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자

선우정아의 사랑 노래는 힘이 세다. 지겹게 있어 달라고, 절대 먼저 떠나지 말아 달라고(‘백년해로’), 더 많이 사랑해달라고, 사랑한다는 말을 자꾸 듣고 싶다고(‘구애’) 넘쳐흐르는 마음을 결코 둘러 가려 하지 않는 곧고 강한 그의 사랑은 이제 상대에게 함께 도망가자 권한다. 닳고 닳은 뻔한 사랑의 도피가 아니다. 손을 내밀면 기꺼이 잡아주는, 지친 어깨를 언제든 안아주는, 그 모든 방황이 끝난 뒤 씩씩하게 다시 여기로 돌아오자 말하는, 감히 영원을 말하고 싶은 사랑.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웅장한 현악으로 절정을 휘몰아치는 스케일 큰 발라드 안에서, 선우정아도 그가 오래 노래해온 씩씩한 사랑도 모두가 주인공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김윤하 (2021 최우수 알앤비 & 소울 - 노래 노미네이티드)

장르를 초월한 이가 내공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할 만큼 자신의 깊이를 더할 때, 무엇보다 그것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풀어냈을 때 줄 수 있는 감동은 실로 엄청나다. 특히나 가장 보편적인 언어로, 솔직하면서도 따뜻한 표현으로 담아냈기에 더욱더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시국이 더해져 묘하게 더욱 가사가 현실과 맞물렸지만, 비단 이러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일상에 위안과 힘을 주는 곡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박준우 (2021 올해의 노래 노미네이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