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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1-10-04 01:27:37

벡스(리그 오브 레전드)/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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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문 배경2. 비통 속 의미

1. 장문 배경

어둠으로 젖은 그림자 군도의 중심부에 요들이 탁한 비통에 젖은 안개 속을 홀로 걸어가고 있다. 끝없는 불안감과 짙은 그림자를 동료 삼아 벡스는 자신을 바깥세상의 활기와 행복, 그리고 그 세상을 차지하고 있는 지겨운 '일반인'들로부터 차단하고 있다.

밴들 시티에서 자란 벡스는 한 번도 소속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요들 세계의 재치와 생기가 지겨웠다. 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벡스는 '요들의 정신'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도 찾지 못했다. 벡스는 도리어 못마땅해하며 방 안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공교롭게도 벡스는 방 안에 있는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의 단짝을 만났다. 그림자는 벡스가 가장 좋아하는 색인 검은색에다 말을 걸지도 않으니 부루퉁한 어린 벡스에게 완벽한 동료였다. 벡스는 자신만을 위한 우울한 무언극을 펼치며 그림자와 함께 재미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쉽게도 그림자는 그림자일 뿐, 벡스를 둘러싸고 있는 역겨운 생기로부터 벡스를 지켜주진 못했다. 분명 벡스에게 다가올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더 어둡고, 슬픈 '그녀와 닮은' 무언가가.

그것은 해로윙이라는 검은 안개구름의 모습으로 나타나 밴들 시티를 뒤덮고 주민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요들 대부분이 안개에 맞서 용맹하게 싸웠지만 벡스는 그 잔혹한 공기에 이끌려 안개의 근원지를 찾아 나섰다.

그림자 군도에 도착했을 때 벡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생명이나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광활한 땅과 바다가 자신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서 마침내 벡스는 다른 이들의 웃음이나 유쾌한 대화에 방해받지 않고 염세에 젖어 들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나고 벡스는 검은 안개가 자신에게 기이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벡스의 그림자는 주인인 벡스보다 더 활기차고 표현이 풍부한 새로운 자아를 갖게 되었고 온화하던 벡스의 요들 마법은 사악한 무언가로 변형되었다. 벡스는 자신의 비통을 더욱 퍼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놀랍도록 끔찍한 곳을 누가 만든 걸까?" 벡스는 의문이 들었다.

몰락한 왕 비에고가 룬테라 곳곳에 자신의 안개를 퍼뜨리려 그림자 군도에 나타났을 때 벡스는 질문의 답을 알게 되었다. 벡스와 조우하자마자 비에고는 절망을 퍼뜨려 해로윙으로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벡스의 특별한 능력을 알아보았다. 벡스 또한 검은 안개로 뒤덮인 세상을 바라는 비에고의 야망에 감명받았다. 둘은 바로 동지가 되어 전 세계를 해로윙에 갇힌 황무지로 만들고자 했다.

비에고가 자신의 야망을 온전히 실현하기 전에 벡스는 죽은 아내 이졸데의 영혼을 되찾아 다시 부부의 연을 맺으려는 비에고의 저의를 알아챘다. 벡스는 역겨움에 몸서리치며 세상의 행복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 믿었던 남자가 실상으로는 자신의 행복을 찾고 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다. 벡스는 비에고를 떠나 그와 카마보르의 돌무더기 폐허 위에 이졸데와 재회하려는 그의 꿈이 빛의 감시자들에게 짓밟히길 바랐다. 또다시 혼자가 된 벡스는 실망감에 젖어 세상이 그녀가 혐오했던 밝고 생기 넘치는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지켜봤다. 영원한 우울감을 찾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벡스는 마지막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자신이 갈망했던 비통을 이뤄낼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벡스는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 보이고 실망감을 즐기고자 밴들 시티에 있는 부모를 찾아갔다.

어린 요들 벡스는 나무 그루터기처럼 말없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부모의 모습을 지켜봤다. 충격에 빠진 그들은 이 사실을 부정했다가, 마지못해 현실을 받아들였다.

"얘야, 우리는 이해가 안 간단다..." 벡스의 온몸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며 어머니가 말했다.

"그래도 우린 무조건 널 사랑한단다. 네가 행복하다면, 우리도 행복하다." 벡스의 아버지가 말했다.

