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밝은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3-09-25 08:30:27

머슴 대길이

1. 개요2. 전문3. 해석4. 평가

1. 개요

머슴 대길이고은의 1968년작 시이다. 만인보에 수록되었으며, 머슴 대길이를 소재로 민중의 삶을 드러내고 있다.

2. 전문

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
상머슴으로
누룩도야지 한 마리 번쩍 들어
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
그야말로 도야지 멱 따는 소리까지도 후딱 넘겼지요
밥때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
이른 아침 동네길 이슬도 털고 잘도 치워 훤히 가리마 났지요
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빛나는 먹눈이었지요

머슴방 등잔불 아래
나는 대길이 아저씨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
그리하여 장화홍련전을 주룩주룩 비오듯 읽었지요
어린아이 세상에 눈떴지요
일제 36년 지나간 뒤 가갸거겨 아는 놈은 나밖에 없었지요

대길이 아저씨더러는
주인도 동네 어른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요
살구꽃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
홑적삼 큰아기 따위에는 눈요기도 안하고
지게작대기 뉘어 놓고 먼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
나도 따라 바라보았지요
우루루르 달려가는 바다 울음소리 들었지요
찬 겨울 눈더미 가운데서도
덜렁 겨드랑이에 바람 잘도 드나들었지요
그가 말했지요
사람이 너무 호강하면 저밖에 모른단다
남하고 사는 세상인데

대길이 아저씨
그는 나에게 불빛이었지요
자다 깨어도 그대로 켜져서 밤 새우는 불빛이었지요

3. 해석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민중시이다. 역사적인 인물이라 하면 꼭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큼 유명한 사람이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대길이'로 대표되는 이름 없는 민중이 시로 쓸 만큼 가치를 부여할 만한 삶을 살았다면 그것도 역사적인 인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옛날이야기를 하듯이 대길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1연, 2연에서는 부지런하고 성실히 일하면서도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던 당시 민중으로서는 특이하게 글을 읽고 쓸 수 있어 화자에게 가르쳐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3연, 4연에서는 세속적 욕구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4. 평가

전형적인 민중시라고 할 수 있다. 만인보에서 그나마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