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밝은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8-14 10:20:32

봉사자

봉사자
설재인 단편소설
파일:봉사자 수정.jpg
장르 미스터리, 드라마
작가 설재인
출판사 우주라이크소설
연재처 리디
발매일 2024. 08. 14.

1. 개요2. 작품 소개

[clearfix]

1. 개요

2024년 8월 작가 설재인이 리디에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중학생 승연은 암울한 현실의 도피처인 도서관에서 만난 사서 쌤을 자신과 영혼이 닮은 사람으로서 매우 따른다.
승연은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도서관 이용자들의 고고한 위선과 알량한 자존심에 치를 떠는 한편 문학을 향한 자신의 애정을 내비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2. 작품 소개

서점을 나왔을 땐 열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시내에서 동네로 돌아오는 버스 노선은 하나뿐이었고 배차간격은 아주 길었다. 냄새나는 버스 안은 몹시 시끄러웠다. 내 또래로 보이는 애들도, 술 냄새 풍기는 백발의 노인들도 모두. 사람들이 무섭다고 쌤에게 말하자 쌤은 내게 속삭였다. 전염성이 높은 천박함을 막아내며 생존하는 일은 몹시 어렵다고.

“그게 너랑 나랑 닮은 점이야.”

‘전염성’과 ‘천박함’ 그리고 ‘생존’. 나는 그 세 단어를 듣자마자 가슴이 찌르르, 울리는 걸 느꼈다. 적합한 단어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정말로 중요하구나. 나는 쌤 덕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소설과 시를 좋아했던 이유도, 재수 없다고 같은 반 애들한테 욕을 먹으면서도 책을 들고 다녔던 이유도 이거였구나. 내가 선택하지 않은 탄생을 겪고 바라지 않았던 삶을 참아야 하기에 슬픈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힘든 거였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 주변이 문제였던 거였다.

우리처럼 무고하게 슬픈 사람들은 아주 드물어, 라고 쌤이 이어 말했다. 아마 뭣 모르는 사람들은 쌤이 갑자기 왜 이런 말을 꺼내는지 의아하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우리가 시를 읽던 순간과 지금 버스에서 털털 위아래로 진동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니까.
<봉사자> 본문 중에서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