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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06 13:54:15

뒤틀림 탐정/에피소드

파일:상위 문서 아이콘.svg   상위 문서: 뒤틀림 탐정

1. 개요2. 에피소드
2.1. 뒤틀림이 보인다2.2. 자가당착2.3. 사진사2.4. 불청객2.5. 모의고사2.6. 곰방대2.7. 유리아 공방2.8. 태영물산2.9. 붉은 점2.10. 봉쇄2.11. 물결2.12. 가면2.13. 곰 인형2.14. 신비(神備)2.15. 베스파 크라브로2.16. 전투 사무소 투귀2.17. 수조2.18. 잉어와 인어2.19. 사냥꾼2.20. 혈투2.21. 여행2.22. 1부 에필로그 / 2부 프롤로그2.23. 떡갈나무 마을2.24. 희노애락(喜怒哀樂)2.25. 지하실2.26. 파면2.27. 별장2.28. 임무2.29. 통행2.30. 수다2.31. 꿈의 세탁소2.32. 벼락인간2.33. 신경증2.34. 뒷골목의 밤2.35. 영역2.36. 탄환2.37. 소음2.38. 안개의 사수2.39. 에드가2.40. 정의 집행2.41. 호텔 라리에르2.42. 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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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뒤틀림 탐정의 스토리라인 및 에피소드들.

2. 에피소드

2.1. 뒤틀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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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인 2. 설명 3. 이해 4. 인정
화자에게는 뒤틀림이 보인다. 뒤틀림은 어느새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으며,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화자는 자신의 경험상 뒤틀림의 원리는 사람들의 강렬한 감정적 열망과 폭발의 발현으로 추측했다.

대표적인 뒤틀림인 피아니스트 이후로도 작은 뒤틀림은 빈번히 발생하며, 그것은 화자에게 시각적인 뒤틀림으로 보인다. 얼핏 환각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그 현상은 완전히 뒤틀릴 때 물리적으로 발현된다.

그리고 화자는 이러한 뒤틀림을 관찰하고 예방하며 먹고 살아간다. '승천 현상'[1]으로 여러 직장인을 잃은 회사에 고용되었을 때, 그는 눈에 하늘이 가득 찬 직원들을 선별해 알렸다. 그러자 회사는 그들에게 선글라스 착용을 권했고, 더 이상 승천으로 인한 실종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푸른 하늘을 눈에 담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나아진 건 아니었고, 결국 집단 투신 자살로 이어진다. 하지만 도시는 이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며, 해결 이후엔 별 관심이 없다. 도시에서 해결의 기준은 이해할 만한 죽음이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었다.

다음으로 맡은 사건은 '풍선인간' 사건이다. 말 그대로 머리가 풍선처럼 부풀다 펑 터진다. 이 폭발은 반경 10M를 피떡으로 만들고 범위 내의 사람까지 모두 휘말린다. O사 둥지의 한 회사는 5건의 풍선인간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버텼으나, 이윽고 화자에게 의뢰해 현재에 이른다.

화자가 사건을 조사해보니, 풍선인간에겐 모두 서비스직에 종사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택배기사, 간호사, 콜 센터 직원 등 감정 노동자들이었으며, 특히 콜 센터 직원의 경우 폭발 반경이 16M나 됐다. 해당 회사는 콜 센터 전문 회사에 하청을 넣어 고객 상담을 진행했고, 그 탓에 센터 직원들은 기록만 할 뿐 자신들이 받는 불만의 내용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전무하다. 따라서 이들에게 하소연해봐야 나아질 건 없음에도, 고객들은 엄청난 욕설을 내뱉는다.

요컨대 감정 노동자들은 타인의 스트레스를 받아 왔지만, 정작 본인들이 배출할 곳은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의 머리가 부풀어 올랐다는 것.

화자는 뒤틀림을 해석하기 위해 단서들을 조합하며, 해석 과정은 1. 원인 2. 설명 3. 이해 4. 인정으로 구성됐다. 뒤틀림의 '원인'들을 파악한 뒤 인과관계를 납득하게끔 '설명'해야 하며, 뒤틀림 발생 이유를 '이해'시키고 자신의 뒤틀림이 언제 터질 수 있을지 '인정'시킬 때 뒤틀림은 어떤 방향으로든 해결이 된다. 여기서 해결은 화자의 눈에 보이는 뒤틀린 형태가 나아진다는 뜻으로, 제법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면 해결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화자의 일은 늘 '이해'과 '인정' 단계에 들어가지 못했다. 머리가 부풀어오른 직원의 명단을 회사에 제출하자 그들은 그저 직업을 잃었다. 결국 뒤틀림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지만, 의뢰인에겐 언제나 그랬듯 사소한 문제다. 비상식적인 현상의 정지와 책임 회피가 목적이며, 원인에는 관심이 없다. 이에 화자는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화자에게 스스로의 모습은 뒤틀린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크든 작든 뒤틀려 있지만 정작 자신만 그대로라는 건 자신만 뒤틀렸다는 게 아닐지, 뒤틀린 사람, 그리고 거리, 도시를 보며 세상이 뒤틀렸다고 생각한다. 만약 세상의 뒤틀림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세상이 어찌 될지 짐작할 수 없다고 하며, 그때가 오기 전까지 화자는 뒤틀림을 바라볼 뿐인 뒤틀림 탐정이라며 1화가 끝난다.

2.2.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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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제스, 에즈라
화자의 이름이 '모제스'로 밝혀지며, 그의 조수인 에즈라가 등장한다. 그는 최근 뒤틀림의 흐름이 바뀌어 간다고 독백하며, 뒤틀림의 발현이 사람들이 의식을 잃었을 때. 즉 잠이 들었을 때 뒤틀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제스의 기준으로 반쯤 뒤틀린 인간들이 잠에 들면 괴물이 된다는 것. 하지만 이런 건 어설픈 일만 벌이는 어설픈 괴물이라고 깐다.

츠바이 협회의 담당 구역의 호텔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해 모제스에게 의뢰를 했지만, 에즈라가 뒤틀림 대상자인 주방장에게 '식당이 더러운 만큼 맛도 없고 요리는 누구에게 배운 거냐?'는 질문을 해버려 쫓겨나듯 도망친다. 결국 자정까지 대기하다 호텔 식당에 특이점 기술 '요정'을 이용해 문을 따고 들어간다.[2]

모제스와 에즈라가 안에 들어가서 본 것은 고깃덩어리들이 식탁에서 무언가를 먹는 모습. 식탁 위에 가죽 주머니 같은 것이 놓여 있었고, 거기서 무엇인가를 꺼내 먹는 광경이었다.

일시적으로 에즈라가 정신이 홀렸으나 모제스가 명치를 때려 정신을 차리게 했고, 주방으로 들어서자 실종된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알고 보니 고깃덩어리들은 사람이며, 뒤틀린 주방장은 그들의 머리를 열고 손님의 '생각'을 꺼낸 뒤, 피해자의 피부를 벗겨서 음식 주머니로 내준 것.

결국 고깃덩이들과 주방장이 덤벼드나, 모제스는 대부분의 뒤틀림은 파훼법이 있다며 주방장의 '자신의 요리를 먹어본 적이 있냐'는 모순을 건드렸고 스스로의 요리가 맛있다고 주장하나, 주방장은 자신의 '생각' 을 먹어본 적이 없었고, 모제스의 추궁에 결국 자신의 머리를 가른 뒤 생각을 꺼내자마자 사망한다.

이후 츠바이 협회에 간단하게 보고서를 써 올린 뒤, 모제스가 사 온 햄햄팡팡 샌드위치를 먹으며 가벼운 잡담[3]을 한 뒤 2화가 끝난다.

2.3.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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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기억할 뿐이다.
여러 건의 실종의뢰가 들어왔다. 실종자가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라진 자리에 인기척이나 물건이 남아 있어 누가 사라졌다는 건 안다는 괴상한 내용의 의뢰였는데, 모제스는 의뢰인의 말을 듣자마자 뒤틀림 현상임을 짐작하고 실종사건이 주로 벌어지는 장소로 향했다.

사람들을 잊게 하는 뒤틀림의 성질에서 실마리를 얻은 모제스는 에즈라에게 근처에 무언가를 무료로 제공해 주는 곳을 찾아보라 지시했고, 곧 어렵지 않게 루미르 급식소라는 곳을 찾아낸다. 에즈라의 눈에 천막 캠프에 불과한 곳은 모제스에겐 낡은 사진관으로 보였고 그녀는 이곳이 사건의 원인임을 확신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수많은 시체 사진들이 전시된 사진관 내부를 둘러보고 있자 머리가 사진기로 되어 있는 남성이 둘에게 접근해 왔다. 그는 본래 이름없는 장의사로 고독사한 다른 사람들의 장례를 치러주며 타인에게서 잊혀지는 사람들을 혼자만은 기억해주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제스가 도리어 너 스스로 잊혀지지 않은 사람들까지 잊혀지게 만든다며 일침을 가하자, 사진사의 머리에 달린 카메라는 돌아가더니 모제스의 몸을 찍으려 시도했다.

가까스로 피해서 전신이 찍히진 않았지만 온몸이 저리고 깨질 듯이 아파 왔다. 모제스는 에즈라에게 절대 찍히지 말라고 경고하며 곰방대의 연기로 연막을 쳤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 그녀는 에즈라에게 받은 코오리 장갑[4]을 끼고 손바닥으로 벽을 친뒤 연막을 거두었다.

얼려진 벽에 비친 자신을 찍어 버린 사진사는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고, 잊혀지게 만든 57명의 존재를 되돌렸다. 허탈하게 이제 누가 날 기억하겠냐는 사진사의 물음에 모제스는 자신이 기억할 것이라 한다. 사진사는 고맙다 말하며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안식에 빠졌다.

사건이 해결된 뒤 모제스에게 처음 의뢰한 자는 아버지가 무사히 살아돌아왔음에도 그저 덤덤하게 잊을 만 했다며[5] 별 감흥 없이 의뢰를 끝마친다. 그리고 훗날 N사 둥지 뒷골목의 소각로에서는 약 58명분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고 한다.

그들 중 누구도, 누구에게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짐덩어리일 뿐이었지만 모제스는 쓸쓸히 죽어간 한 명의 사진사를 그저 기억할 뿐이었다.

2.4.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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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그녀보다 훨씬 잘나가는 모제스의 옛 조수, 지금은 사이가 좋지 않은 둘은 대화하는 내내 알게 모르게 서로를 쏘아붙였다. 낙천적이고 단순한 에즈라는 처음엔 묘한 기싸움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를 환영하며 웃을 뿐이었지만, 희준이 모제스를 대놓고 비꼬자 멱살까지 잡으며 화냈다.

모제스는 에즈라를 말리며 찾아온 용건이 무엇이냐 물었고 희준은 뒤틀림의 존재를 언급하면서 이를 위해 그녀의 능력을 필요로 했다. 대화내내 큰 거부감을 보이면서도 희준이 끝에 한 사람을 언급하자 모제스는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약 2달뒤 워프 열차를 통해 11구로 떠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잠시후, 복잡한 심정의 모제스는 에즈라를 불러 도시의 지도를 가져오게 했고 그녀는 가지고있는 공식 지도가 마땅히 없어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지도를 가져왔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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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는 14구, 시간은 아직 2달이 남아있었다. 모제스는 희준과 약속한 일과는 관계없이 그때까지 현재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2.5. 모의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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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시작됐다
의뢰인은 메릴이라는 학생이었다. 5급 해결사의 의뢰라도 일개 학생의 용돈으로 지불할 만한 건 아니었지만 둥지에 소속된 사립학교의 자제라면 달랐다. 그녀가 진술하길, 학생도 교사들도 수업을 끝내지 않고 학교에만 머무르며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모제스의 눈에는 그녀의 한쪽 다리가 온갖 숫자로만 뒤덮여진 것으로 보였다.

뒤틀림이었다. 메릴의 안내를 받아 학교로 따라오자 모의고사까지의 남은 날짜가 모제스에게만 피처럼 붉게 보였고 확신은 명확해졌다. 교내는 더 살벌했다. 그야말로 공부 공장, 펜이 종이위에 사각거리는 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우며 탐정의 눈에 학생들은 숫자로 뒤덮인 덩어리로 보였다. 손쓰기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일반인인 다른 둘에게도 뒤틀림이 육안으로 보일 지경이었으니. 그러다가 갑자기 복도에 돌아다니는 세 사람 앞에 미적분 수학 문제가 내밀어졌다. 메릴은 문과라서 풀지 못했고, 에즈라는 돈 계산을 할 때 빼고는 머리를 굴릴 줄 몰랐다. 그리고 모제스는 지혜로웠지만 박식한 사람이 아니었다. 문제를 풀지 못한 그들은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땐 거의 시험 직전이었다. 모제스는 뒤틀림에 먹히지 않기 위해 에즈라에게 눈 앞의 뭔지도 모를 이상한 문제들을 아무렇게나 풀라고 지시했다.[문제] 교내는 뒤틀림으로 변모했고 시험장은 전쟁터로 변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맨 아래에 있던 모제스와 에즈라를 건드릴 가치도 없는 것처럼 여기며 어떠한 해도 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릴은 예외였다. 더 높은 곳으로 가고싶었던 욕망이 앞선 그녀는 두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학우들을 밀쳐내며 올라가다가 추락했다. 시험이 종료되자 안내 방송과 함께 계단을 오른 학생들은 그만큼 지식과 성적을 배분받았지만, 반대로 하위권 학생들은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번 의뢰는 실패였다. 메릴의 학교는 그 해에 도시에서 명문 대학의 진학률이 가장 높았지만 메릴을 비롯해 40%나 되는 학생들이 어느 곳에도 진학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낙오되었다.