벡스는 눈을 굴리며 분노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들, 최악이야."

벡스는 방해받지 않고 염세에 젖어 들 수 있던 그림자 군도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며 거실을 걸어 나왔다.

2. 비통 속 의미

파일:Vex_The_Meaning_in_Misery.jpg
그림자 군도의 한낮. 벡스는 그제야 잠에서 깨어났다. 섬 전체를 뒤덮었던 검은 안개가 유독 짙어 벡스에게 완벽히 알맞은 절망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벡스를 둘러싸고 있는 소름 끼치는 망령들은 피까지 얼어붙게 만들 것 같은 비명과 쉿소리를 일제히 내지르며 유독 음침한 하루에 벡스와 함께 놀길 바랐다.

"또 놀고 싶어?" 벡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알았어. 그런데 이번에는 누군가 무덤 파는 역할을 해야 해."

벡스는 자신의 등 뒤로 그림자가 자처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림자야, 네가 무덤을 파려면 나도 무덤을 파야 해."

그림자는 애처로운 눈으로 벡스를 쳐다보았다.

"몰라. 우스운 짓이지만 나랑 그림자가 무덤 파는 역할을 할게. 나머지는 다 죽고."

그림자는 자신의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백을 세기 시작했고 망령들은 섬 군데군데 흩어진 바위와 잔해에서 숨을 곳을 찾았다.

눈을 가리지 않은 벡스는 멀리서 기이한 무언가가 안개를 뚫고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마치... 두 개의 뾰족한 '귀' 같았다.

"꼬맹아!" 귀밑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있냐, 꼬마 요들?"

"아, 안 돼." 벡스는 좌절했다. "제발 아니라고 해줘..."

뾰족한 귀는 계속해서 벡스를 향해 걸어 나왔고 마침내 귀밑으로 형상이 드러났다. 어른 요들이 신이 나 팔을 벌린 채 벡스 앞에 섰다.

"여기 있었군, 꼬마 요들!" 그가 말했다.

벡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친숙한 얼굴을 경멸하는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밀티 삼촌, 여기서 뭐 해?"

"뭔 소리냐? 어른 요들이 우리 꼬맹이를 방문하지 못할 이유라도 있냐?" 밀티 삼촌의 활기는 수그러들 줄 몰랐다.

"그렇게 부르지 마."

벡스는 망령 친구들이 새로운 방문객을 궁금해하며 숨어 있던 곳에서 나오는 걸 눈치챘다.

"나 바빠. 용건이나 말하고 빨리 가줄래?" 벡스가 삼촌에게 말했다.

웃음을 멈추지 않던 밀티 삼촌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그래, 거짓말은 안 하마. 꼬맹아, 네 부모님 말이다."

벡스는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눈알을 굴렸다. "으윽. 부모님이 뭐?"

부모님이 어쨌든 왜 밀티 삼촌이 신경을 쓰는 걸까? 진짜 삼촌도 아닌데.

"너한텐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네 부모님이 널 무지막지하게 걱정하고 있어! 넌 무슨 칙칙하고 불쾌한 곳에... 살고 있잖냐. 망령들이랑 어울리기나 하고. 집으로 돌아와."

"싫어. 절대 안 가."

"꼬맹아, 제발."

"싫어."

"들르기라도 해. 안부나 전해 주라고."

"싫다고."

"아주 잠깐이라도. 그냥 휙 갔다 나오는 거야."

"싫어. 이제 그만 가줘." 벡스가 말했다.

벡스의 반항에 밀티 삼촌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빛나는 웃음을 되찾았고 그의 눈은 반짝였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군..." 그는 손끝을 꼼지락거리며 자신의 몸 주위로 손을 부채꼴 모양으로 만들었다. 커다란 무지개 차원문이 열렸다. "꾸물거리지 말자. 네 부모님이 막 차를 마실 때이니 서두르면 함께 차를 마실 수 있을 거다!"

벡스는 밀티 삼촌이 자신을 마법의 문으로 밀어 넣자 움찔하며 놀랐다. 벡스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 자신의 손을 들고 짙고 어두운 그림자를 소환하여 밝게 빛나는 차원문을 소멸시켰다. "내가 저딴 걸 탈 거라고 생각한다면 삼촌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멍청한 거야."

