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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전략

파일:external/www.imaeil.com/20170412_205915000.jpg
2017년 4월 13일 매일신문 만평#

1. 설명2. 단점 및 부작용3. 기타

1. 설명

미치광이 전략 / 광인 이론(狂人理論)
Madman Theory / Method to the Madness

국제정치학 용어. 리처드 닉슨의 대외정책을 설명하는 중심 개념이다. 이 전략은 헨리 키신저가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1969년부터 1974년까지의 닉슨과 키신저는 다른 나라의 정상들에게 닉슨이나 키신저가 미친놈 또는 또라이이고 그 행동이 충동적이며 비이성적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작은 일에도 발끈해서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1] 인물로 믿게 한 것이다. 그리하여 소련이나 제3세계미국을 자극하지 않게 하려고 했다.

닉슨 자신이 이 전략에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이라는 이름을 직접 붙였다. 그는 이렇게 함으로써 소련이 북베트남을 움직여 협상장으로 나가게 하여 베트남 전쟁 종전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이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1969년 10월부터 닉슨 행정부는 이 전략에 따라 미군에 총경계령을 내리고 전략 핵폭격기들을 소련 국경 부근까지 정기적으로 비행시킴으로써 소련을 위협했다. 결국 소련은 북베트남을 움직여서 미국과의 협상장에 나오도록 했다. 그래서 베트남 전쟁은 일단 끝난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몇 년 후에 닉슨이 물러나고 미국의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자 북베트남은 바로 휴전협상을 파기하고 총공세를 펼쳐 베트남 공화국을 전복시켰다.

이런 전략은 사실 흔한데 6.25 전쟁 당시 이승만반공포로 석방 사건, 1990년대부터 보이는 북한의 행태[2]를 바로 "미치광이 전략"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북한 지도부가 미치광이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치밀한 전략으로 움직이면서 여러 협상에서 전혀 자신들의 핵개발을 손상시키지 않고 얻어낼 것은 다 얻어낸 것이다. 아들 부시 1기 정권에서 국무장관을 역임했던 콜린 파월은 북한의 이런 미치광이 전략에 "그들은 협상에서 하나도 잃지 않고 얻을 건 다 얻었다"고 말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은 물론이고 취임 후에도 공식 석상이나 SNS 등에서 각종 과격한 언행을 일삼은 것도 미치광이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있다.[3]

2. 단점 및 부작용

문제는 이 전략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약발이 안 받아서 점점 더 자극적인 도발을 요구하게 되고 그러다가 최악의 경우에는 정말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까딱 잘못하면 전쟁을 막을 생각으로 구사했더니 되려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위험한 전략이다.

이 전략을 최초로 구사한 닉슨과 키신저는 (평화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허세였다고는 하지만) 불필요한 소강 상태를 유발하여 냉전을 장기화시킨 탓에 후대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며 북한도 국제적 평판이 바닥으로 추락하였다.

외국으로부터 비이성적이라고 평가받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으므로 동맹이나 협력관계를 이끌어내기 어려우며 더 나아가서 자기에게 맞서기 위한 동맹이 결성되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즉, 당장 눈앞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되기 쉽다. 다만 실질적으로 냉전 이후부터는 사실상 동맹블럭간의 변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전략적인 잠재력의 한계가 큰 제3지대 국가들에는 지속가능한 외교방침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순적이게도 미치광이 전략은 상대가 정상인이라는 가정 하에 자신이 광인처럼 행동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외교 상대가 상식적이지 않을 경우, 즉 똑같이 미친 놈일 경우 전혀 먹히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진짜 전쟁까지 가고 마는 역풍이 불기도 한다. 역사적인 사례를 보면 전쟁을 피한답시고 도발을 하며 상대방을 약올리다가 도리어 상대방의 뚜껑이 열려서 선전포고를 받고 전쟁이 시작된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다. 미치광이 전략을 멈추고 적절한 타협이 가능해질 시점인데 여론이 진짜로 광기에 전염되어서 정부조차 여기에 떠밀려 전쟁으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즉, 국민들의 여론이 광기에 차서 정부가 미치광이 전략을 멈추거나 타협을 시도했다간 오히려 국민들에게 정부가 전복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결국 전쟁을 선택하는 것인데 이게 바로 치킨 게임이다. 더 끔찍한 시나리오로, 여기에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의 성격까지 섞여 버리기도 한다. 먼저 미치광이 전략을 포기하거나 선제 공격을 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본다고 여겨서 서로 선제공격을 시도해서 전쟁으로 이어져 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또다른 단점이자 부작용이 있는데 한번 뽀록나면 한동안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미치광이 전략의 핵심은 상대방이 나를 무슨 짓을 할줄 모르는 미치광이로 보이게 하는것인데 만일 상대가 정말 미친광이라 정말 전쟁을 불사한다니 한발 빼버리면 미치광이는 위장이 사실은 전쟁을 두려워하는 이성적인 현실국가라는게 들켜버린다. 당연히 이성적인 현실국가라는게 들통난 이상 다시 미친짓을 해도 이게 블러핑이라는걸 눈치채버린다. 이런 상태에서 상대에게 자신을 다시 미치광이로 보게할려면 오랜 시간과 큰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모로 이름은 미치광이 전략이지만 실제론 철저히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며 계산과 계획하에 실행되어야하는 이성의 화신 전략에 가깝다. 그야 이런게 없으면 미치광이 전략이 아니라 진짜 미치광이니까(...)

3. 기타

외교협상기술 중 하나인 벼랑 끝 전술과 비교할 만한 부분이 있다. 양자는 상대방이 자신의 의도와 의지를 과대평가하도록 유도하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한 목적을 띄고 있다. 다만 미치광이 전략은 협상주체를 비합리적인 캐릭터로 과장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지만 벼랑 끝 전술은 단계적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위기(손실)의 증대를 통해 합리적 캐릭터들끼리의 극단으로 치닫는 행동변화까지 포괄하여 사용할 수 있다.


[1] 비유하자면 멀쩡한 사람이 살해 위협을 가하는 것과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사람이 위협하는 것이 서로 다른 강도의 위협이듯[2] 예시 2024년 1월 들어 김정은이 대놓고 전쟁 운운하며 대남협박 강도를 극대화한 것이 알고 보면 군 기강을 바로잡은 후 무기개발 속도를 높이면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몸값을 높이기 위한 미치광이 전략의 일종이라고 북한 내 군, 당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3] 단 트럼프는 공적인 입장이 아니라 단순히 사소하게 자신을 까거나 반대 입장을 표하는 유명인사들이나 시민단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다소 과도할 정도의) 과격한 언행을 보인다는 부분에서 닉슨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닉슨 재임 당시에는 인터넷이나 SNS 따위가 발달하지 않았으므로 사소한 곳까지 반응할 필요가 없었다는 차이가 있음은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