2.6. 곰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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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붉은 숨을 내쉬었다.
약속까지 1달의 시간이 남았다. 모제스는 오랜만에 물품의 구매와 정비를 겸해 공방에 방문하려 했다. 마침 방문할 타이밍에 재고가 떨어져간다는 소식이 에즈라로부터 들려오긴 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가면 뭐라도 있을거라 생각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안좋은 소식은 재고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머지않아 불한당 무리와 마주쳤다. 약 30명으로 짐작되는 그들은 머지않아 대장으로 보이는 중절모를 쓴 남자를 통해 용건을 드러냈다. 그가 말하길, 모제스가 가진 곰방대를 1억안에 사고싶다는 것이었다. 에즈라는 고개를 내저으며 5억안 정도는 줘야한다고 말했지만 모제스는 얼마를 주든 곰방대를 넘길 생각이 없었다.

거래는 결렬되었고 무력 행사가 시작되었다. 에즈라는 차원 가방[8]에서 무기를 꺼냈다. 30명이 골목에서 일제히 달려들었지만 3급 해결사인 에즈라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그녀가 휘두르는 네스터 망치[9]와 주먹질[10]에 일격에 한명씩 뼈가 으깨지고 머리가 터져나가며 뒤틀림 탐정과 조수에게 덤빈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싸움이 끝에 달하자 모제스는 곰방대의 연기를 채찍으로 만들어 도망치던 중절모를 붙잡았고 에즈라에게 시켜 누가 사주한일인지 심문하도록 했다. 하지만 누군가 뇌에 조작을 가한듯 고문을 가해도 답할 기미가 없자 모제스가 직접 나서 곰방대의 능력으로 연기를 들이마시게해 자백을 얻어냈다.

유리아 공방, 에즈라에 따르면 14구에서 열손가락안에 드는 장인으로 중절모의 자백에 따르면 사주한 동기는 곰방대의 작동 원리를 알고싶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문득 스스로도 곰방대의 원리가 궁금해졌고 그런곳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한번 자신을 죽이려 한 사람을 만나러 가보기로 했다.

2.7. 유리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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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요. 당신의 이 멋들어진 움직임, 그리고 우아한 연기.
중절모의 사내는 가는내내 풀거나 죽여달라며 유리아에 대해 거의 악마를 대하는 것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자신을 죽이려한 시점에서 모제스가 그를 동정할 여지는 없었다. 약간의 시간을 소모한 끝에 그들은 유리아의 공방 입구에 도착했지만 그곳은 닫힌 문일뿐 여는 방법은 알지못했다.

안내한 중절모조차도 공방의 고객으로 인정받기 위해 모제스를 처리하는 일을 맡았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손대기엔 순식간에 침입자를 죽여버릴 함정같은 게 있을 수 있었기에 모제스는 들어가고 나면 풀어주겠다는 식으로 중절모를 방패삼아 입구를 건드리도록 시켰다.

그가 손을대자 입구는 열렸고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중절모를 앞장세워 걷고있던 와중, 앞쪽에서 이상한 소리와 함께 곰같이 생긴 거대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불길함을 느낀 모제스는 에즈라에게 막으라고 명령했다.

곰인형 모양의 거대한 곰인형이 나타나 중절모의 상반신을 순식간에 찢어 죽여버렸다. 에즈라는 양손에 나미르 공방 건틀릿[11]을 장착한채 아주 잠깐 곰과 힘싸움을 벌이더니 건틀릿에 적용된 중량과 압도적인 완력으로 곰인형을 밀어붙이고 이내 찢어패서 단순한 솜조각으로 되돌렸다.

계단을 전부 내려오자 넓게 드러난 유리아의 공방에서 더 많은 곰인형들이 분주하게 작업하는 모습이 보였다. 솜뭉치주제에 사람을 찢어버리는 것도 그렇고 공방 자체가 뒤틀림의 일종이었다. 아까처럼 곰인형을 찢어버릴 수 있는 에즈라는 그것들이 귀엽기만 했으나 모제스에겐 그렇지 않았다.

좀 더 둘러보며 나아가자 어느 작업대 근처에서 한 여자가 손님을 기다리며 가만히 서 있는 게 보였다.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에즈라는 그게 유리아임을 알아봤고 공방 덕후로서 유명한 기술자에게 싸인을 받기위해 수첩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녀는 에즈라를 없는 것처럼 차갑게 무시한채 모제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유리아의 첫인상은 좋지않았다. 모제스 자신보다는 곰방대에 초점이 맞춰진듯한 대화, 먼저 말을 건 에즈라를 무시하고 자기 할말만 하는 건방진 태도, 그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유리아는 모제스와 그녀의 곰방대를 대단하게 여기며 전설적인 해결사 붉은안개와 그녀의 무기에 비유했다.[12]

그리고 유리아가 본인이 사주한 30명의 괴한과 두 사람이 싸우는 영상을 보여주자 그들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녹화된 영상은 14구의 금기로 취급되는 중죄였고 금기를 범하고도 곰방대의 비밀을 알고싶지 않냐며 태연히 말을 이어가는 태도에 에즈라는 그녀의 존재 자체가 불안해졌다.

모제스 역시 불안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솔깃한 느낌을 받았다. 이미 조수의 마음속에 공방 장인에 대한 존경심은 없어졌다. 에즈라는 모제스에게 그녀를 무시하고 그냥 떠나자는 투로 보챘지만 유리아는 반대쪽에서 자신이 곰방대의 비밀을 알려주고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며 조수로 받아 사건에 동행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고민끝에 마음을 굳힌 모제스는 자신의 사무소에 있던 한 창고를 유리아의 공방으로 통하는 입구로 개조하도록 허락했고 에즈라는 강하게 반발했으나 끝내 상사의 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한동안은 아이처럼 삐져있겠지만.

에즈라는 어째서 눈앞의 뒤틀림을 해결하지 않냐며 금기까지 여긴 유리아를 받아들인것에 대해 의문을 표했지만 모제스에겐 모제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보였기 때문에, 공방의 존재와는 별개로 유리아 본인에겐 뒤틀림이 보이지 않았다.

2.8. 태영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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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전 물론이고 제 부하 직원들 전부 모가지에요!
에즈라의 공방 장인에 대한 정중했 태도는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는 경계심 내지 조수 자리에 대한 경쟁심 비슷한것으로 바뀌었다. 밥을 먹는내내 노려보는 시선에 모제스까지 불편해질 지경이었다. 유리아가 어떻게 그렇게 계속 쳐다볼 수 있냐며 비아냥대자 에즈라는 '이 조그만한게' 라며 말했지만 모제스까지 묶어 우리 를 작다고 놀리냐는 유리아의 말에 데꿀멍하고[13] 분위기를 참지못한 모제스가 둘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식사중일 때만큼은 조용히 해달라 말하며 일단락 되었다.

유리아는 들어온 직후 일주일만에 에즈라가 주문한 11개의 장비들을 만들어냈다. 동료라는 관계에도 불구하고 둘의 호감도는 최악에 가까웠지만 감봉하겠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돈을 밝히는 에즈라조차 주저하면서도 이번달 월급은 안줘도 된다고까지 말하자[14] 모제스는 당장의 관계개선을 포기하기로 했다.

뒤틀림 탐정 사무소에 항상 위험하거나 흥미진진한 의뢰만 들어오는 건 아니었다. 유리아가 온 이후의 일주일은 뒤틀림도 아니고 곰방대를 쓸 필요도 없는 심부름 수준의 시시한 의뢰만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온 의뢰를 읽어보자 시시함이 끝날때가 되었다고 모제스는 짐작했다.

셋은 태영물산이라는 중소기업에 불려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서 만난 강진실 과장은 뒤틀림 탐정 이전에도 해결사 사무소 3곳에 의뢰했으나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일이라며 누구의 추천으로 의뢰했냐는 모제스의 질문에 아메 사무소의 추천으로 연락했다고 밝혔다.[15]

그가 말하는 문제란, 직원들이 수면실에 잠든채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16] 해결하지 못하면 자신을 포함해 많은 직원들이 잘리게된다고 한다. 일행은 강진실의 안내를 받아 수면실이 있는 지하 4층으로 향했다. 수면실이라 그런지 지하 4층은 어두웠다.[17]

잠자는 직원들의 표정을 보고 에즈라가 무슨 꿈을 꾸길래 이럴까하자 유리아는 잠으로 도망친것이라며 업무 기록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추리를 하고있던 모제스는 동의했고 모제스의 관심을 빼앗긴게 분한듯 에즈라는 '이이익' 하고 중얼거린다.[18] 그때, 수면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눈을 뜨더니 단체로 뜻모를 이상한 말들을 마구 뱉어내기 시작했다.[원문] 기겁한 에즈라와는 반대로 유리아는 조금 침착하게 무언가 뜻이 있을거라며 과장에게 직원들의 업무기록을 요청하려던 찰나, 엘리베이터안에 들어가있는 과장을 보게된다.

과장은 그들에게 행운을 빈다 말하며 문을 닫기 시작했고 불길한 예감이 든 모제스가 아메 사무소의 카오루는 어떻게 되었냐고 묻자 그는 앞으로 알 수 있을거라며 그대로 올라가버렸다. 지하 4층의 전구가 공포영화처럼 불길하게 깜빡거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눈은 그곳에 남아있는 세 사람을 응시했다.

2.9. 붉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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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생의 모든 잔인한 과거들이 소용돌이친다.
공포스럽게 변모한 분위기에 겁먹은 에즈라는 모제스의 뒤로 숨었다. 덩치가 훨씬 큰 그녀였기에 몸은 커녕 머리를 숨기기에도 버거웠지만 유리아가 그 모습을 보고 도움이 안된다며 혀를 차자 분노덕분에 에즈라의 두려움은 금세 사라졌다. 모제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암전된 조명에 빛이 필요해지자 에즈라는 차원가방속에 있던 안경을 꺼냈다. 유리아는 자신이 만들었다며 생색냈지만 이에 질새라 에즈라는 주문은 자신이 했다며 서로 싸웠다.[20] 리본이 달려있는 조금 이상한 디자인이긴 했지만 유리아가 만든것답게 성능은 확실했고 안경을 착용하자마자 시야는 대낮처럼 밝아졌다.

모제스가 겪는 약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안하더라도 공방 기술자를 사무소에 영입한건 옳은 판단이었다. 가만히 지하 4층을 둘러보자 꽤나 여러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잠들어있는 108명의 직원들과 에즈라가 발견한 출처를 알 수 없는 육편덩어리, 그것도 꽤나 최근에 죽은 인간의 시체였다.

바닥에 떨어져있는 검을 보자 모제스의 입에서 '카오루' 라는 혼잣말이 저절로 나왔다. 이 검은 카오루의 것이었다. 여러개의 육편중 누구일지는 몰라도 카오루는 여기서 죽었다. 4급 해결사인 그를 동료들과 함께 이렇게 처참하게 죽일 정도라면 결코 일반적인 일은 아닐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사방에서 그곳에 있던 모든 직원들의 뒤틀림이 한곳으로 크게 모이는 게 느껴졌다. 모제스는 막을 수 없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일 판단도, 그럴 능력도, 해낼만한 가능성도 서지않았다. 그녀가 아무것도 못하는 사이 무언가가 그곳에 벌어졌다.

바닥이 꺼지면서 108명의 직원들은 아래로 사라졌다. 100평이 넘는 넓은 방에 해결사 3명과 직원들을 대신해 자리하는 거대하고 혐오스러운, 오직 살육만을 위해 태어난것 같은 괴물이 존재했다.[묘사] 물론 살육 대상은 그곳에 남아있는 3명이었다. 아마 이전에 온 해결사들도 이런식으로 당했을 것이다.

모제스는 곰방대를 물고 숨을 들이쉬기 시작했다. 조금전 동료의 뒤에 숨던 겁쟁이는 온데간데없이 에즈라는 차원 가방을 꺼내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외침과 동시에 음성인식을 받아 가방속에선 여러가지 파츠의 무기, 외골격들이 몸에 달라붙었고 그녀의 덩치는 상대에 맞먹을정도로 거대해졌다.[22]

사뭇 말투가 진지해진 에즈라는 유리아에게 엘리베이터를 수리해 탈출할 때까진 시간을 벌어주겠다 말했다. 의외의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진듯 유리아의 말투도 변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모제스에게 목숨을 미끼로 탈출하는 재수없는 계획따윈 없었다. 모제스는 모두 살아갈거라며 모두를 북돋아주었다.

전투는 순식간에 시작되었다. 괴물은 순식간에 도약하여 모제스의 몸을 카오루처럼 곤죽으로 만들려 했지만 그녀가 곰방대를 문채 그저 가만히 눈을 감자 강화 외골격을 입은 에즈라가 거인을 멀리 쳐내며 살기등등한 기세로 노려보았다. 전력으로 날 지켜라. 모제스가 내린 하나의 명령이었다.

따로 명령을 받을 것도 없이 에즈라는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고 거인들의 사투가 벌어졌다. 그녀의 안부를 걱정할 겨를도 없이 곰방대에서 붉은 연기를 들이마시며 모제스는 집중에 집중을 거듭했다. 에즈라는 여러개의 드릴을 괴물의 몸에 쑤셔넣으려 했지만 단단한 금속판처럼 스파크가 튀며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거대한 도끼를 꺼내 있는힘껏 괴물의 팔을 향해 내질렀다. 괴물의 팔 3개가 잘렸지만 머지않아 도끼날은 수명을 다해 부러지고 말았다. 모든 무기가 소용없게되자 에즈라는 두 주먹으로 난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장갑과 외골격은 점점 내구도를 다했고 뚫린 장갑사이로 유효타가 박히며 그녀의 피가 새어나왔다.

유리아는 울면서 모제스를 다급히 불렀고 에즈라가 시간을 버는동안 모제스는 일생의 살의와 폭력을 모아 하나의 점을 완성해냈다.
"에즈라, 고생했단다."