밀티 삼촌은 어안이 벙벙해져 텁수룩한 눈썹 한쪽을 치켜올렸다. "하지만 꼬맹아, 이곳을 봐. 여긴 '죽은' 존재들이 속한 곳이야."

"흥. 그래서 여기 있는 건데. 사람들은 별로야. 요들은 완전 별로고. 생기라는 건 역겨워. 그런데 이곳엔 그런 게 아무것도 없잖아."

밀티 삼촌은 조카의 말에 놀라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갑자기 무언가 깨닫고는 다시 눈을 빛냈다. "아, 뭐 때문인지 알았다. 넌 밴들숲을 너무 오랫동안 안 간 거야! 그래서 요들 정신을 잃은 거지. 고향에 돌아가서 하루 이틀만 지나면 넌 장미 열매처럼 좋아질 거다."

밀티 삼촌은 다시 손가락을 꾸물거리며 무지개 차원문을 만들었다.

벡스는 자신이 불행한 운명 갇혀 있음을 깨닫자 영혼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벡스는 요들이고 '언제나' 요들일 것이며 요들의 끊임없는 열정에 영원히 고통받을 것이었다.

어쩌면...

벡스가 무언가를 생각해냈다. 이 고문을 끝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벡스는 재빨리 미소를 지우고 힘껏 자신의 진정한 불만감을 드러내며 땅을 쳐다보았다. "무슨 소용인데, 삼촌?"

"벡스야, 무슨 소용이냐니?"

"전부 다. 밴들 시티며 요들이며... '생기'며." 땅을 보던 벡스는 고개를 들며 삼촌의 미소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생기가 무슨 소용? 음... 그건..."

할 말을 잃은 삼촌을 보며 벡스는 질문에 대한 답을 열렬히 늘어놓았다. "그니까, 우린 그저 마법 덩어리일 뿐이잖아. 우리가 누구고, 뭘 하고 '가족'이 어떻고. 우리가 정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우린 무엇도 통제할 수 없이 마른 나뭇잎처럼 휩쓸려 사는 거야."

밀티 삼촌의 얼굴에 묘한 결심의 표정이 떠올랐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우린 모두 그런 능력이 있잖냐!"

"그럴 수도. 하지만 그 행복은 영원하지 않잖아?"

활기차던 밀티 삼촌의 기다란 귀가 축 처지자 벡스는 자신의 발언이 삼촌의 숨을 옥죄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벡스는 말을 이어나갔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게 그래. 행복, 새, 나무, 벌레... '무지개'. 모두 사라지는 거라고. 그게 각자의 목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잠깐 머물다 결국 '죽지'. 여기 이 친구들에게 물어보라고."

벡스는 각자 숨어 있던 곳에서 섬뜩하고 메마른 얼굴을 내밀고 지켜보던 망령 친구들에게 손짓했다. 벡스의 시선이 다시 삼촌을 향했고 삼촌의 입술에 주름이 지기 시작했다.

"난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 없다."

벡스는 끝없는 절망의 웅덩이에 이르러 삼촌의 가슴 속에 비탄이라는 말뚝을 더 깊이 박고 싶었다. "비극이라는 거 알아. 하지만 삶의 결말은... '죽음'이야."

"죽음?" 밀티 삼촌이 훌쩍이며 말했다.

"그래. 그리고 최악인 건 뭔지 알아? 요들에겐 '죽음'이란 것도 없다는 거야. 우린 계속 살아가잖아. 멍청하고 부질없는 마법의 존재로 살아갈 운명인 거지."

밀티 삼촌의 입술이 파들거렸다.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던 눈물이 그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뒤에 있던 무지개 차원문은 주변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정말... 끔찍하구나..." 밀티 삼촌이 울부짖었다.

"그렇지?"

갑자기 밀티 삼촌은 주체할 수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주변을 맴돌던 무시무시한 망령들조차 놀랄 만큼 천둥 같은 울음소리였다.

삼촌이 울며 떠나자 벡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거슬리던 활기라는 짐은 자신의 작고 구부정한 어깨를 더 이상 짓누르지 않았다. "좋아. 이제 다 나와도 돼." 벡스가 말했다.

망령들이 하나하나 바위와 잔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한 번만 더 하는 거야. 그래, 내가 무덤 파는 역할 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