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밝은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9-21 22:09:33

마음의 행로

1. 개요2. 줄거리3. 원작과의 차이점4. 방영 제목

[clearfix]

1. 개요



1942년 영화로 원제는 Random Harvest.

머빈 러로이 연출, 클로딘 웨스트 등 대본, MGM 제작.

로널드 콜먼, 그리어 가슨 주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수전 피터즈), 감독상, 작품상 등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가슨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나 이 작품이 아니라 동시에 후보에 오른 <미니버 부인>(1942)으로 수상했다.

옛날 영화라 그런지 유튜브에 영화가 통째로 올라와 있어 감상이 가능하다.

2. 줄거리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1918년 11월,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한 영국 장교는 참호에서 독가스를 들이마시고 모든 기억을 잃어 존 스미스(John Smith, 로널드 콜먼 분)란 이름으로 정신병원에 수감됐다 탈출한다.

존은 유랑극단의 가수 폴러 리지웨이(Paula Ridgeway, 그리어 가슨 분)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해 한적한 마을의 작은 집에서 살던 중 리버풀 신문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 택시에 치이면서 자신이 부유한 기업가의 아들 찰스 러니어(Charles Rainier)임을 기억해내는데, 그와 동시에 폴러에 대해선 완전히 잊어버린다.

찰스는 대학으로 돌아가려다 수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상황이라 기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경영을 맡는다. 찰스를 칭송하는 언론을 통해 존의 행방을 알게 된 폴러는 마거릿 핸슨(Margaret Hanson)이란 이름으로 그의 비서가 되지만 찰스는 폴러를 알아보지 못하고 피가 안 섞인 조카 키티(Kitty, 수전 피터즈 분)와 약혼한다.

그러나 키티는 찰스의 마음 속에 자신보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깨닫고 약혼을 취소한다. 주변의 권유로 국회의원이 된 찰스는 아내 자리의 필요성 때문에 폴러에게 청혼을 하고 폴러는 사교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 찰스에게 큰 도움이 되어 주변에서 이상적인 부부로 여겨진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존중은 있으되 사랑은 없는 결혼 생활이 3년간 지속된 후 혼자만의 휴가를 갖게 된 폴러는 예전에 찰스와 지낸 여관을 찾는다. 찰스도 우연히 그 지역 케이블 회사의 파업을 중재하며 차차 기억을 되찾는다. 여관 근처 마을의 옛집까지 당도한 찰스는 용도도 모르면서 간직해온 열쇠로 집문을 따고 역시 옛집에 온 폴러와 포옹한다.

3. 원작과의 차이점

원작 소설은 1인칭 화자가 적은 글의 형식이다. 화자는 해리슨이라는 남성으로, 기업가이자 정치가인 찰스 레이니어와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결국 레이니어의 비서로 취직하게 되고 찰스 및 그 부인인 마가렛과 종종 대화를 나눈다. 소설은 1인칭 화자인 해리슨이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찰스 및 마가렛과 나눈 대화의 내용이 주를 이루며, 대부분이 주인공들의 과거 회상이다.

그러나 마가렛은 끝까지 자신이 폴러라는 사실을 화자에게 밝히지 않으며, 마치 폴러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즉 서술 트릭을 활용한 작품이다. 마가렛이 바로 폴러라는 사실은 이 작품의 중요 반전이며, 이를 독자가 알게 되는 것은 작품의 맨 마지막에 마가렛이 하는 딱 한 줄의 대사를 통해서이며,[1] 기억력이나 눈치가 없는 독자라면 책을 다 읽고도 마가렛이 폴러임을 모를 수도 있다. 물론 영화에서는 이런 서술 트릭이 불가능하므로 극의 전개 방식이 전혀 다르다.

소설과 영화의 또 한가지 중요한 차이점은 반전주의적 메시지로, 찰스는 1차대전에 참전했다가 폭격으로 기억을 상실했던 영국군 장교였으며 마가렛 역시 1차대전 중 가난에 시달리며 댄서로 일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이들이 해리슨과 나누는 대화에는 전세계가 또다시 큰 전쟁(2차대전)을 향해 다가가고 있음을 예감하고 걱정하는 내용이 많다. 즉 이 소설은 두 가지 의미에서 반전 소설인 셈.

4. 방영 제목

원래 제목은 Random Harvest(랜덤 하비스트. 마구잡이 수확)이다. 제펠린들이 떨어뜨리는 폭탄들이 도시 여기저기에서 마구잡이로 인명을 수확했다는 의미로, 제1차 세계 대전의 끔찍함을 은유해서 표현했다. 원작자인 제임스 힐튼은 반전주의자였으며, 그의 대표작인 굿바이 미스터 칩스 역시 세계대전 중 영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마음의 행로로 알려졌는데, 사실 이 뜬금없는 제목은 일본의 개봉명 心の旅路를 참고해서 만든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업자들이 서양 영화들을 수입할 때 타성적으로 일본 개봉명을 표절하는 관행이 있었다.


[1] 폴러가 “존 스미스”를 부르던 애칭으로 마가렛이 찰스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