모제스가 붉은 점을 괴물에게 찔러넣자 그 점은 5M 넓이의 원기둥으로 증폭되어 괴물의 상반신을 세상에서 지워버렸다.[23] 의식을 영영 잃어버릴것 같은 혼미해진 정신속에서 모제스가 피를 토해내며 쓰러지기 직전 누군가가 그녀를 감싸안으며 부축해주었다. '이제 괜찮아요, 탐정님…모두 끝났어요...'

에즈라는 피로 물든 몸으로 모제스를 감싸안았다. 그 옆에서 유리아가 주저 앉은 채 울고 있었다. 온몸에 상처가 가득했지만 그들은 결국 승리했다. 정신을 차린 모제스는 곰방대를 다시 입에 물고는 회사에 일어나는 뒤틀림에 대해 알아보려 다짐했다.

2.10.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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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의도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뒤틀림.
모제스는 유리아에게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라고 지시한뒤 다친 에즈라의 상태를 보았다. 에즈라는 씩씩하게 걱정하지 말라며 웃었고 모제스도 평소라면 이 정도 상처가 그녀에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상대는 뒤틀림이었기에 무언가 안좋은 영향이있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압박 붕대를 감아 에즈라를 지혈한뒤 모제스는 방 끝에 있는 검은 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잠자고있던 직원들의 뒤틀림을 빨아들인 그 물건은 자연적으로 생긴것이 아니라 만들어졌다. 모제스의 지시로 상자는 차원 가방속에 담겨졌다. 그로부터 머지않아 엘리베이터의 수리도 끝나자 그들은 끝을 보기위해 의뢰인과 만났던 8층으로 향했다.

승강기 내부에 머무를 짧은 시간동안 꽤 훈훈한 이야기[24] 가 오갔지만 모제스는 곧 8층이라며 화기애애한 말은 돌아가서 하자고 했다. 그러나 문이 열리자 그들은 강제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피냄새와 학살의 흔적이 남아있는 8층, 가운데엔 일행이 지하에서 챙긴것과 같은 검은 상자가 놓여있었다.

아까전의 것과 비슷한 수준의 뒤틀림을 만난다면 살아남을 방법은 없었기에 모제스는 조사가 아닌 생존을 위한 지시를 내렸다. 위급한 안내방송과 함께 창문들이 일제히 바리케이드로 봉쇄되고 엘리베이터도 작동을 멈추었다. 에즈라는 공방제 장갑을 착용하고 있는힘껏 주먹을 내질렀지만 창문은 조금 찌그러질뿐 쉽게 부숴지지 않았다.

천장에 달린 붉은 고치에서 인간의 얼굴을 한 벌레가 깨어나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에즈라가 검으로 벌레들을 베며 시간을 끄는사이 유리아는 곰방대에 붉은 리본을 묶어주며 불을 떠올려보라 말했다. 모제스가 붉은 숨을 내뱉자 불새들이 나타나 벌레들을 태우며 시간을 벌어주었고 그 틈에 세 사람은 잠기지 않은 계단실로 내려갈 수 있었다.

사람의 육체로 된 강이 계단을 뒤덮고 있었다.

2.11.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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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름 속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에즈라와 유리아의 손을 잡았다.
선택지는 달리 없었다. 머무르든 떠나든 그나마 살 가능성이 있는 건 후자였다. 다행히도 그녀의 조수들은 미친짓에 기꺼이 동행해주었다.[25] 셋은 시체의 강물로 몸을 던졌고 모제스는 각 계층의 비상구 사이로 직원들이 서로를 죽이거나, 이미 죽어있거나, 그보다도 못한 신세가 된 지옥도를 보았다.

혼미해지는 정신속에서 그녀는 함께 몸을던진 두 조수의 손을 붙잡았다. 적어도 그들의 손이라고 생각하며 놓지않으려 했다. 어느순간, 정신을 차렸을 때 근처에서 익숙한 녹음된 음성이 흘러나왔다. 모제스의 옛 조수이자 지금은 증오의 대상인 한희준의 목소리였다. 이번 의뢰의 뒤틀림은 애초에 그가 꾸며놓은 수작이었던 것이다.[녹음]

모제스는 조수들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지하 15층이라는 장소의 조명이 머지않아 밝게 켜졌고 무대의 정중앙에 에즈라가 조용히 서 있었다. 그녀의 발밑에 유리아가 쓰러져 있었고 에즈라의 몸엔 사슴같은 뿔과 형형색색의 가면, 뒤틀림이 마구잡이로 엉겨붙어 있었다. 모제스는 심호홉을 하더니 곰방대로 보라색 숨을 들이마시며 앞으로 나섰다.

2.12.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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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라, 춤을 추자꾸나.
에즈라의 뒤틀림은 감정이었다. 그녀는 자신감이 없어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고 타인에게 맞춰 가면을 바꾸었다. 때문에 모제스조차 그녀를 온전히 알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는 뒤틀림을 바로잡지 않고 가면에 드러난 표정도 에즈라의 일부로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 많은 뒤틀림에 노출되었다.

수많은 감정과 그만큼 많은 수의 가면으로 에즈라의 마음은 침식당해 온전한 자아까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었다. 모제스는 보라색 연기로 채찍을 만들고는 에즈라의 몸을 뒤덮고있는 수많은 가면속으로 뛰어들어 함께 춤을 추었다. 하나씩, 하나씩, 가면을 벗겨낼 때마다 감정들은 물리적인 형태로 모제스를 공격해왔다.

뜨거운 가면에 화상을 입고 날카로운 가면에 베이고 차가운 가면에 동상을 입었다. 모제스는 점점 한계에 다다랐지만 에즈라의 정신은 3급 해결사의 움직임을 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상대는 그녀가 존경하는 사람이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수많은 가면이 떼어지고 마지막 하나, 슬픔의 가면만이 에즈라의 가슴에 붙어있었다.

가면에 깃든 슬픔은 모제스 본인을 위해 에즈라가 썼던 가면,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그녀는 본인의 감정마냥 짊어지고 있었다. 가면이 울자 모제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고 가면이 깨지자 파편은 모제스의 가슴에 비수처럼 박혔다. 두 사람다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원래대로 돌아온 에즈라는 무릎을 꿇은채 흐느끼며 사과했고 모제스는 그녀를 위로하고자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유리아가 남아있었다.

2.13. 곰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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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탐정님과 같은 풍경을 보고 싶어요.
유리아에겐 뒤틀림이 보이지 않았다. 모제스가 그녀를 받아들인 이유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이기도 했다. 따라서 지금 의식이 없는 상태는 본인의 뒤틀림과 관련이 없었다. 운이 좋게도 모제스는 그녀와 같은 경우를 본적있었고 그 경험에 근거해 에즈라에게 메스와 현장 보존 큐브[27]를 꺼내라고 지시했다.

우선 두개골을 절개해서 뇌를 꺼낸 다음-
"다들 미쳤어요!?"
어디선가 낯선곳에서 유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녀의 허리에 묶여있던 작은 곰인형이 꿈틀대면서 풀어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정신이 곰인형 속에 깃들어버린 것이다. 모제스조차 이런 사례는 본적이 없었다. 유리아도 자신이 곰인형이 되어 버린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시체 강에 몸을 던졌을 때 영향을 받았다고 추측할 뿐이었다.[28] 그렇게 된 몸으로도 유리아는 연구할게 생겼다며 두근거리는듯 했다. 모제스는 에즈라에게 유리아의 몸을 들게 시키고[29] 곰인형이 된 그녀는 모제스와 같은 높이에서 세상을 보고싶다고 요청해 어깨위에 올려졌다. 그러나 방안을 구석구석 뒤져봐도 출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벽을 몇번 두드려보던 모제스가 곰곰이 생각한 끝에 누군가가 있을거라 짐작하며 말을 걸자 박수소리와 함께 반대쪽에서 누군가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는 모제스의 활약덕에 태영물산이 도산하게 되었다며 본래 태영물산은 날개를 목표로 하고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회사를 망하게한 보답으로 뭐든지 한가지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수많은 의문을 품고있던 모제스에게 묻고싶은건 차고 넘쳤지만 곰인형이 된 유리아는 물론, 부상당한 두 사람 역시 호기심 때문에 위험을 무릅쓸 여력이 없었다. 리더로서 가장 최선의 선택은 상대가 그들을 최대한 얌전히 보내주길 바라는 것 뿐이었다.

바라는 것 없이 보내달라는 요청에 그는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쉽게 수긍하며 벽속에 숨겨져있던 엘리베이터로 세 사람을 안내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간 모제스는 닫혀가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그가 무언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희미하게 들을 수 있었다.[원문2]

'디아스' 라는 마지막 말을 듣자마자 모제스의 눈이 크게 떠졌고 감정이 고조되며 솟아올랐다.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묻고싶은 게 생겨버렸다. 닫히지않은 문 사이를 비집기 위해 총알같이 튀어나가던 그녀는 에즈라가 목덜미를 내려치자 뒤통수에 얼얼한 충격을 느끼며 쓰러지고 말았다.
“미안해요… 탐정님… 우선 살아남아야죠…”

2.14. 신비(神備)

유리아, 나는 앞으로 너를 진심으로 이용할거란다.
정신을 차린 모제스는 자신을 기절시킨 에즈라를 원망했지만 지난 과거는 되돌릴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이 틀린것도 아니다. 2주만 있으면 그들은 디아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모제스는 에즈라를 더는 책망하지 않고 화제를 돌려 곰인형이 된 유리아의 몸에 대해 물었다.

유리아는 곰인형이 모제스의 곰방대와 같은 성질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신비(神備)라 명명한 이 물건들은 뒤틀림의 일종으로 자신과 모제스에게 뒤틀림이 보이지 않는 건 신비라는 사물적 형태의 뒤틀림으로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31]

유리아는 이번엔 자신이 질문하겠다며 곰방대를 어디서 났는지를 물었는데 모제스는 진실을 알게되면 빠져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겁을 주는 낌새로 뜸을 들이다가 이내 곰방대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쓸 수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밝힌다. 상대 못지않게 진실을 지독하게 궁금해하고 있던 모제스는 앞으로 유리아를 진심으로 이용해주겠다고 말했고 바라는 게 같았던 그녀는 얼마든지 이용하라며 악수를 청했다.[32]

늦은 시간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난 모제스는 에즈라에게 자지않냐고 물었고 그녀는 자기전에 유리아와 할 이야기가 있다며 모제스에게 먼저 인사했다.

2.15. 베스파 크라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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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를 어긴 멍청이가 누구지?
저번 의뢰의 피해 때문인지 모제스가 일어났을 때 해는 거의 중천에 떠있었다. 피로와 고통이 남아있는 몸을 이끌고 에즈라의 활기찬 인사를 받으며 사무소의 빈 창고로 가자 익숙한 형태의 지하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리아의 공방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형태로 사무소의 창고로 옮겨져 있었다.

공방 전체는 유리아가 가진 신비였고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다고 했다. 비록 원래 몸으로 돌아갈 방법은 찾지 못했지만 그녀는 본체에 영양분만 공급되면 살 수 있다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듯 싶었다. 몸을 되찾는 문제보다는 태영물산에서 가져온 상자에 대해서 더 고민하고 있었다.

확실한건 금기나 뒤틀림과 관련된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 지금 당장은 그 이상 알아내지 못한것처럼 보였다. 유리아는 떠날때 본체를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에도 어중간하게 답하더니 당장은 뒤틀림을 찾는 게 우선이라며 재촉했고 모제스는 별 수 없이 곰인형을 어깨에 태운채 공방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나왔을 때 마침 사무소엔 손님이 와있었다. 좋은 손님은 아니었다. 옆에 있는 에즈라와는 반대되는 차갑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 남자는 자신을 N사 직속 금기 사냥꾼 베스파 크라브로라 소개했다.[33]

베스파는 모제스가 14구의 금기 '녹화' 를 어긴 자에 대해 알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찾아왔다. 확증은 없는듯 했지만 사실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범인이 누군지 알고있었다. 유리아는 그를 마주하자마자 평범한 곰인형인척 모제스의 어깨위에 늘어졌다.

베스파는 유리아 공방으로 두 사람이 들어갔다는 증언들을 언급했지만 모제스가 14구의 금기를 역으로 이용해 들어갔다는 확실한 증거 영상같은거라도 있냐말하자 더 물고늘어질 부분이 없었던 그는 범인을 본다면 신고를 부탁한다며 깔끔하게 사무소를 떠났다. 어깨에 있던 곰인형이 귀엽다고 말하면서.

모제스는 그가 떠나자마자 에즈라에게 짐을 싸라고 명령했다.

2.16. 전투 사무소 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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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만 버티면 된다.
세 사람은 사무소를 놔둔채 유리아의 본체까지 옮겨 어느 호텔에 방을 잡았다. 모제스는 해결책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썩을 지경이었다. 유리아는 자신을 모제스 일행과 붙잡아두기 위해 금기를 범한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상대는 2급 이상은 되보이는 실전과 감으로 단련된 베테랑이었다.

하나 금기를 범했다한들 '처음부터' 금기 사냥꾼을 보내는 건 맞지않았다. 모제스는 간단한 결론을 도출했다. 금기를 어긴게 이번이 '처음' 이 아닌것이다. 질문에 침묵을 유지하는 유리아의 반응으로 가설은 사실임이 입증되었다. 곧이어 그녀는 태영물산에서 썼던 안경에도 녹화장치를 달았다고 자백했다.

당연히 에즈라는 그런 옵션을 주문하지 않았다며 부정했다. 신비에 대한 연구라는 명확한 이유와 성과가 있긴했지만 그 이전에 모제스에겐 리더로서 인명에 대한 책임이 있었다. 상황은 받아들여졌지만 그녀는 한번만 더 목숨이 걸린 중대한 일을 숨기면 그땐 정말 버릴것이라며 유리아에게 조용히 경고했다.

