 확고한 지반을 다진 1970년대부터는 해당 팬덤들 사이에서도 SF와 판타지와 호러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의 사변소설에 대한 느슨한 합의가 생겨났다. 세 장르 모두 비현실적이며 비경험적인 초자연(supernatural)인 것을 즐겨 다룬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으로 각 장르의 팬덤이 사변소설이라는 단어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speculative fiction을 줄여쓰면 SF가 되므로 판타지나 호러 장르에 좀 더 경도된 입장에서는 SF의 틀 안에서 판타지와 호러를 통합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SF 팬덤 내부에서조차도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멀쩡한 이름을 놓아두고 굳이 사변소설이라는 표현을 쓰는 행위는 뉴웨이브 운동 특유의 주류문학에 대한 콤플렉스의 반영이라는 의견이 있었던 탓에 한동안은 쓰이지 않다가 장르들 사이의 혼합이 유행하던 1980년대 이후에는 SF, 판타지, 호러, 슬립스트림(slipstream) 소설들을 포괄하는 중립적인 지위를 획득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호칭이라기보다는 (그리 엄밀하지 않은) 문학 비평 용어이기 때문에, 21세기 들어서는 일부 평론을 제외하면 거의 쓰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