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사
- 야무지게 긁거나 문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얇고 질긴 종이나 천 따위를 대번에 찢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이 따위를 야무지게 갈거나 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2. 분노를 나타내는 어근
분노를 속되게 이르는 말에서 '빡'이라는 어근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본래 박에서 기원한다. 박은 전통적으로 속을 긁어 바가지처럼 무엇을 담는 통으로서 사용했는데, 이에서 의미의 확장이 일어나 머리를 낮추어 부르는 속어가 되었다. 이는 중세 한국어 시기부터 문증된다.夜·양叉창·와 鳩구ᇢ槃빤茶땅·ᄋᆡ 머·릿바·기 ᄠᅳᆯ·헤 :듣·고 諸졍天텬·이 제 :말 從쬬ᇰ·티 아·니·ᄒᆞ·야 背·ᄇᆡᆼ叛·빤·ᄒᆞ거·늘
야차와 구반다의 머리빡이 뜰에 떨어지고 제천이 제 말을 따르지 않고 배반하거늘
《월인석보(1459)》 4:5ㄴ
야차와 구반다의 머리빡이 뜰에 떨어지고 제천이 제 말을 따르지 않고 배반하거늘
《월인석보(1459)》 4:5ㄴ
현대 국어의 "박이 터지다"와 같은 관용구나 '박치기' 같은 단어에서처럼 '박'은 중세 한국어까지 소급한다. 근대 한국어 이후 빈번하게 등장한 어두 경음화를 통해 의미가 강조되어 표준어는 아닐지언정 지금의 '빡'에 이른다. 현대 한국어에서 이 어근 '빡'은 다양한 관용어를 이루면서 분노를 뜻하는 단어로 의미가 변화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빡(이) 돌다", '빡치다'와 같은 단어를 들 수 있다. "빡(이) 돌다"라는 돌다의 여러 뜻 중 정신에 이상이 생김을 속되게 이르는 표현과 결합된 것으로 "야마가 돌다"라는 표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빡치다'는 기원이 불분명하지만 예상컨대 본래 "빡을 치다"로 구성된 동사구가 아닌가 싶다. 주어의 지시 대상이 의미상으로 누구의 '빡'을 치는 것으로 예컨대, "이 놈이 아주 내 빡을 치네?"와 같은 구성에서 목적어 병합(Object incorporation)이 일어난 채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다른 '빡'계 단어들과는 다르게 주어가 분노를 느끼는 대상이 아닌 분노를 유발하는 대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에서 더 설득력 있다. 하지만 이 '빡치다'는 실제로는 생각보다 더 복잡하게 나타난다. 다음 '빡치다'가 사용된 예문들을 보자.
- 하... 쟨 존나 빡쳐.
- 하... 쟤 존나 빡쳐.
- 하... 쟤 때문에 존나 빡쳐.
- 하... 존나 빡쳐.
- 하... 나 존나 빡치는데 어떡하냐.
- 개빡치게 하지 마라.
- 쟤 존나 빡쳐서 지금 건들면 진짜 큰일 나.
예문 7.은 더 흥미로운데, 예문 2와 동일한 절을 가졌음에도 분노하는 대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이 '빡치다'가 일반적인 동사는 물론 '잘생기다'류 동사와 같이 어떤 상태 동사의 특성도 동시에 갖고 있는 것 때문인 것처럼 보이는데, 동사가 표면상 현재형이면 주어가 분노를 유발하는 대상임을(예문 8.), 표면상 과거형이면 주어가 분노하는 대상으로 나타난다.(예문 9.) 반면 현재형일 때 주어가 '나'로 나타나거나 생략되어도 주어가 분노하는 대상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러워진다.(예문 10~11.)
- 쟤 진짜 개빡친다 ㅋㅋ
- 쟤 진짜 개빡쳤다 ㅋㅋ
- 진짜 개빡친다 ㅋㅋ
- 나 진짜 개빡친다 ㅋㅋ
'빡치다'라는 표현은 근근히 쓰여오던 표현이었으나 "아오 빡쳐"와 같은 형태로 인터넷 상에 폭발적으로 확산되어 2007년 말 디시인사이드 카툰-연재 갤러리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마이너한 표현이지만 "깊은 빡침"과, 거기에서 파생된 '딥빡'(deep빡)이 존재하고 '개빡치다' 등의 표현도 존재한다.
영어권에서는 'piss off' 라는 관용어가 적당히 대응된다. 예컨대 "That pissed me off"(저게 날 빡치게 하네) 같은 표현들이다. 일본어에서는 キレる(切れる)라는 단어가 있다. 이성이 끊어져서 눈이 돌이 돌아갈 정도로 화내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편 적반하장식으로 빡친다라는 표현은 逆ギレ([ruby(逆, ruby=ぎゃく)]切れ)라고 한다.
대응하는 고사성어는 분기탱천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