모제스는 싸움에 능숙한 에즈라에게 베스파가 어느정도 실력으로 보이는지 물어봤고 그녀는 단호하게 못 이긴다며 일축했다.[34] 유리아는 태영물산 지하에서처럼 곰방대로 물리치는 방법을 제시했지만 이번 상대는 지성과 힘에서 차원이 달랐다. 모제스는 상대가 힘을 모을 시간을 주지 않을거라며 부정했고 에즈라는 그를 상대로 오래 버틸 자신이 없었다.

결론은 정면승부는 답이 없다는 것. 14구를 벗어날때까지 2주만 버티면 되었지만 그럴 여력은 없었다. 그때 에즈라가 다른 해결사를 호위로 고용하자며 방편책을 제시하자 솔깃한 모제스는 에즈라에게 받은 카탈로그에서 '전투 사무소 투귀' 라는 곳을 발견했고 에즈라에게 유리아의 몸을 지키도록 맡기고는 그곳으로 향했다.

투귀는 협회의 규정과 동떨어진 곳이었지만 그렇기에 써먹기 좋은 곳이었다. 금기라면 몰라도 대부분의 일은 충분한 돈을 건내준다면 상대가 누군지 묻지도않고 처리해줄터였다. 대표인 2급 해결사 장뢰에게 목적과 신분을 밝혔지만 그는 프로였다. 정작 누구에게 쫓기는지 묻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모제스에게 그는 담배를 좋아하냐며 옥상에서 이야기를 나누자했다.

장뢰는 자식이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면서 집안에서 벌어지는 괴이현상들을 처리해주길 요구했다. 그에 대한 보수는 의뢰에 적대하는 상대가 누군지 묻지 않는 것이었고 모제스는 흔쾌히 수락하며 그와 악수했다.

2.17. 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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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날카로운 비명이 귀에 박힌다.
장뢰가 말하길, 그의 딸 페이의 방안에서는 매일 수라장에서나 들려올법한 끔찍한 비명과 함께 핏물인지 바닷물인지 모를 액체가 문틈사이로 새어나오고 있다고했다. 당연히 강제로 문을 열 시도는 무산되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가 사는 아파트의 호수로 들어가니 어둡고 조용한 집안이 보였다.

딸과 둘이서만 사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이 집안으로 들어선지 얼마 되지않아 장뢰가 말한 찢어질듯한 비명소리가 들렸고 비명소리의 근원지인 페이의 방은 모제스의 눈에 거대한 핏빛 수조로 보였지만 장뢰에겐 물이 새어나올뿐인 방문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일반인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아직 늦지않았다.

모제스가 곰방대를 물고 하얀숨을 내쉬자 연기가 그녀의 몸을 감싸 감정에 침식되지 않도록 보호했다. 그대로 붉은 수조안으로 걸음을 내딛자 귀가 차가운 물에 잠기며 수조 바깥과 안의 소리가 차단되었다는 사실이 체감되었다. 아무도 들을만한 이가 없자 모제스는 유리아에게 말하는 것을 허락했다.

유리아는 자신의 곰인형처럼 이 뒤틀림을 지키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주의를 요했다. 그때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모제스는 붉은 숨을 내쉰뒤 칼로 변환시켰다. 에즈라가 없어 전력적으론 불안했지만 대신 유리아의 리본이 있었다. 그녀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천천히 나아가 정체를 두 눈으로 마주했다.

인어들이었다.

2.18. 잉어와 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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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는 울면서 노래를 한다.
눈이 없는 세명의 인어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말을 뱉을 때마다 붉은 가시같은 게 입에서 쏘아져 날아갔고 가시가 날아간 방향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모제스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자 인어들은 왜 멋대로 남의 말을 듣는 거냐며 화냈고 모제스는 사과했다.

옆에 있던 유리아가 이곳에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알고싶다고 말하자 인어중 한명은 그들에게 위에서 왔냐고 물어봤다. 모제스는 바깥에서 왔다며 반쯤 긍정했고 인어들은 이곳에선 눈을 뽑는 게 규칙이라며 풍경이 눈부실정도로 아름다워 서로의 눈을 뽑아줬다며 충고했다.

인어가 얼마나 있는지 모제스가 묻자 그들은 오늘 100명 정도를 만났으며 아직 많이 살아있다고 답했다. 거기에 이어서 의문스럽게 무엇으로부터 살아남는지 묻는데 인어들은 '그 덩치 큰 괴물' 이라고 답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너무 많이 들려줬으니 이제 대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어가 요구한건 두사람의 목소리를 약간씩 받아가는 것이었는데 모제스는 유리아의 몫까지 자신에게 받아가도록 했고 인어들이 입맞춤하자 목에서 무언가가 끄집어지는 느낌과 함께 그녀의 성량은 이전보다 반정도 줄어들었다. 빼앗은 모제스의 목소리로 인어들은 이전보다 더 크게 떠들었다.

모제스는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아까전에 말한 덩치 큰 녀석에게 어떻게 가냐 물었고 인어들은 비명이 들려오며 머리가 아플 정도로 빛나는 곳에 있다고 답해주었다. 인어들의 가시가 향하는 곳이었다. 인어들이 말하는 덩치를 페이라고 추측하며 두 사람은 비명소리를 따라가기로 했다.

페이는 자신의 뒤틀림에 고통받고 있었다. 주먹으로 자신의 얼굴을 후려치듯, 자해에 가까운 형태로 스스로를 상처입히고 있었다. 모제스는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 수많은 인어들을 만나고 목소리를 나누어주며 정보를 얻었다. 갈수록 많은 붉은 가시들이 스쳐지나가고 비명은 커져갔다.

비명이 들리는 방향을 놓쳤다면 근처에 있는 다른 인어에게 말을 걸어 목소리를 내주고 물어본다, 그것의 반복이었고 해답에 근접할수록 비명소리도 빛의 세기도 점점 밝아졌다. 결국 모제스는 밝게 빛나는 거대한 잉어 하나를 발견했다. 잉어는 온몸에 고슴도치처럼 수많은 가시가 박힌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잉어는 매우 아름다웠지만 주변에서 잉어의 빛에 매혹되어 죽어가고 이미 죽어있는 눈이 달린 인어를 보자 아까전 인어들이 했던말이 이해되었다. 그때, 붉은 가시가 모제스의 볼을 스치며 잉어의 몸에 박혔다. 터진 비눗방울처럼 정신을 보호해주던 연기가 사라졌고 끔찍한 우울함이 그녀의 정신을 파고들어왔다.

많은 목소리를 빼앗긴 모제스는 희미하고 거칠어진 메아리로 유리아에게 보라색 리본을 요청했고 곰방대에 리본을 감고 보라색 숨을 내쉬자 검은 연기가 잉어의 주위를 감싸며 특유의 영롱하고 치명적인 빛을 막았다. 위협을 차단한 모제스는 잉어에게 다가가 몸에 박혀있는 붉은 가시를 하나씩 뽑기 시작했다.

가시를 뽑을 때마다 잉어는 비명을 질렀고 그와 동시에 페이의 기억들이 드문드문 짧고 간단하게 머릿속에 박혔다.[원문3]

그렇게 페이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얼굴에 비늘 몇개가 남아있긴 했지만 그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장뢰는 딸을 되돌려준 모제스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지만 감동은 아주 잠시, 얼마 지나지않아 누군가가 집의 현관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새벽 즈음의 늦은 시각에 그들은 밖에 있을 누군지 모를 불청객에 대해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장뢰는 두 사람을 함께 방안으로 숨긴뒤 차원 장갑에서 무기를 꺼냈다. 주인이 열어줄때까지 참을 수 없었는지 이 무례한 손님은 현관문을 경첩과 작별시키며 억지로 집안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곧바로 집주인에게 모제스에 대해 추궁하는 목소리, 듣기만해도 그녀는 그 자가 금기 사냥꾼 베스파 크라브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반강제적인 수색이 이어지며 방문을 하나씩 열어제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면 발각되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때, 장뢰는 모제스에게 도망치라 말하며 박도를 들고 상대를 막아섰다. 딸을 부탁한다는 아버지의 말에 모제스는 페이를 업은채 전속력으로 아파트 계단을 내려갔다.

그동안 집안에서는 금속이 부딪히며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소리가 한동안 이어졌다. 모제스가 1층에 도달할 때쯤, 쿵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아래로 떨어졌고 충격으로 갈라진 지면을 딛고 베스파가 자신의 노란옷을 붉은색으로 물들인채 서 있었다. 그는 손에 쥐고있던 묵직한 무언가를 모제스의 눈앞에 던졌다.

그것은 장뢰의 머리였고 이제 도망칠 방법은 없었다. 마지막 발악을 위해 곰방대를 물고 푸른 숨을 내쉬는 다음 순간, 붉은 선혈이 치솟으며 곰방대를 쥐고있던 오른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베스파는 여유롭게 칼에 묻은 모제스의 피를 닦고있었다. 그가 차마 칼을 뽑는 것조차 볼 수 없었다.

“50명분의 증언을 모아왔습니다. 이제 이 증언록은 14구에서 당신을 죽일 명분이 됩니다. 모제스.”

베스파는 환도를 칼집에 넣고, 천천히 모제스를 향해 걸어왔다.
"하실 말씀이라도?"

2.19.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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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창이 아닌 작살이다.
이제 도망칠 길도 싸울수단도 없었다. 모제스가 움직일 수 있는 건 뇌와 혀 뿐이었다. 베스파는 아직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죽일 상황이라면 장뢰를 죽일 때처럼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그가 이러는 건 얻을 정보가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베스파의 목적은 유리아가 찍은 영상의 원본과 범인들의 연행, 추측은 정확했고 사냥감을 잡는데 오랜 시간을 지체해 사냥꾼에게 시간은 얼마 없었다. 모제스가 에즈라는 어떻게 되었냐고 묻자 그는 이제부터 서로가 질문하면 솔직하게 대답하도록 하자며 이미 놓쳤다고 답했다.

이번엔 베스파가 녹화한 영상이 어디있는지 물었고 모제스는 어디있는지 알지만 가는법은 모른다고 대답하면서 하나를 놓쳤다면 적어도 확보해놨을 유리아의 본체가 어디있는지 물었고 그는 자신의 차안에 멀쩡히 있다며 이어서 영상 원본이 있는곳에 가는법을 알 수 있냐고 물었다.

긍정하지 않는다면 모제스의 가치는 사라지고 이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유리아의 능력을 믿고 그녀는 N사로 따라가면 어떻게 되는지 물었지만 베스파는 스스로 그저 연행인일 뿐 이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타협하기로 하여 에즈라와 유리아를 포기하고 모제스와 영상만을 가져가는 걸 조건으로 내세웠다.

모제스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주머니안에 있던 유리아에게 공방을 열라고 지시했다. 여는데는 방문이 매개체로 필요했기 때문에 그들은 장뢰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베스파는 모제스의 잘린 부위에 붕대를 감아주고 보존 큐브에 잘린 팔을 넣고 곰방대를 챙긴뒤 엘리베이터를 탈 시간도 없다며 페이와 모제스를 안은채 17층까지 도약해 올라갔다.[36]

집에 도착한뒤 유리아는 닫혀있던 방문중 하나에 손을댔고 문이 열리자 공방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모제스는 곰인형을 어깨위로 올린뒤 계단을 걸어내려갔고 베스파는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유리아, 곰.'
계단을 내려온 모제스가 복도에서 조용히 속삭이자 거대한 곰인형들이 일제히 베스파를 덮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베스파의 참격에 스치지도 못하고 조각났지만 시간벌이 이상의 기대는 하지않았다. 모제스는 곰들이 시간을 버는사이 입구로 도망치며 원본 영상으로 만족하라 말했지만 사냥꾼은 포기하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두 사람의 거리가 떨어진 닿는 게 불가능한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다리의 고통과 함께 그녀는 쓰러졌다.

베스파가 던진 창, 작살이 허벅지를 관통해 바닥에 꽂혀있었다. 모제스는 작살을 뽑으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고 유리아도 창을 뽑기위해 힘을 보탰지만 곰인형의 몸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못했다. 지체되는 시간속에서 단단히 화가난 베스파는 살벌한 위압감을 내뿜으면서 머리만을 잘라가겠다며 뒤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모제스는 자신의 최후를 예감했다.

"헥토파스칼 킥!!! 가속도 10배!!!"
요란한 기합소리와 함께 계단위에서 도약한 에즈라의 발차기가 사냥꾼의 가슴에 정통으로 꽂혔다. 착지한 그녀는 모제스에게 괜찮냐고 물으며 곰인형의 상태로나마 멀쩡히 서 있는 유리아를 보자 안도한듯 미소지으며 인사했다. 하지만 아직 베스파가 계단 아래에 멀쩡히 살아있었기에 안심하긴 일렀다[37].

에즈라는 모제스의 허벅지에 박혀있던 작살을 뽑아낸뒤 유리아에게 대피를 부탁했다. 남아있던 곰인형들로 몸을 부축하며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사이 힘찬 도약과 함께 베스파의 다음 일격이 날아들었고 에즈라는 양손으로 그의 검을 붙잡았다. 모제스는 빈틈이 보이면 바로 올라오라며 소리쳤지만 그녀는 힘들것 같다며 쓴웃음지었다.

2.20.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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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진한다.
에즈라가 양손으로 칼날을 잡고있자 베스파는 비어있는 오른손으로 옆구리를 가격했다. 벽으로 날아간 그녀는 밀려난 힘을 반동삼아 상대의 머리에 발차기를 날렸다. 안경이 벗겨졌지만 금세 중심을 잡은 그는 싸우는 재능은 있지만 죽이는 재능은 없다며 이를 보여주듯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가슴을 베인 그녀는 네스터 망치를 꺼내 휘둘렀으나 망치는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곰방대가 없는 모제스는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눈에는 에즈라의 뒤틀림인 가면이 보이지 않았다. 유리아는 자신이 말한것을 떠올려보라 말했고 대답과 거의 동시에 베스파의 검이 그녀의 허리를 베었다.

