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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5-07 03:37:42

누쿠히바섬 식인종 사건

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사건 사고 관련 서술 규정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개요2. 내용

1. 개요

2011년경 독일인 스테판 라민(40)과 그의 여자친구 아이케 도르쉬(37)가 여행을 다니던 중에 남태평양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누쿠히바섬에서 원주민 가이드 아리하노 아이티에게 공격당한 사건. 라민은 살해당했고 도르쉬는 성폭행을 당했다.

2014년 5월에 범인이 28년형을 선고 받고, 범죄 사실을 시인하고 항소하지 않음으로써 해당 사건은 막을 내렸다.[1]

2. 내용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사건은 일반적인 여행자 갈취 사건인데, 서구 언론이 원주민 식인 사건으로 와전시켰다. 폴리네시아 군도에 식인종들이 사는 섬이 있다는 전설을 들은 기자들이 찌라시에 써낸 괴담을 외부에서 재생산한, 인종차별적 서술의 전형적인 예이다.

독일인 여행객 스테판 라민과 아이케 도르쉬는, 누쿠히바 원주민의 전통 염소 사냥을 체험하기 위해 현지 가이드인 아리하노 아이티를 고용했다. 아이티는 라민을 데리고 함께 숲으로 들어갔으나, 저녁 무렵 숲에서 홀로 돌아온 아이티는 라민에게 사고가 났다면서 도르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녀와 숲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이티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 나무에다 체인으로 도르쉬를 묶어놓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그는 도르쉬의 안면에 총을 겨누면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그녀를 협박했으나, 도르쉬는 아이티에게 필사적으로 저항해 가까스로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났고, 네덜란드인의 도움을 받아 보트를 타고 섬을 겨우 빠져나왔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이 숲에서 수색작업을 벌인 결과, 섬의 한 계곡에서 타다 남은 잿더미와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보철 치아 및 턱뼈가 발견되었으며, 유전자 감식 결과 이는 실종된 스테판 라민의 것으로 밝혀졌다.

체포된 아이티는 스테판이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증언했으나, 현지 법원은 이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는 평화로운 휴양지가 하루 아침에 식인종의 섬으로 전락했으며, 누쿠히바섬은 아직까지도 일반인이 들어가면 안 되는 세계에서 위험한 섬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한술 더 떠 '누쿠히바 원주민들 사이에는 아직까지도 식인풍습이 내려오고 있으며, 이들이 맹신하는 종교 의식의 일환으로 라민이 살해당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라는 식의 차별적인 가짜뉴스를 더 선, 데일리 미러 같은 곳에서 게재를 했고, 나무위키를 비롯한 국내 인터넷에선 이것을 그대로 퍼나르면서 재생산했지만, 당연히 결론은 허구였다.

경찰은 수사 종료 후, 식인 증거를 부인했으며, 당연히 누쿠히바섬의 전통과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일단 누쿠히바섬 자체가 식인처럼, 괴악한 풍습을 유지하고도 무사할 정도로 고립된 지역이 아니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노스센티널섬처럼 외부 행정력이 닿지 않는 완전 고립 지역이 아닌,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마르키즈 제도에 속한다. 즉, 자치정부의 관할하에 제대로 관리를 받고 있다는 소리.

누쿠히바섬은 이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지금도 평범하게 관광객을 받고 있으며, 트립어드바이저엑스페디아 같은 여행 전문 사이트에서 리조트와 가이드 예약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근에는 미국 방송국에서 서바이벌 쇼 촬영 현장으로 캐스팅한 적도 있다.

또한, 섬 전체 인구는 3,000명 남짓으로, 이 중 5%는 섬 태생이 아닌 외지인 프랑스 출생자이며, 많은 주민들의 종교는 가톨릭을 믿고 있다. 즉, 독자적으로 반문명적 풍습을 유지해도 괜찮을 정도로 지리적·사회적·문화적으로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당장, 아리하노 아이티가 범행을 저지르고 달아나자, 자치 정부에서 파견한 헌병이 들이닥쳐서 온 산과 숲을 뒤졌다.

오죽하면, 범인의 정체가 뻔함에도 누쿠히바 현지인들이 저 해괴한 찌라시에 화가 난 나머지, 일시적으로 범인인 아리하노 아이티를 변호했을 정도로, 현지인들의 분노를 샀던 씁쓸한 사건이었다.

[1] https://www.tahiti-infos.com/Affaire-Ramin-Arihano-Haiti-condamne-a-28-ans-de-reclusion_a1013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