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그대로 말해서 어찌 보면 눈치 없고 맹한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악의는 없다. 처음 겪을 땐 당황스럽지만 두 번 보면 신선하고 세 번 보면 귀엽다. 재계 순위 10위 ‘건하그룹’의 딸이다. 가진 게 돈밖에 없다. 모든 걸 다 가졌단 뜻이 아니라 돈 말고는 가진 게 없다는 말이다. 부모님의 사랑, 형제간의 우애, 친구와의 우정, 연인의 애정… 평범한 사람들에게 정서의 뿌리가 되는 어떤 감정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다.
그래서 정혜는 아기를 꼭 갖고 싶었다. 아이에게 자신이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한없이 주고 싶었다. 그 마음을 알면서도 협조적이지 않아 야속했던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서 자신의 아이가 있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다는 기막힌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아이를 집에 들여 함께 살기로 했다고.
용서를 구하지도 양해를 바라지도 상의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통보였다. 이번만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복수하고 싶다. 집안끼리 얽혀 있어 이혼을 할 용기는 없지만 어떻게든 남편에게 데미지를 입히고 싶다.
엉뚱하지만, 판단에는 감정보다 이성이 앞서는 편이라 남편 쪽 혼외자식인 이수겸에게 기분나쁘지만 "어른들 문제"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딱 잘라말하는 이쪽 장르에서는 예외적인 캐릭터였고 본인도 생모 얼굴을 본 적 없는 혼외자였다는 걸 밝히면서 캐릭터의 개연성이 살아났다.
“무릎 따위 천 번이고 꿇을 수 있어. 내 자존심은, 내게 가장 소중한 걸 지키는 거야.”
1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생계를 책임지는 두 아이의 엄마. 아픈 남편 병원비와 빚에 허덕이다 젊은 나이에 홀로 되고, 한창 커나가는 아이들 건사하면서 그 삶이 얼마나 신산했을 것인가. 사람들은 말한다. 타고나길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어서 웬만한 일은 씩씩하게 맞서며 화통하게 웃어넘기는 홍도를 보며 역시 강한 여자라고, 노랫말처럼 ‘홍도는 울지 않는다’고.
하지만 장사 마치고 돌아오는 밤길에 남몰래 눈물 훔치는 홍도를, 아이들이 잠든 새벽이면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숨짓는 홍도를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아이들에게는 슈퍼맨보다 멋진 영웅이었던 아빠. 그 빈자리가 얼마나 허전하고 그리울까 생각하면 홍도는 가슴이 아린다.
그래서 누구보다 강한 엄마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다. 착하기 그지없는 아들이 학교 폭력사건에 휘말린 일이 계기가 되어 복자클럽에 가입하게 되고, 특유의 호방함과 친화력으로 모임의 구심점이 된다. 부모형제 사랑을 모르고 살아온 멤버들에게 엄마 같고 언니 같은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홍도 자신도 아이들의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 여자로서 자신의 삶에 대해 인식하고 고민하게 된다.
“넌 나쁜 아이야. 못생겼고 멍청해. 그래서 버려진 거야.”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버려진 미숙의 생애 첫 기억은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고아원 원장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려 자기를 두려워하고 복종하게 만드는 것을 훈육이라 여기는 사람이었다. 천성이 순하고 소심한 미숙은 그렇게 자책과 무력감이 체화된 아이로 자랐다.
초년교사였던 남편은 우직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자식을 낳아 기르며 미숙은 하루하루가 기쁘고 감사했다. 그런데 2년 전 겨울, 미숙의 가정에 최대의 위기가 찾아오고, 미숙의 집엔 웃음이 끊기고 온기가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이면 폭력까지 행사하기 시작했다.
미숙은 그것도 부족한 자기 탓이라며 무력하게 당하기만 하다가 정혜와 홍도를 알게 된 인연으로 복자클럽에 들어가게 된다. 가입하기까지 많이 망설이고 이후에도 내내 소심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엔 복수 결심을 굳힌다. 홍도와 정혜와 마음을 나누면서 웃는 일도 많아지고, 남편과 딸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주체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훤칠한 외모에 경상도 사투리가 배인 어른스러운 말투에서 교복을 입어도 남자의 분위기가 풍기지만 해사하게 웃을 때면 아직 미소년 같다. 머리가 좋고 상황판단이 빠른 만큼 결단력도 있다.
외조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지만 말귀를 알아먹을 때부터 친부모의 부재를 알아차렸다. 나이에 맞지 않게 처세에 밝은 이런 면모는 평범치 않은 환경에 적응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길이기도 했을 것이다. 조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제 진짜 이 세상에 나 혼자구나, 나를 지킬 건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때 친부모란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났다. 나를 낳자마자 자기 부모 집에 버려두고 자취를 감췄다는 친모란 여자. 이십 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나란 존재가 있는 걸 알았다는 친부란 남자.