그러나 베이지 않았다. 갑옷을 두른것처럼 단단하고 보이지않는 무언가가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신비였다. 베스파는 여러번 검을 휘둘렀지만 크게 베이지 않았고 에즈라는 빈틈을 파고들어 명치와 옆구리에 주먹을 사정없이 박아넣었다. 일방적인 공격에 그는 각혈하며 뒤로 밀려났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녀는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면서 칼을 휘두를 틈도 공간도 없이 인체의 온갖 급소를 특유의 괴력으로 후려치고 차고 때리며 무자비하게 공격했다.[38]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베스파는 여전히 검을 굳게쥔채 필사적으로 자세를 유지했다. 모제스는 유리아와 함께 계단위에 올라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순간, 거칠고 가는 소리와 함께 에즈라의 뒤에있던 작살이 베스파의 오른손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경로에 있던 갑옷이 뚫려 왼쪽 어깨가 관통되었지만 그녀는 남은 오른팔을 움직여 그를 계속 때렸다. 작살은 다시 날아와 허리에 박혔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게임은 끝난다. 에즈라는 베스파에게 다가가 오른팔로 상대의 팔을 감고 조이더니 부러트렸다. 작살은 그의 손에서 떨어졌다.

부상이 더 심한건 베스파였지만 그럼에도 죽지않은 눈으로 목표를 조용히 응시하는 그의 눈을 보자 에즈라가 이길거라는 확신을 접어야했다. 모제스가 돌아오라고 소리치자 그녀는 곧바로 베스파의 가슴을 걷어차고 계단을 빠르게 올라왔다. 유리아의 공방은 닫히기 시작했다.

베스파는 입구를 향해 작살을 던졌고 에즈라가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불과 몇걸음이 남아있었다. 모제스는 그녀의 실력을 믿으며 방문을 힘껏 닫았다. 찰나의 틈 사이에 에즈라는 밖으로 빠져나오는데 성공했고 베스파는 공방 내부에 갇혀버렸다.[39] 그들이 밖으로 나오자 투귀 사무소의 해결사들과 장뢰의 딸 페이가 그들을 반겨주었다.

2.21.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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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음식 많이 먹자꾸나.
베스파의 습격으로 투귀 사무소의 인원은 17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었고 생존자들의 몸도 성치 않아보였다. 페이는 모제스의 의뢰 때문에 아버지를 잃어 원망의 기색을 보이면서도 뒤틀림에서 구원해준 은인또한 그녀라는 걸 알았기에 모순된 감정을 느꼈다. 장뢰가 죽은 지금 세습제 사무소인 투귀의 대표는 그녀였다.

괴멸에 가까운 피해와 해결사도 아닌 미성년자 대표, 조직의 해체는 뻔해 보였지만 모제스는 페이의 대답에 모든것을 맡기기로 했다. 금기 사냥꾼에게 아버지를 잃게만든 간접적인 원인인 뒤틀림 탐정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이 있는지. 그렇다면 두 사무소중 하나는 오늘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이성적인 인간이었던 페이는 몸을 치료하고 이야기하자며 내일을 기약했다. 모제스는 에즈라를 시켜 베스파의 차에서 유리아의 몸을 꺼낸뒤 사무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 사무소에서 다시 만난 페이에게 모제스는 거짓없는 진실을 털어놓았다.
“투귀 사무소의 전 대표, 장뢰와 나는 거래를 했다. 투귀 사무소 해결사 전원을 2주간 고용하기로. 우리가 14구의 금기를 어겨서 금기 사냥꾼에게 쫓기고 있었기 때문이야. 의뢰비는 투귀 사무소의 규칙에 따라 얼마든지 지불하기로 했어. 하지만 모호하게 이야기 했을 뿐, 구체적인 액수가 나오지는 않았지. 나는 누구에게 쫓기고 있는지 이야기하질 않았고. 금기사냥꾼이라면… 대부분 의뢰를 거절할 테니까. 그래서 장뢰는 조건을 내걸었어. 집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을 해결해달라고. 우리는 미제사건 해결 사무소거든. 그리고 그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일은, 페이 대표 당신과 관련한 일이었어. 나는 장뢰의 집으로 따라가서, 나만의 방식으로 당신을 구해냈지. 여기서 장뢰가 내걸었던 조건 한가지를 충족한 거야. 그 직후 금기 사냥꾼이 집으로 찾아와서 나를 데려가려고 했고, 장뢰는 거래에 따라 나를 지키다 죽었어. 이것이 경위야.”

숨김없고 냉정한 말에 페이가 슬픔에 잠긴듯 토로하자 모제스와 에즈라는 장뢰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듯 바닥을 쳐다보더니 의뢰는 끝나지 않았다며 남은 해결사들과 다른 협력 사무소들을 통해 13일간 모제스 사무소를 지키자고 말했다. 처음엔 무모한 어린이의 대장 놀이라고 생각했던 모제스는 페이의 진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베스파와의 전투후 불편한 점은 많아졌다. 유리아는 공방을 못쓴다. 모제스는 한팔을 잃었고 곰방대도 잃어버렸다. 해결사 도구로서의 곰방대뿐 아니라 기호 물품으로서의 담배도 불편함이 있었다. 저절로 불이 붙지도 않고 한팔을 잃었으니 불을 붙일 때도 번거롭다. 그래도 뭐든지 죽는 것보단 나았다.

그때, 의뢰비를 협상하러 갔던 에즈라가 나타나 밝은 표정으로 비용을 깎았다며 모제스가 문 담배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었다. 그녀가 잃어버린 팔과 곰방대를 언급하자 모제스는 잘되었다는듯 공방에 대해 잘아는 에즈라에게 의수를 부탁했다. 그래도 보존 큐브에 넣어진 팔을 다시 붙인다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도 무리는 아닐것이다.

안에 있는 베스파를 어떻게 할지가 문제이긴 했지만 유리아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공방이 파괴되도 본인에겐 별 문제가 없다고한다. 어쩌면 그가 굶어죽을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문득 에즈라의 뒤틀림이 다시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식한 모제스는 그때 신비를 어떻게 발현했는지 물었다. 이는 지난번에 유리아와 단둘이 있을 때 들은 조언과 그녀가 준 펜던트의 도움을 받은 것이었다. 에즈라는 덕분에 강해졌다며 유리아에게 감사했다.

에즈라가 페이에게 사정을 설명해두어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유리아의 본체는 보호하기로 결정되었다. 이제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14구에 있을 시간동안 모제스는 장뢰와 죽은 해결사들의 장례식에 참석하고[40] 에즈라와 함께 공방에서 새 물건을 고르고 페이와 뒤틀림에 관한 상담을 나누고 그러는 내내 수많은 해결사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금기 사냥꾼과 사투를 벌이던 하루보다 짧게 느껴지는 평화로운 13일이 지나가고 그들은 어느새 워프 열차에 탑승하기 직전이었다. 마지막으로 투귀 해결사들의 배웅을 받은뒤 세 사람은 객석에 앉았다. 워프 열차라는 이름답게 단 몇초면 목적지에 도착해있을 짧은 과정이었지만 에즈라는 그녀답게도 11구의 풍경과 남부에서 먹을 음식을 기대하며 아이같이 설레는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모제스는 그런 에즈라의 기분에 훈훈하게 맞장구를 쳐주며 눈을 감았고 2000년이 지난 후말그대로 눈깜짝할 사이의 시간이 지난뒤 그들은 11구에 도착해 있었다.

2.22. 1부 에필로그 / 2부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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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마주하기 위해서다. 언젠가 마주해야 함을 알았기에…
11구 터미널로 나오자 별로 반갑지 않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희준은 나름의 예를 갖춰 말하는듯 했지만 모제스가 듣기엔 잘린 팔에 대한 그의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에즈라에게 그의 상대를 맡기고 잠깐 담배를 태우러 가려던 그때, 더 불쾌하고 거부하기 힘든 목소리가 귓속에 파고들었다.

그녀의 의뢰인이자, 원수이자, 은인이기도 한 사람. 설령 에즈라라도 디아스를 다른 사람처럼 막을 순 없었다.[41] 그녀는 두 사람을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친근하게 부르면서 갑자기 예전일은 전부 잊었다며 다짜고짜 돌아오라고 말했지만 모제스는 그 말들을 전부 무시한채 태영물산에서 일어난 일들만을 물었다.

디아스는 곧바로 대답하려 했지만 곧바로 희준이 말을 가로막으며 모제스가 할일이 있어 다음을 기약하자고 말했고 그녀는 별 수 없이 물러섰고 일을 처리한뒤에 곧바로 둘을 초대하자고 말했다. 정확히 유리아까지 포함해 세 사람은 희준의 차에 타고 가는동안 다음 의뢰인 뒤틀림으로 오염된 한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말하길, 그곳은 평화롭지만 뒤틀려있고 뒤틀림이 보이진 않지만 보인다고 한다. 얼핏 듣기엔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목적지 근처에서 내린 모제스가 문 담배에 에즈라가 불을 붙여주자 놀란 희준은 곰방대는 어디갔나며 물었지만 희준이 늘상 비꼬는 것처럼 모제스 역시 그런 일이 있었다며 대충 둘러대었다.

무엇을 할지도 전달받지 못했지만 희준은 마을에 들어가면 알게 될거라며 하나같이 애매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결국 확실하게 알기위해선 모제스의 눈을 통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그대로 마을로 향하는 골목길 사이로 발을 내딛었다.

2.23. 떡갈나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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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금은 우리 마을의 추수제 기간이어서요.
골목을 걸어오다보니 '떡갈나무 마을' 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상대할 뒤틀림이 적대적일지,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알 수 없었던 모제스는 정보를 모으기위해 가능한 평화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유리아는 선배에게 잘어울릴거라며 맛집 탐험가라는 위장 직업을 제시했고[42] 모제스는 웃으며 수락했다.

그렇게 모제스는 평범한 맛집 여행작가, 에즈라는 그녀의 조수이자 경호원, 유리아는 그들 곁에있는 평범하고 귀여운 곰인형으로 역할이 정해졌고 마을에 들어서자 예상외로 평화롭다 못해 아름다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위장 직업에 충실하고자 모제스는 에즈라에게 음식점을 찾게했고 그들은 머지않아 발견한 찻집에 들어섰다.

지어낸 직업과 가명을 밝히고[43] 여행의 목적을 말하자 주인은 이름을 듀이라고 밝히고는 메뉴판을 가져와 천천히 둘러보라 말했다.[44] 주문을 기다리며 대화를 지켜보던 듀이는 모제스 곁에있는 유리아가 들어간 곰인형을 꼬미라 부르며 아는듯이 물어본다.

그가 말하길, 유리아가 들어가 있는 곰인형은 한때 꽤나 인기가 있었던 한정판 캐릭터인듯 했다. 하지만 꼬미를 전혀 모르는듯이 반응한 에즈라의 연이은 말실수로 인해[45]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모제스는 자신들이 북부에서 왔다고 솔직히 밝히고 메뉴를 주문해 화재를 돌렸다.

시간이 지나고 조용한 마을 분위기에 의문을 품은 모제스가 질문하자 듀이는 추수제 기간이기 때문이라 답했다. 이어서 모제스는 참가해도 되냐 물었고 듀이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더니 주문한 음식들을 탁자위에 놓은뒤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겠다며 식당밖으로 나갔다. 모제스는 이를 정석적이라 평하며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았다.[46]

오후 1시쯤에 돌아온 듀이는 마을 사람들이 허락했다며 일행을 회관까지 안내했고 두사람은 직접 나서 추수제에 쓰이는 나무인형을 만드는 걸 도왔다. 시간이 지나 어느새 오후 4시 가까이 시간이 흐르자 모제스는 담배를 피우겠다는 핑계로 인적이 드문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유리아는 그제서야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에 입을 연 그녀가 알아낸 정보에 대해 묻자 모제스는 여느때와 같은, 단지 거기에 약간에 근심이 섞인 표정으로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그들중 누구에게도 뒤틀림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2.24. 희노애락(喜怒哀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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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축제 시간이다.
모제스의 머리속은 복잡해졌다. 희준의 말대로 뒤틀림은 보이지 않았다. 곰방대라도 있었다면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건 공방안에 금기 사냥꾼과 함께 갇혀있었다. 담배를 다 피운뒤 그녀가 마을회관으로 돌아가자 에즈라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맞이해주었다.

에즈라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축제 음식을 만드는 걸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지만 모제스는 요리를 못했다. 제 딴에는 모제스의 부담을 줄이기위한 말이었는지 에즈라는 모모가 요리를 정말 못한다고 말했지만[47] 듀이는 아내와 함께 도와주겠다며 주방으로 안내했다.

주방에선 다른 사람들이 재료를 손질하며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모제스가 빵과 수프라는 소박한 메뉴에 대해 묻자 듀이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록 정신은 오염되며 축제는 오염된 정신을 정화하기 위함이고 그 덕에 여태까지 마을에서 어떤 범죄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순간 갑자기 듀이의 가슴에서 튀어나온 검은 손과 비슷한 뒤틀림이 보였지만 모제스는 당장 원인을 알순 없었다. 축제는 한달에 한번, 육류가 없는 채식위주의 간단한 식사, 모제스가 거들면서 보기엔 수프에 이상한 약물같은것도 들어가지 않았다.[48]

마침내 식사가 전부 준비되자 일행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탁자에 앉았다. 고기가 없다며 울면서 말하는 에즈라를 무시한채 모제스가 주변을 관찰하자 마을 사람들에게서 전부 듀이와 같이 없던 뒤틀림이 희미하게 보였다. 마을의 규모는 약 50가구였지만 나와있는 사람들은 57명이었고 마을 회장은 모든 주민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혼자서 생활한다는 뜻이었지만 빈자리에 앉아있는 사람 크기의 나무 인형들까지 도합한다면 총 102명, 모제스는 나무 인형의 자리에 원래 사람이 있었을거라고 추측하게 되었다. 회장은 모제스의 마음은 깨끗하다며 더러움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뒤 잠시후에 축제를 시작했다.

