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눈꽃 마을에 돌고있는 일종의 도시괴담이었다. 마을 밖 얼음숲을 배회하던 악령은 밤이 찾아오면 담을 넘어서 마을에 들어와 먹잇감을 찾아 서성인다. 거리를 뒤지고 다녀도 사람을 찾지 못하면 잠들지 않은 아이를 찾아내 악몽을 꾸게 만드는 존재. 그것이 바로 겨울 악몽이었다.
눈꽃 마을의 아이들은 겨울 악몽이 행여 자신을 찾아올까 두려워 매일 밤 일찍 잠자리에 들곤 했다. 비단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야밤에 흉흉한 일이 워낙 많이 일어나서 어른들도 해가 저물면 가급적 외출을 기피했다. 저녁 이후 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야군 후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하는 사람들뿐이었다.
에델은 그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함께 걷다가 슬쩍 마을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곤 얼음 숲으로 직행한 뒤 눈을 감았다. 어차피 서리 안개가 잔뜩 낀 덕분에 눈을 뜨나 감으나 마찬가지였다. 현혹되지 않기 위해선 차라리 눈을 감는 편이 나았다. 기억을 더듬어 발걸음을 옮긴 에델은 기어이 얼음 동굴에 도착하고 말았다.
겨울 악몽은 실존했다.
겨울 악몽은 두 눈을 감고 고여있는 물 속에 몸을 절반 정도 담그고 있었다. 전신에 새하얀 서리가 서려 있었고, 머리에는 얼음으로 된 뿔이 한 쌍 돋아나 있었다. 그가 길게 호흡을 할 때마다 그의 주변에는 고드름이 생겨났다.
냉기는 그의 심장에 집중되어 있었다. 심장이 얼어붙어 있는 게 겉모습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가 바로 겨울 악몽이라 불리는 존재, 디오였다.
"나 왔어요, 디오."
"......"
"저기요. 겨울 악몽님?"
디오의 대답이 없자 에델은 연거푸 그를 불러댔다. 결국, 긴 눈썹에 쌓인 냉기가 흘러내리며 그의 두 눈이 뜨였다.
"또 왔군.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안색이 별로 안좋은 데요? 겨울 악몽님도 악몽을 꾸나요?"
"......"
악몽을 꾸냐고? 당연히 꾼다.
베이가스의 음모를 알게 된 그날, 디오는 마을사람들에게 진실을 발설하기 전에 베이가스가 보낸 사람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마을 밖으로 끌고 나와 심장을 찌른 뒤 그대로 얼음 숲에 내다버렸다. 만약 사경을 헤매고 있는 디오 앞에 겨울의 정령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디오는 그때 죽었을 것이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만약 그때 자신에게 손을 뻗는 겨울 요정의 손을 마주잡지 않았다면 이 끝날 것 같지 않는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왜 자신의 겨울 정수의 주인으로 선택 받은 것일까
사색에 잠겼던 디오는 문득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에델과 눈이 마주쳤다. 이 여자는 이상하다. 보통 자신과 눈이 마주치면 돌릴 법도 한데 전혀 그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죽을 뻔 한 걸 구해줬더니 이렇게 매번 찾아와 자신을 귀찮게 한다.
"어, 방금 절 귀찮은 여자라고 생각했죠?"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요?"
"......"
"절 이렇게 무시하면 안될 텐데요? 제가 아니면 누가 마을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려준다고?"
"내가 직접 마을에 들어가 정보를 모으면 돼."
"마을 사람들은 당신을 보기만해도 기겁해서 달아날 걸요? 베이가스가 이미 당신을 무서운 악당으로 만들어 놨다니까.."
겨울 악몽 디오는 악령이 아니다. 더욱이 악인도 아니다. 오히려 악인은 베이가스였다. 아니, 그 자식은 애초에 인간이 아니다. 사람의 영혼을 얼려서 잡아먹는 괴물이다. 베이가스야 말로 사람을 해하는 악령 그 자체였다.
디오는 그런 베이가스의 정체를 꿰뚫어보고 대항하는 유일한 존재였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대적자를 맞이하여 베이가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키는 것 이었다. 그는 겨울 악몽을 위험한 존재로 규명하여 마을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단순히 사람을 해치지 않고 마을 자체를 수중에 넣고 쥐락펴락하는 악당이기에 할 수 있는 조치였다.
오직 디오에게 구원받아 목숨을 구한 에델만이 그러한 사실을 알고있을 뿐이었다. 말하자면 에델은 유일한 디오의 조력자인 셈이다.
"베이가스가 또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시장 비서로서 보고 듣는 게 많은 에델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디오에게 모두 말해주었다.
"일자리 변동이 심하군."
"맞아요. 게다가 새로운 일자리는 외지인 경우가 많아요."
"전형적인 베이가스의 수법이야."
업무를 빌미로 전출을 시킨다. 그렇게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진 사람을 실종 처리한다. 사람을 최대한 노동으로 부려먹고 마지막엔 영혼까지 잡아 먹는다. 분명 베이가스가 즐겨 쓰는 수법이었다.
"당연히.. 갈거죠?"
"그래야지."
몸을 일으키던 디오는 잠시 주춤했다. 복부를 길게 가르는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상처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것은 디오에게 가장 부족한 것 중 하나였다.
『스스스슷』
디오는 냉기로 상처를 동결시켰다. 냉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냉기가 흐르기 시작하자 디오의 의복이 얼음의 힘으로 강화되었다. 그날 밤, 겨울 악몽이 마을의 담을 넘었다.
2018년 12월 4일 패치로 제로, 에델, 베이가스와 함께 겨울 컨셉의 아바타가 출시 되었다. 하늘색 위주로 테마를 바꿨는데 기존 디오와는 아주 다른 캐릭터가 되어 버린 듯한 외형이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