이제 와서 자기 인생을 휘두르려는 친부모의 존재가 피곤하고 같잖아서 무시하려 했는데 복수심에 발동이 걸렸다. 부모도 자식도 팽개치고 살다가 이제 와서 유산을 노리며 한 몫 챙기려는 친모와 회사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혼외자식인 자신을 이용하려는 속셈인 친부의 행태에 오기가 생겼다. 김수겸에서 이수겸으로 성을 바꿔 친부의 호적에 오르고, 그의 집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그들이 나를 이용하겠다면 나는 두 배로 갚아주겠다는 심산이다.
이병수(최병모) | 정혜의 남편. 수겸의 친부. 인간 말종 3인방 중 하나, 멍청이 0 본처인 정혜와의 사이에서 자식이 없어 해랑건설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는데 불리해지자 얼굴 한 번 본 적 없던 혼외자 수겸을 전략적으로 데려온다. 그런데 전략상 가장 필요해 데려온 자식에게 선산과 집으로 협박을 해 본처와 자식 양쪽 모두에게 버려질 것을 자초하는 멍청한 짓을 했다. 게다가 짧게 묘사됐지만 작중에 이재국이 복자클럽 대신 수겸을 도와줄 뜻을 내비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의외로 이 캐릭터의 성격과 미래를 암시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이건 이미 수겸을 데려오는 시점 이전에 아버지인 이재국에게 진작에 버려졌다는 걸 보여줘 이병수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계속 주변인의 신뢰의 상실을 유발시키고 있기에 돈이나 자신과의 불륜 때문에 배신할 것 같지 않았던 한수지마저 돌아설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한수지(신동미) | 수겸의 친모. 멍청이 1 이병수와의 사이에서 아들 수겸을 낳아 부모에게 버리고 갔다. 수겸이 이병수네 집에 들어간 것을 이용해 어떻게든 돈을 받아내려 한다. 자식 가슴에 대못박는 전형적인 막장부모였으나, 마지막에는 정혜 덕에 정신 차리고 찜질방에서 일하게 된다. 찜질방 손님들에게 팁을 많이 받았다며 수겸에게 용돈을 주는 모습이 묘하게 도희와 겹친다. 이제 제대로 어머니 노릇을 하게 되었다는 상징인 듯.
김정윤(정애연) | 정혜의 이복언니. 호텔 건하의 사장이다. 사업 능력도 좋고 존경 받는 기업인[1]이지만 남자한테 상속하는 한국의 기업 문화 때문에 건하그룹의 차기 후계자에서는 남동생에게 밀려있는 상태다. 이 부분에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극 중 해랑건설 회장 이재국이 손자가 있단 이유 하나만으로 능력이 좋은 둘째와 고민하는 모습에 아들이 뭐라고 그러냐는 식의 불만을 보인다.
홍상만(김형일) | 새빛고 교장. 인간 말종 3인방 중 세 번째 이 드라마 쓰레기 3인방 중 하나이자 잘못된 교육자의 표본. 과거 정혜의 학창 시절 교사였다. 그 당시에도 홍변태라고 불렸을 만큼 손버릇이 좋지 못하며, 기간제 교사로 들어온 희경에게 성추행을 저지른다.[3] 결국 마지막에 버스 정류장에서 술에 취한 채로 박스에 속박 당하여 본인 학교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사진을 찍히는 박스에 쓰인 동네 남아도는 아저씨 글자는 덤[4] 굴욕을 당한다.
주길연(정영주) | 황정욱의 엄마. 멍청이 2 발음을 노린 건지 이름 그대로 죽일 년이다. 전형적인 안하무인 갑질 학부모지만 정혜의 건물에 세를 든 세입자로 정혜에게만은 꼼짝 못한다.
황정욱(신동우) | 새빛고 학생. 주길연의 아들. 도희가 생선장사를 한다는 이유로 항상 희수를 괴롭히는 문제 학생. 마마보이 기질이 있다.
[1] 극 중 잡지에 대학생이 뽑은 존경하는 기업인 1위로 적혀있었다.[스포일러2] 수모 끝에 본인 스스로 학교를 박차고 나온 후 임용고시에 합격한다.[3] 여담으로 촬영 당시 희경 역을 맡은 윤진솔에게 굉장히 미안해 했다고 한다.[4] 본인이 복자클럽 멤버들을 '동네 남아도는 아줌마들'이라고 비하했었다. 복자클럽이 그대로 되갚아준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