회장은 처음에 모두에게 웃자고 말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전부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모제스와 에즈라도 분위기를 따라 억지로 웃으며 흐름에 따랐다. 회장이 웃음을 멈추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멈추었다.

그 다음에 회장은 모두에게 수프를 먹자고 말했다. 양이 얼마 되지않아 몇분도 안되어 그들은 수프를 전부 먹어치웠다.

그러자 회장은 이번엔 화를 내자며 탁자위의 나무인형에게 욕을 쏟아냈다. 역시 사람들은 그를 따라 이유없이 나무인형에게 화내며 욕하기 시작했다. 에즈라와 함께 모제스가 이를 따라하며 보고있자 마을 사람들의 뒤틀림이 이전보다 심화된것이 보였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회장이 화내는 걸 멈추자 다른 사람들도 그만두었다.

화내느라 거칠어진 호홉을 가다듬은뒤 회장이 빵을 먹자고 말하자 그들은 빵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모제스의 옆에서 마치 돌을 씹는 것같은 소리와 함께 빵안에 있던 검고 딱딱한 무언가를 씹은 듀이의 입에서 피가 흐르는 게 보였다.

회장이 박수를 치자 역시 마을 사람들은 그를 따라 박수를 쳤고 듀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위에 놓여있던 철제 의자위에 앉았다.

이제 회장은 자신들의 더러움을 받아줄 듀이를 위해 울자며 눈물을 흘렸고 마을 사람들은 전부 세상이 떠나갈듯이 통곡하기 시작했다. 곧 듀이의 머리위해 검은 상자가 올려졌고 모제스는 그것이 태영물산에 있던 뒤틀림을 만드는 상자와 같다는 걸 알게되었다.

모제스는 에즈라에게 듀이를 의자에서 떼어놓으라고 말했지만 뛰쳐나갔던 에즈라는 힘없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에즈라를 포함해 뒤틀림이 듀이 한 사람에게로 모여들어 그의 몸을 괴물처럼 불안정하게 변형시키고 있었다. 뒤틀림이 없는 모제스는 영향을 받지 않았고 의수에서 칼날을 꺼내 마을회장의 목에 겨누었지만 그는 아무렇지않게 모두를 향해 기뻐하자고 말했다.

비명에 가까운 모두의 환호소리와 함께 바닥이 꺼지며 듀이는 무대 아래로 추락했다. 소리를 듣고 무대 아래가 깊지 않다고 판단한 모제스는 쓰러진 에즈라를 부축해 듀이가 떨어진 구멍속으로 몸을 던졌다.

에즈라의 몸 위로 떨어진 모제스는 듀이를 포함해 45명의 뒤틀림과 마주했다. 축제에 있던 나무인형과 같은 숫자였다. 에즈라는 기절했고 손에 곰방대는 없으며 뒤틀림들은 적의를 가지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곳엔 오래된 문이 하나 있었다. 모제스는 유리아에게 문을 공방의 입구로 만들라 지시했다.

굳건히 닫혀있는, 이미 오래전에 봉해진 문은 다른 곳으로 향하는 입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모두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기에 반드시 문을 열어야했다. 에즈라가 골라준 기계 의수가 삐걱거리며 쇳소리가 들려왔고 출력은 한계치를 넘어 팔꿈치의 접합부에서 피가 세어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리자 노란 섬광과 함께 모제스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던 뒤틀림의 몸통이 꿰뚫리며 작살이 반대쪽 벽에 꽂혔다. 공방 안쪽에서 그때보다 피곤하고 야위고 관리되지 못한 행색으로 그녀가 기대했던 증원군, 금기 사냥꾼 베스파 크라브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제스씨. 책임지셔야 할 겁니다.”
물론 그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2.25. 지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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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지 마. 이번에는 거래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야. 협박이지.
베스파는 합리적으로 판단했다. 전력을 상실한 모제스보단 나오자마자 보이는 이상한 괴물들을 정리하는 게 더 안전했다. 물론 신뢰가 깨진 대상에게 살갑게 굴 이유는 없었다. 모제스가 말을 걸자마자 작살이 그녀의 얼굴을 미세하게 스치고 지나가며 뺨에 생긴 작은 상처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베스파는 독기를 품은 심정으로 자신이 말을 걸기전에 말하면 죽이겠다했고 모제스는 13일이 넘게 독방에 가둬둔 범법자에게 당연한 반응이라며 이해했다. 에즈라는 깨어나지 않았고 에즈라의 뒤틀림인 가면도 보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의 뒤틀림과 함께 괴물로 변한 듀이가 흡수해버린 것이 분명했다.

에즈라를 깨우기 위해선 듀이를 죽여야했지만 베스파와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결국 모제스가 스스로 해야할 일이었다. 이 또한 한희준이 꾸민 일일것이 분명했다. 지하실의 불안정한 뒤틀림들을 처리한뒤 위에 남아있는 57명의 순수한 뒤틀림을 얻어내는 것, 이곳은 애초에 그런 목적이었다.

모제스는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뒤틀림을 정화하기 위해선 곰방대가 필요했고 곰방대는 베스파가 가지고 있었지만 베스파는 당장에라도 그녀를 죽일 수 있고 그러고싶은 마음일 것이다. 유리아에게 공방에 쓸만한 장비가 있냐 묻자 그녀는 에즈라가 사용할 것을 상정하고 만들었다며 모제스의 몸으로 쓰기엔 위험하다고 경고했지만 다른수는 없었다.

모제스는 에즈라의 무력이라면 지금의 베스파를 감당할 수 있을거라고 판단했지만 그녀를 깨우기 위해선 뒤틀림을 흡수한 듀이를 죽여야만 했다. 유리아에게 받은 건틀릿을 의수에 장착하고 뒤틀림으로 변한 듀이에게 내지르자 굉음과 함께 기계부품과 살점이 흩날리며 그녀의 팔꿈치는 산산조각나 오른쪽 어깨가 사라져 있었다.

끔찍한 고통에 진통제를 박아넣은뒤 쓰러져있는 에즈라를 보자 가면은 원상태로 돌아와있었다. 그녀는 깨고나서 모제스의 상태를 보자마자 바로 울것같은 표정으로 걱정했지만 모제스는 베스파에게 곰방대를 받아내야 한다며 전투태세를 갖추라 말했다. 곧 작살이 날아올거라는 경고와 함께.

모제스가 저 멀리서 말없이 뒤틀림을 베고있던 베스파를 부르자 아까전의 위협이 거짓이 아니었다는듯 작살이 궤적을 그리며 모제스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에즈라가 곁에 있었고 그녀가 작살을 간단히 쳐내자 베스파는 가까이 다가와 여기서 결판을 낼거냐며 살기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에즈라는 지금 승부가 되겠냐며 초췌한 그의 상태를 지적하면서 당장이라도 싸울듯이 말했지만 반쯤은 허세인것이 진실이었다. 베스파와 맞설 유일한 전력인 에즈라도 당장 이전과 같은 신비는 쓸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모제스가 고압적인 태도로 이건 거래가 아닌 협박이며 따르지 않으면 죽게되고 이곳이 11구인것을 밝히자 베스파의 태도는 달라졌다.

근무지역인 14구를 벗어났고 시간은 많이 지난데다 잡아야했을 범죄자들, 괴물들과 이상한 곳에 쳐박힌 상황.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베스파는 상황을 잘 아는 모제스의 명령에 순응하기로 했고 그가 가지고있던 곰방대는 모제스의 요구에 따라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 다음으로 잘렸던 자신의 팔이 어디있는지 묻는 모제스의 질문에 베스파는 먹어치웠다고 답했다.[49]존경하는 모제스의 신체를 영구적으로 손상시켰다는 말에 에즈라는 본능에 가까운 반응속도로 귀신같이 돌진해 베스파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물론 그도 가만히 있진 않았고 그렇게 잠시동안 두 사람간의 난투가 이어졌다.[50]

하지만 팔꿈치 부분이 날아간 시점에서 팔만 가지고 원래대로 돌아갈순 없었기에 의미없는 싸움이었다.[51] 모제스가 에즈라에게 그만하라고 말하자 그녀는 주먹질을 멈춘뒤 곧바로 물러섰다. 그러자 모제스는 베스파에게 뒤틀림에 대해 짧게 설명하면서 더 앞으로 가면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며 유리아에게 리본을 가져오라 부탁했다.

그 사이에 베스파는 모제스에게 이 일을 하는 목적이 뭐냐고 물었다. 그녀가 뒤틀림을 알아가기 위해서라고 답하자 그는 참 이기적이라며 이번에 자신은 많은것을 잃었다 말했다. 모제스는 이를 부정하지 않고 베스파에게 둘다 서로의 위치에서 자기만족을 위해 행동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자 베스파는 희미한 미소를 띄며 납득했다.

둘은 서로에게 주어진 일에 이기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단지 모제스의 이기심이 이겼을 뿐이다.

유리아는 공방밖으로 나와 주황색 리본을 건냈고 에즈라가 그것을 곰방대에 묶자 모제스는 그곳에서 하얀숨을 뱉어냈다. 연기가 일행 모두에게 덧씌워지며 정신적인 공격에서 그들을 보호했고 무기에 둘러지며 그런 뒤틀림들을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준비가 되자 에즈라와 베스파를 선두로 그들은 나아갔다.

뒤틀림이 에즈라의 주먹에 터져나가고 베스파의 검에 베어져 죽게되면 그것은 괴물에서 사람으로 돌아와 시체가 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렇게 뒤틀림들을 정리하고 마침내 처음으로 제물이 되었던, 100여명의 뒤틀림을 받아낸 첫번째 뒤틀림을 마주하자 단지 보기만하는 것으로도 정신적인 고통이 밀려왔다.

베스파는 던진 괴물의 몸에 박혔지만 꿰뚫지는 못했다. 괴물의 몸체에서 수많은 팔이 다가오자 그는 빠른 속도로 그것들을 베어냈다. 그 사이 에즈라는 뒤틀림의 몸체에 박힌 작살을 향해 있는힘껏 정권을 내질렀고 큰 구멍이 뚫리며 내부에 있는 괴물의 심장이 보였다. 뚫린 살점은 점점 메꿔지고 있었다.

그곳이 약점이었다. 모제스의 지시에 따라 에즈라는 재생되는 구멍을 있는힘껏 벌어지게 만들었고 베스파는 에즈라에게 향하는 팔들을 베어내며 그녀를 지켰다. 그 사이에 유리아가 모제스의 곰방대에 보라색 리본을 묶자 입에서 내쉬는 보라색 숨과 함께 곰방대는 화승총의 형태로 바뀌었다.

구멍은 점점 닫혀가고 베스파와 에즈라는 지쳐가고 있었다. 단 한번의 기회, 하나뿐인 팔로 화승총을 견착한뒤 모제스는 신중을 거듭해 방아쇠를 당겼고 에즈라의 옆을 스쳐간 탄환은 뒤틀림의 심장을 정확히 맞추며 흉측한 살덩어리를 풍선처럼 터트렸다. 지금까지의 뒤틀림이 그랬듯이 괴물이 있던 자리에 남아있는 건 심장이 뚫린채 죽어있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2.26. 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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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푸른 숨을 깊게 내쉬었다.
남은건 밖으로 나가는일 뿐이었다. 몸에 맞지않는 도구로 오른팔이 터지고 한팔로 화승총의 반동을 견디지 못한 왼팔도 행동불능, 무언가를 들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아 곰방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절망적인 몸 상태로 모제스가 에즈라에게 업어달라고 말하자 그녀는 발랄하게 답한뒤 곰방대를 챙기고는 모제스를 두팔로 안아들었다.[52]

50에 가까운 나이에 그런식으로 안기다니 부끄럽기만 했지만 모제스는 순순히 품에 안겼고 유리아도 어느샌가 에즈라의 머리위로 올라갔다. 처음 떨어진 위치로 돌아가 유리아의 공방을 치우고 베스파가 참격으로 천장을 베어내자 지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베스파와 에즈라는 평범한 인간을 벗어난 도약력으로 구멍을 통해 어렵지않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지상은 말그대로 지옥도, 차라리 지하가 나았다 싶을정도로 제각기 다른 성질의 사람이었던 수십가지의 뒤틀림들이 서로를 죽여대고 있었다. 베스파조차 그 상황을 정리할 자신은 없는듯 보였다. 머지않아 일행도 괴물들의 표적이 되었고 모제스는 다가오는 뒤틀림중 하나의 모습을 보고는 일반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에즈라에게 곰방대를 물려달라 요청한 모제스는 단 한사람이라도 구해보겠다는 희망을 안고 푸른 숨을 내쉬었다. 그 푸른 가루는 광장으로 널리퍼져 닿은 수많은 뒤틀림들을 느려지게 하면서 시간이 정지한듯 멈추게했다. 하지만 푸른 숨은 수명을 대가로 하는 것, 에즈라는 푸른색을 보자마자 쓰지 않기로 하지 않았냐며 모제스에게 화를 냈다.

모제스는 그들이 멈춰있는 사이 한명의 뒤틀림이라도 구원하려했지만 베스파는 괴물을 하나라도 더 죽일 생각이었는지 칼집에 손을 대었다. 둘중 누구도 자신의 생각을 실현하지 못했다. 신호와 함께 황금색 가면과 검은 제복을 입은 자들이 일제히 들이닥쳐 멈춰있는 뒤틀림들을 무력화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제트, 디아스의 직속 사병부대였다. 그리고 진압이 진행되던 와중에 의뢰인이었던 한희준은 일행의 눈앞에 나타나 모제스에게 말했다.
“모제스 선생님.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역시 대단하시군요. 선생님이라면 이 마을의 뒤틀림을 불필요한 희생 없이 제압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모제스는 '이번에도'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위선자라 자학하며 그녀는 절망속에 빠져들었다.

