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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2-24 21:24:08

반려, 너

반려, 너
정해연 단편소설
파일:정해연_반려,너.webp
장르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저자 정해연
출판사 우주라이크소설
출간 정보 2022.10.14 전자책 출간
분량 약 2.1만 자
독점 감상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651000002
1. 개요

1. 개요

작가 정해연이 2022년 10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

확증 편향과 왜곡된 심리 묘사가 두드러지는 사이코 심리 스릴러다.

그래, 맞아. 나는 강아지를 좋아해.
어릴 때부터 키우고 싶었지만 엄마는 단호했어.
아파트에 살고, 산책시켜 줄 시간도 없는 우리 가족은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없다고 했지.
어릴 때는 서운했어. 어떻게 하나밖에 없는 딸이 갖고 싶다는데, 그것 하나 못 사줘?
새벽에 나가 밤에 들어올 정도로 일하는 건 다 나 때문이라며?
그렇게 원망하기도 했어.


그래, 철이 없었지.
고등학교 다닐 때쯤에는 엄마의 단호한 거절이 옳다는 걸 알게 됐어.
생명은 '그것 하나 못 사줘?'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고,
서로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 정도로 바쁜 우리 가족은 강아지를 제대로 산책 한번 시키지 않은 채
25평 아파트에 가두고 인형처럼 키웠을 거야.


그래도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지.
강아지를 키우는 집에 놀러 갈 때마다 품에 안고 놓지를 못할 정도였어.
강아지가 나를 피하면 서운하고, 내가 좋다고 비벼 대면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래서였는지도 몰라. 리드 줄을 풀어 버리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그 강아지를 향해 두 팔을 벌린 건.
오지랖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꺄악!"


오지랖 맞았나 봐. 결국 물려 버렸거든.


"괜찮으세요?"


부리나케 달려온 남자가 바닥에 주저앉은 나를 향해 허리를 숙이고 물었어.
강아지 주인인가 봐.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걱정 가득한 얼굴이야.
흑발이 눈에 띄어. 피부가 하얘서 답답해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지.
앞으로 쏟아진 머리 사이사이로 잘 다듬어진 눈썹이 깔끔해 보였어.
쌍꺼풀 없는 눈 안에 걱정이 가득했지.
키가 컸고, 어깨가 넓었어.
근육질은 아니지만 몸에 균형이 잘 잡힌 사람이었어.


강아지는 이미 그 손에 잡혀 있었어.
한쪽 팔로 들어 올려 옆구리에 끼고 있었지.
강아지는 학학거리면서도 나를 향해 꼬리를 흔들어.
애초에 나를 공격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단순히 흥분했던 모양이야.
남자의 옆구리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모습이 왠지 처량해 보여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릴 뻔해.
<반려, 너>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