뒤틀림을 제압한 우제트는 그것들을 철창에 가둔채 이송하고 있었다. 일행은 희준의 도움으로 다친 몸을 치료했지만 분위기는 좋지않았다. 베스파는 그렇다치고 에즈라는 모제스가 푸른 숨을 쓴것에 대해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듯 보였다.

다시 만난 희준에게 디아스가 뒤틀림을 가지고 뭘 하냐고 모제스가 질문하자 그는 능청스럽게 내가 어떻게 그분의 뜻을 해아릴까하며 둘러대다가 베스파에게로 화제를 옮겨 설마 동행하는줄은 몰랐다 말하면서 마침 전해줄 소식이 있다며 그에게 봉투 한장을 건냈다. 베스파는 봉투안에 있던 내용을 흝어보고 곧바로 구겨서 던져버렸다.

그 내용을 짐작한 모제스는 넝마가 된 베스파의 행색에 희준에게 셔츠라도 건내달라고 요청했고 희준이 사인을 보내자 한 우제트가 다가와 베스파에게 와이셔츠를 건냈다.

끝으로 희준은 일이 끝나는대로 디아스의 집으로 초대하겠다 말했다. 그러자 모제스는 한가지만 묻겠다며 자신의 머리 위에서 놀면 재밌냐고 물었는데 희준은 딱히 부정하지 않고 썩 유쾌하진 않다며 인사하고는 현장으로 돌아갔다.

희준이 떠나자 베스파는 모제스에게 조용히 물었다.

“…당신은 사람에게서 뒤틀림을 보신다고 하셨습니까?”

“그래.”

“그렇다면 모제스씨, 저에게서 지금 무엇이 보이십니까…”

“…뜯긴 벌의 날개가 등 뒤에 달려있군.”
베스파는 N사에서 파면되었다.

2.27. 별장

다시 한번 무너진 둥지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마을에서의 일이 얼추 수습되자 일행은 한희준의 차에 타 있었다. 어색한 침묵끝에 상황을 모르는 베스파가 어디로 가는지 묻자 희준은 초대를 받았다며 다친 몸을 회복할 수 있을거라고 답했다. 이것만으로 베스파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의뢰인의 정체를 아는 모제스와 에즈라는 디아스에게로 간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는 걸 모제스는 알고있었다. 차를 타고 길을 따라가자 마침내 거대하고 화려한 저택이 모습을 드러냈고 자신의 별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디아스는 오랜만에 보는 연인을 대하듯이 두팔로 모제스를 껴안으며 열렬히 환영했다. 물론 모제스의 반응은 이전처럼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갑자기 에즈라의 뱃속에서 크게 꼬르륵 소리가 났고 에즈라는 부끄러운듯 말을 더듬으며 죄송하다 말하자 디아스는 그녀에게도 역시 한없이 호의적인 태도로 배고팠냐며 밥이나 먹자고 손님들을 집에 들였다. 모제스가 동행한 베스파도 같이 먹어도 되냐고 묻자 디아스는 수락했지만 이번 답은 앞선 두 사람과는 다르게 환한 감정이 없는 차가운 대답일 뿐이었다.

100여가지의 온갖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엔 단 6명만이 앉아있었다. 음식 하나하나가 엄청난 가격이겠지만 디아스에겐 대단한 사치도 아닐것이다. 모제스가 시간을 끌지않고 곧바로 그녀에게 원하는 게 무엇이냐 묻자 디아스 역시 말을 돌리지않고 곧바로 L사의 둥지로 가주길 원한다며 용건을 밝혔다.

베스파가 몰락한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을 말하는 거냐 묻자 디아스는 아까전처럼 차가운 어조로 그에게 눈길도 주지않고 긍정했다. 아직도 꿈을 버리지 못했냐 말하는 모제스였지만 그 말대로 꿈을 포기하지 않은 디아스를 말릴 방법은 없었다. L사의 무너진 둥지. 무너진 둥지를 떠올리자 이전의 연기 전쟁때의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 집중을 깨고 디아스는 지금부터 해야할 일들을 설명하겠다며 입을 열었다. 모제스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2.28. 임무

디아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모제스가 질색하자 디아스는 우제트로 돌아오라는 뜻은 아니며 뒤틀림 탐정 모제스를 고용하고 싶다고 말하다가 뜬금없이 음식을 먹고있던 에즈라에게로 시선을 돌려 잘 먹어서 보기좋다며 웃음지었다. 마치 먹는 것으로 승부라도 하는 것처럼 에즈라와 베스파는 위속에 구겨넣는듯한 엄청난 속도로 음식들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디아스가 뒤틀림을 수집한다는 걸 알게된 모제스는 그것들을 이용해 꿈을 이루려는 거냐 물었지만 그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했다. 말은 언제나처럼 거짓말이 아니었지만 뚜렷한 진실도 아니었다. 모제스가 L사 둥지에 뒤틀림이나 원하는 무언가가 있는 거냐 묻자 뜸들이며 답하던 디아스의 설명을 희준이 조심스레 가로챘다.

희준은 현재 L사 둥지가 원인모를 안개에 휩싸여 있어 쉽게 길을 잃으며 안에서 조직과 해결사, 손가락중에서 엄지가 검지가 나서 영역 다툼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둥지안에서 수많은 뒤틀림 목격 보고가 들려왔기 때문에 임무는 그것들을 생포해오는 것이었다. 모제스가 잡은 뒤틀림을 에즈라에게 들고오게라도 해야하냐며 빈정대자[53] 희준은 우제트가 도와줄거라고 말했다.

안개속에서 자신들을 어떻게 찾는지 묻는 모제스의 말에 디아스는 기다렸다는듯 포장된 상자를 내밀었다. 그것은 잘린 모제스의 잘린 팔을 대체할 의완이었고 동시에 안개속에서 착용자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추적기와 통신기의 역할을 했다. 디아스에게 묶이는 것과 다름이 없는 기능들이었다.[54]

잡아올 뒤틀림의 숫자는 무제한, 거기에 희준은 태영 물산에 있던 검은 상자의 출처가 L사 둥지라 밝히며 가져오는 걸 추가로 정했다. 그가 속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사족을 붙이자 화가 난 모제스는 곰방대를 물고 연기를 뿜었지만[55] 이내 식어들어 곰방대를 다시 집어넣었다.

다음으로 희준은 베스파에게 모제스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여기까지도 억지로 동행한 그는 당연히 왜 그래야 하냐했지만 디아스가 복직시켜줄 수 있다는말에 거절하지 못했다. 빨리 그곳을 떠나고 싶었던 모제스는 희준에게 잡아올 뒤틀림들의 이름을 들었고[56] 그 중에서 도시전설급인 꿈의 세탁소를 선택했다.[57] 좀 더 놀다가도 된다는 디아스의 말을 무시한채 모제스는 자리를 떠났다.

홀로 저택의 테라스에서 곰방대를 피고있던 와중 에즈라가 다가와 괜찮냐고 물었다. 수명을 대가로 하는 푸른 숨을 사용했을 때 모제스를 위했던만큼 화냈던 그녀는 마음이 가라앉자 그 방법밖에 없었음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에즈라는 다시 한번 푸른 숨을 사용하지 말아달라 간절하게 부탁했고 모제스는 자신도 목숨은 아깝지만 모두가 더 살기위해 일부를 희생했을 뿐이라고 그녀를 달래주었다.

아침이 되자 준비를 마친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 디아스는 안부 인사를 희준에게 맡긴채 일찌감치 떠난 상태였고 희준은 언제나처럼 가만히 있던 유리아에게 곰인형인척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자신은 모제스가 출발한 후 L사 둥지 근처에 우제트의 전초기지를 세우기 위해 준비하러 간다고 밝혔다.

조수인 에즈라가 썩 운전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는지 조금 걱정되었지만[58] 베스파는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몰겠다며 차를 향해 걸어갔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디아스의 장난감이 된 그의 모습에 모제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희준을 손짓으로 대충 쫓아낸뒤 차는 앞으로 나아갔고 그다지 유쾌하지않은 여행이 시작되었다.

2.29. 통행

베스파가 돌아와 운전석에 앉았다.
자신있게 나선게 허세가 아니었는지 베스파의 운전실력은 더할나위없이 훌륭했다. 안정적인 승차감 속에서 모제스는 어떤 방해도 받지않고 희준에게 받은 서류를 읽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이미 알고있는 L사 둥지에 대한 부분을 대강 넘기자 그들의 첫 타겟인 꿈의 세탁소에 대한 정보가 드러났다.

“평범한 코인 세탁소. 하지만 그 세탁소를 이용하고 나면… 다른 사람이 된다?”
옆에 있던 유리아는 그 부분을 소리내어 읽었고 조수석에 앉은 에즈라는 예전에 갔던 학교를 떠올리며 장소형 뒤틀림이라고 추측했다. 뒤틀림에 대한 경험이 적은 베스파와 유리아가 모르는 눈치로 보이자 모제스는 에즈라에게 설명을 넘겼고 그녀는 가방속을 뒤적이더니 누가봐도 소유주를 알만한 스티커로 범벅이 된 노란색 노트를 꺼냈다.

가르칠 생각에 즐거워진 에즈라는 유리아를 후배, 베스파를 막내라고 칭하며 설명을 시작했는데[59] 요점은 간단했다. 뒤틀림이라는 이형의 존재와 발현 이전에 감지하고 원인을 알아내 해결하는 뒤틀림 탐정이 하는 일이었다. 이때 베스파가 이미 발현한 뒤틀림도 해결이 가능한지 모제스에게 묻자 그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다음 설명을 시작했다.

모제스는 뒤틀림의 진행 정도를 잠복기, 초기, 중기, 말기로 분류했고 명칭처럼 그녀에게 있어 뒤틀림은 일종의 질병이었다. 단지 보는 것만이 아니라 뒤틀림이 진행될수록 모제스는 그것의 부가적인 현상까지 경험했고 지금도 베스파의 뒤틀림인 벌의 날개가 움직이며 내는 희미한 바람까지 느꼈다. 날개가 보이지도 않는 다른 이들은 느낄 수 없는 감각이었다.

그렇게 설명하던 와중, 베스파가 다음은 나중에 듣자며 차를 감속했다. 차 주위로는 서서히 안개가 끼기 시작했고 가던 도로위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안개가 끼었다는 건 L사 둥지에 근접했다는 뜻이었지만 동시에 일행은 장애물과 조우했다. 베스파가 창문을 내리자 근접해온 여성은 자신들을 흑운회라 밝히며 통행세를 요구했다.

베스파는 상황이 탐탁지 않았는지 눈을 감고있었고 에즈라는 차원 가방을 꺼낸채 언제라도 싸울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하지만 폭력적인 수단을 선호하지 않는 모제스는 그들이 원하는대로 200만안의 통행세를 지불하라고 지시했다. 순순히 거금을 지불하는 모습에 돈이 많다고 생각했는지 1000만안으로 인상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무리는 없었다.[60]

지불이 끝나자 그녀는 자신을 부조장 유리라고 소개하며 에즈라에게 흑운회 관할을 지나갈 수 있는 통행증을 주었고 마음에 들었다며 다음에 자신의 이름을 대고 술이라도 먹으라고 말했다. 별 문제없이 끝나는듯한 분위기에 모제스가 안심하던 찰나, 유리는 짧은 인사를 끝으로 차에 있는 사이드 미러에 담배를 지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인내심이 박살난 베스파의 주먹에 맞아 머리통이 날아갔다.

베스파는 그대로 차에서 내려 사이드 미러에 묻은 담뱃재를 닦았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흑운회 무리가 대처하기도 전에 먼저 칼을 뽑아들어 달려들었다. 불특정 조직과의 싸움이 후일 걸림돌이 될까 우려하던 모제스의 입장에서는 좋지못한 사실이었다. 잠시후, 그가 운전석으로 돌아오자 모제스는 다음에 피를 본다면 자신부터 죽여야할거라며 경고했고 베스파는 무심하게 노력하겠다고 답한뒤 운전을 시작했다.

2.30. 수다

나중에 뒤틀림 백과사전이라도 하나 내시겠군요.

2.31. 꿈의 세탁소

마치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해결과 같다.

2.32. 벼락인간

저 멀리서 보라빛 사람의 형체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2.33. 신경증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주위 사람들을 갉아먹고 휘두른다.

2.34. 뒷골목의 밤

그리고 누구도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2.35. 영역

어느새 이날 했던 생각이 몇 없는 내 소망이 되었다.

2.36. 탄환

회전하며 아주 천천히 에즈라를 관통하고 있다.

2.37. 소음

!@#%@!#$!@#@!#@#$^#$@&

2.38. 안개의 사수

입은 없지만, 저 나불대는 목소리를 들으면 재잘되는 입이 보이는 것만 같다.

2.39. 에드가

에드가가 지른 악에 받친 소리가 지하실을 울렸다.

2.40. 정의 집행

찰나가 정지하듯 느릿한 움직임이 눈앞에 펼쳐졌다.

2.41. 호텔 라리에르

저 저녁 인사는 내게 하는 말이 아니다.

2.42. 혈귀

다시 이 개체들에 대한 공식을 재정립할 시간이 필요하겠어.


[1] 묘사를 보아 하늘에 대한 동경을 품다 그대로 날아가 버리는 듯.[2] 성능 자체는 단순하게 '요정'이 열쇠 구멍으로 들어가 문을 열어준다고만 언급된다. 하지만 뒤틀림 같은 어중간한 것보다 괴물 같다고 표현한 걸 보아, 기술의 일부에 불과하거나 도시의 문은 생각보다 열기 어려운 것 같다.[3] 돈을 하루만에 보내준 걸 보니 츠바이가 일처리를 대충한 것 같다느니, 날개나 협회가 왜 이렇게 미적지근하게 대처를 하냐는 등의 이야기. 모제스는 결국 대부분은 피아니스트와 달리 도시질병급도 안된다며, 오히려 조직에게 죽는 피해자가 더 많을 것이라 말한다.[4] 충격을 가한 물체를 부분적으로 얼리는 공방의 아이템.[5] 잊혀진 가족이 죽었다면 죽인 범인에게 복수해야 한다고 말하던 의뢰 당시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 결말을 생각한다면 더 비극적이다.[6] 딱 봐도 낙서 수준으로 조악해 보이긴 하나 모제스가 '이게 지도냐' 면서 난감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큰 태클을 걸지 않는 것으로 보아 얼추 모양은 맞는듯 하다.[문제] 17) 3명의 인간을 믹서기로 갈아내면 10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 2명의 인간으로 15의 에너지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체해야 할까요?|23) 철수는 미술가가 되고 싶어 합니다. 철수가 가야만 하는 날개에서는 미술가를 필요치 않아 합니다. 이때, 철수가 죽여야 하는 꿈은 몇 명일까요?|45) 작은 인간이 모여서 만들어진 큐브가 있다. 큐브 공장에서는 생산량을 맞춰야만 한다. 눈알 하나를 짜내서 육각형을 만들 수 있다. 왼눈의 외심을 O라 할 때 네 변의 길이가 4m인 큐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른쪽 눈이 몇 개 필요할까?[8] 보이는 면적보다 많은것을 수납할 수 있는 인벤토리.[9] 충격량 면적을 확산해서 피해를 입히는 공방의 아이템.[10] 양손에 낀것은 알라스 장갑으로 가속도를 최대 5배 증폭하는 공방의 아이템.[11] 순간적으로 무게를 늘리는 기능이 있는 공방의 아이템.[12] 이에 모제스는 붉은안개와 만난적은 있다 말하고 여기까지는 유리아를 그저 훌륭한 기술자로만 여기고 있던 에즈라는 맞장구치며 그녀의 의견에 동의할 뿐이었다.[13] 에즈라는 187cm, 유리아는 172cm, 모제스가 156cm로 유리아는 여성치곤 작은편도 아니며 셋중에 작다면 모제스의 키가 제일 작다(...)[14] 유리아는 애초에 돈을 벌기위해 조수로 들어온게 아니었고 돈은 모제스에게 들어오기 전에도 장인 기술자로서 실컷 벌었다.[15] 모제스는 아메 사무소에 소속된 지인인 카오루가 추천했다고 짐작했다.[16] 여기서 유리아가 회사에 수면실이 왜 있냐고 묻자 에즈라는 당연하다는듯이 야근을 엄청하는 악덕 회사니까 라고 과장의 면전에서 까내린다(...). 당황한 과장은 요즘 회사는 다 그렇다고 둘러대긴 하지만.[17] 유리아가 왜 이렇게 어둡냐고 하자 에즈라는 또 당연하다는듯이 잠자는 곳이라 그렇다며 받아쳤다.[18] 당분간 아이 같은 에즈라의 비위를 맞춰주려했던 모제스는 속으로 약간 말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다.[원문] 아치따야므우까리꾸레뚜리라마리다뮤폐쿠리튜베으먀드뷰히야아치따야는므까리꾸레뚜리라마리다뮤폐쿠튜그베으먀드뷰히야아치날따야므까리꾸레뚜을리라마리다뮤폐쿠튜기베으먀드뷰히야다아치린따야므까다리꾸레뚜리라마그리다뮤날폐쿠튜베으먀드뷰히야아이치따야므까리오꾸레뚜리라마면리다뮤폐모쿠튜베으먀드뷰두히야아치따야바므까리꾸레뚜라리라마리다뮤폐볼쿠튜베으먀드뷰히야아것치따야므까이리꾸레뚜리라마리다다뮤폐쿠튜베으먀드그뷰히야아치따야므까하리꾸레뚜리라나마리다뮤폐쿠튜의베으먀드뷰히빛야아치따야므까을리꾸레뚜리라우마리다뮤폐쿠튜베으리먀드뷰히야아는치따야므까리구꾸레뚜리라마리다뮤폐원쿠튜베으먀드뷰히받야아치따야므을까리꾸레뚜리라것마리다뮤이폐쿠튜베으다먀드뷰히야[20] 싸우는 두 사람이 질려가는 모제스는 둘다 칭찬해주겠다며 안경을 내놓으라고 한다.[묘사] 3m는 족히 되어 보이는 크기. 여섯 개의 팔. 폭발할듯한 근육. 해골 머리. 벌려진 입에서 새어 나오는 푸른 불. 나를 노려보는 붉은 눈. 형상을 완성한 것이 난해한 자세를 취한다. 이것은 완벽하게 적대적이다. 순간 본능적인 공포가 우리들을 압도한다. 유리아가 내 옷자락을 잡았다. 에즈라의 눈빛이 바뀌었다.[22] 그 외골격에 에즈라가 이상한 스티커를 붙여 유리아는 잠시 화를 내지만, 곧 에즈라의 말을 듣고 할말을 잃는다.[23] 파괴가 아니라 공간 자체를 소멸시킨것에 가깝다.[24] 조금전의 전투로 에즈라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 유리아는 그녀를 인정하고 '선배' 라는 낯선 호칭으로 부르며 몸이 괜찮은지 안부를 물으며 같은 조수로서 먼저 온 선배로 모시겠다고 했다. 이전의 예의없는 태도와 완전히 다른 유리아의 언행에 에즈라는 순간 자신을 부르는줄도 몰랐으며 얘 어디 뒤틀렸냐며 모제스에게 묻기까지 했다(...). 어찌됐든 둘의 사이가 좋아졌으니 모제스에겐 잘된거지만.[25] 다만 반응을 보면 모제스의 말에 망설임없이 따르는 에즈라와 달리 유리아는 좀 반강제적으로 간듯하다.[녹음] ‘지금쯤 깨어나셨겠군요.' '이 말을 들을 때면, 당신은 태영물산 지하 15층에 있다는 것일 테죠.’ ‘묻고 싶으신 게 많으시겠죠.' '그래요. 당신은 언제나 제 말을 믿고 따랐죠.'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에요. 왜 제가 여기서 당신과 대화를 하고 있을까요? 당신의 귀여운 조수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떻게 저는 뒤틀림을 이용할 수 있을까요?’ ‘그러실 테죠. 그래도 이것 하나만큼은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이 회사에서 일어난 일들. 목적은 단 하나, 당신에게 제가 실마리를 찾아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당신이 쫓는 그 뒤틀림. 이곳에서 보셨듯 이제 저는 뒤틀림을 이용할 수 있어요. 모제스, 당신이 속죄할 수 있는 길이 조금은 보이는 것 같지 않나요?’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저를 향한 당신의 증오는 별 볼 일 없었을 거예요.’[27] 고등 기술이 적용된 물건 보존장치.[28] 이때 유리아가 곰인형의 몸으로 팔짱을 끼자 에즈라는 그 모습이 귀여운듯 어쩔줄 몰라한다[29] 인간의 몸을 차원 가방에 넣으면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한다.[원문2] “제가 졌…” “당신… 옳….” “…디아스..”[31] 또한 태영물산에서 곰방대에 묶은 리본은 신비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실험작이며 지하에서 시전한 붉은 점을 예로들어 모제스의 신비가 자신이 봐온것중 가장 강했다고 한다.[32] 물론 유리아의 몸은 곰인형이었기에 모제스는 곰인형과 악수하는 모양새가 되었고 웃겼는지 실소를 터트렸다.[33] 에즈라 성격상 금기 사냥꾼이라는 소개에 유리아를 찾아온걸 눈치채고 혹여나 말실수라도 할까봐 겁먹은채 기다리라고만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34] 에즈라가 짐작한 베스파의 실력은 한희준 이상 희준은 2급 해결사이니 베스파도 최소 2급 이상의 해결사라는 뜻이다.[원문3] “넌 노래를 부르고 싶을 뿐이었어.” 가시를 뽑는다. “집에서는 언제나 혼자였지.” 가시를 뽑는다. “학교에서 노래를 들어주는 친구들을 사귀었구나.” 가시를 뽑는다. “직접 만든 노래를 친구들이 들어주는 것이 즐거웠어.” 가시를 뽑는다. “어느 샌가부터 친구들이 달라졌구나.” 가시를 뽑는다. “너의 예쁜 목소리만 좋아하던 친구들이었어.” 가시를 뽑는다. “목소리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네가 만든 노래에는 관심이 없었구나.” 가시를 뽑는다. "그런 이유들로 친구들이 질투했다고 생각했어. 미움받는다고 생각했구나.” 가시를 뽑는다. “그래서 화가 났어. 너도 친구들이 미워졌구나.” 가시를 뽑는다. “그래서 페이, 너는 일방적으로 친구들을 밀어냈어.” 가시를 뽑는다. “어느샌가 외톨이가 되었구나.” 가시를 뽑는다. “페이. 널 고통스럽게 하는 인어들은 네가 만들어낸 환상이야.” 가시를 뽑는다. “너는 스스로 아파하고 분노를 쏟아낼 공간을 만들어낸 거란다.” 가시를 뽑는다. “친구들의 미움도 그럴지 몰라. 직접 마음을 부딪혀 봐야 한단다.” 가시를 뽑는다. “혼자서만 지레짐작해서 만들어내는 의심과 분노는 자신을 죽일 뿐이야.” 나는 계속해서 가시를 뽑았다. 내 귀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다.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타인으로부터 거절당한 계열이다.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그 속에서 분노를 삭인다. 분노는 어디로 나가지 못하고 자신의 살과 뼈를 깎아가지. 마지막 가시를 뽑는다. “앞으로도 살면서 이런 일이 많을 거란다. 부디 자신을 헤치지 말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야 할 용기를 가져야만 한단다. 분명 그 과정은 지금처럼 고통스러울 테지. 그때마다 나에게 연락하렴. 같이 고민해보자꾸나.”[36] 나이가 50 가까이 되는 모제스는 수치심이 들었는지 정말 이렇게 가야하냐며 말했지만, 베스파는 퇴근 빨리하고 싶어서 시간이 없다며 피곤한 기색을 드러냈다.[37] 웬만한 사람이라면 베즈파가 맞은 에즈라의 발차기에 몸이 터져 죽었어야 정상이라고 한다.[38] 여기서 에즈라가 사타구니를 3번이나 공격했다는 묘사가 나와 이때 베스파가 고자가 되었다거나 이미 고자라서 아무렇지 않은거냐는 밈이 생기기도(...)[39] 이때 에즈라는 나오자마자 부상당한 몸으로 숨돌릴 틈도 없이 귀신같이 다친곳이 아프진 않냐며 모제스를 걱정한다.[40] 이때 장뢰의 웃고있는 영정 사진을 보고 모제스는 전에 해결했던 장의사를 떠올린다.[41] 평소의 쾌활한 태도와는 달리 목소리까지 떨리며 부담스럽게 느낀다.[42] 에즈라가 11구에 가기전부터 남부 음식을 먹고싶다며 노래를 불렀으니 그런 속마음을 알고서 말한듯하다.[43] 모제스가 스스로를 모모라고 소개하자 에즈라는 에에(...) 라고 한다. 보면 알 수 있듯둘의 이름 첫글자를 두번 반복한 것, 생각할 시간이 없었거나 평소처럼 모제스를 따라한듯.[44] 먹성이 발동한 에즈라는 메뉴를 전부 시켜보자고 말하지만 모제스는 손을 꼬집으며 제지한다. 울상을 짓는 게 아주 귀엽다.[45] 에즈라는 처음에 꼬미가 뭐냐고 말했고 모제스가 알지않냐고 눈치를 주자 미라고 잘못 말해버렸다.[46] 에즈라도 물어본 모제스의 말에 동의하는듯 했으나, 알고보니 그냥 시킨 음식들을 먹으면서 하는 맛평가였다(...)[47] 사실이었지만 모제스는 내심 에즈라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다고 생각했다.[48] 관찰에 몰두하느라 얼을 탄건지 요리를 못하기 때문인지 이때 모제스는 설탕과 소금을 헷갈려했는데 일에 섬세한 모제스의 성격상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49] 디시에서 누군가가 이 내용을 댓글로 예언했다.[50] 유리아는 이를 보고 골든 리트리버도베르만이 싸우는 것 같다고 평했고 우연히도 모제스는 속으로 똑같은 생각을 하고있었다.[51] 그럼에도 굳이 물었다는 건 어쩌면 모제스는 베스파가 팔을 먹어치운걸 어렴풋이 짐작한듯 하다.[52] 소위 공주님 안기라고 말하는 그것, 에즈라는 이렇게 안는 게 대처하기 편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분위기상 그냥 모제스를 그렇게 안아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이었던것 같다.[53] 이 말을 듣자 에즈라는 먹다말고 고개를 저으며 부정의사를 표한다.[54] 디아스가 의완을 두고 만드느라 돈을 많이썼다고 하자 거짓말을 안하는 그녀의 성향과 엄청난 재산을 알고있는 모제스는 보통 의완이 아니라고 짐작했다.[55] 베스파는 식사중에 담배피지말라며 노려보고 디아스는 반대로 얼마든지 피라며 방관한다.[56] 꿈의 세탁소, 벼락인간, 도서관, 어제의 약속, 8시의 서커스, 톱니교단, 식인 샌드위치[57] 희준은 도서관도 도시전설이라 했지만 모제스는 느낌이 안좋다며 거절했다.[58] 멀미약을 챙겨야하나 정도로 말하는 걸 보면 사고가 날걸 우려하기보단 거칠게 운전하는듯 하다.[59] 이때 에즈라가 막내라고 부를때마다 화를 참는 베스파의 미간에 핏대가 하나씩 선다. 나중에 밝혀진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에즈라보다 어린건 맞았지만 상대가 나이값을 못해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60] 본래 금전에 집착하는 성향이 아니기도 하지만 돈이 넘쳐나는 디아스를 빽으로 둔 시점에서 모제스는 아까워하지 않았다. 반대로 얼마나 있든 돈을 밝히는 에즈라는 지불하는 내내 울기까지하며 아까워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