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의
녹색식민주의(green colonialism)는 선진국가에서 환경 보호나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개발도상국의 생태환경을 일방적으로 개입하거나 지배하는 행위를 비판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완전히 정형화된 정의가 있다기보다는 비판적 답론으로 발전 중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2. 관련개념(용어)
2.1. 그린워싱
그린워싱(Greenwashing)은 기업이나 정부, 기관 등이 실제로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도, 겉으로는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거나 홍보하는 행위를 말한다. ‘초록(Green)’과 ‘눈속임(Whitewashing)’의 합성어로, 위장된 친환경 마케팅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기업이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나 탄소중립 등을 내세우며 환경에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변화 없이 홍보와 이미지 개선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화석연료 기업이 나무심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경우,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친환경 포장’이라고 광고하는 행위, 실질적 감축 없이 탄소배출권만 구매하는 방식의 탄소중립 선언 등이 있다.
그린위싱은 소비자와 투자자를 기만할 수 있으며, 실제로 환경 개선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 등에서 그린위싱을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3. 등장배경
녹색식민주의라는 용어는 기존의 식민주의적 권력 구조가 ‘환경 보호’라는 새로운 이름 아래 재등장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유래했다. 특히 유럽 국가나 국제기구, 다국적 NGO들이 개발도상국이나 토착민 지역에 ‘보존’,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개발’ 등의 이름으로 개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환경이라는 도덕적 명분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기존 식민주의와 유사한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 개념은 특히 다음과 같은 흐름 속에서 등장하게 되었다:
• 기후변화 대응의 국제화: 1990년대 이후 교토의정서, 파리협정 등을 통해 기후 대응이 국제정치 이슈가 되면서,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감축 목표를 간접적으로 대신 수행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됨.
•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 프로젝트의 확산: REDD+, 생태관광, 탄소배출권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토착민의 토지, 생계 활동, 문화권과 충돌하면서, 환경 정책이 새로운 방식의 지배 기제로 기능함.
• 서구 중심 환경 담론에 대한 비판의식: 환경보호 기준, 자연관, 생태계 가치 평가 기준 등이 서구적 관점에 기반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적·생태적 세계관을 배제한다는 인식이 확산됨.
이러한 배경 속에서 ‘녹색식민주의’라는 개념은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 기후 정의(Climate Justice), 토착민 권리 운동 등과 연결되어 비판적 논의의 중심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3.1. 재생에너지 자원 확보 경쟁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기차 배터리나 태양광 패널 등에 필요한 광물 자원의 수요가 급증했다. 이러한 광물은 주로 아프리카,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 매장되어 있으며, 선진국 기업들이 이들 지역에서 자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녹색식민주의(Green Colonialism)는 21세기 들어 기후위기 대응과 생태 보호 담론이 강화되면서 동시에 나타난 비판적 개념이다.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일부 환경 정책과 국제 프로젝트가 현지 공동체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외부 권력이 지역 자원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이 개념이 주목받게 되었다.
3.2. 탄소 배출권 거래와 생태계 보전 프로젝트
3.3. 대규모 재생에너지 인프라 건설
4. 사례
4.1. 탄자니아 마사이족 강제이주 사례 (2022년)
4.1.1. 배경
2022년, 탄자니아 정부는 Ngorongoro 보호구역 및 Loliondo 지역의 일부를 국립공원 및 사파리 관광지로 지정하면서, 이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마사이족(Maasai) 수천 명을 강제 이주시켰다. 탄자니아 정부는 해당 조치가 “환경 보호” 및 “생태계 복원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하였다. 특히 이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어 국제적 생태 보호 구역으로 주목받고 있었다.그러나 마사이족 공동체는 해당 지역이 자신들의 전통적 거주지이자 방목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제이주는 생존권과 문화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하였다. 수천 명의 마사이족 주민들이 거주지를 떠나야 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마사이족 주민 간의 충돌로 부상자와 체포자도 발생하였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 특히 유엔 인권 전문가들과 여러 국제 NGO들은 탄자니아 정부의 조치를 “녹색식민주의(Green Colonialism)“의 대표 사례로 비판하였다.
4.1.2. 반응
2022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는 공식 성명을 통해 “마사이족 주민에 대한 폭력적인 퇴거와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생태 보호를 빌미로 한 토착민 탄압”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환경 보호가 인권 침해의 정당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탄자니아 정부는 해당 비판에 대해 “지속 가능한 생태 관광과 자연 자원 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항변하며, “마사이족에게는 대체 거주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마사이족 측은 대체 거주지가 전통 생활 방식과 맞지 않으며, 생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정부 주장을 반박하였다.
4.1.3. 녹색식민주의와의 관련성
이 사건은 환경 보호와 토착민 권리가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로 간주된다. 서구 자본과 연결된 사파리 관광업체, 사냥 허가 업체 등이 이 지역 개발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 중심의 생태 담론이 제3세계의 토착민들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해당 사건은 학계 및 국제 시민사회에서 녹색식민주의(Green Colonialism)의 대표적 실천 사례로 인용되고 있다.4.2. 케냐 올페제타 보존구역 토지 분쟁 (2010년대~)
4.2.1. 배경
올페제타 보존구역(Ol Pejeta Conservancy)는 케냐 중부에 위치한 사설 자연 보호구역으로, 주로 야생동물 보호 및 생태관광 사업을 위해 운영된다. 이 구역은 유럽 및 미국의 자선 재단과 NGO, 환경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설립·유지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멸종 위기종인 북부 흰코뿔소 보존으로 유명해졌다.하지만 이 지역은 과거부터 현지 농민들과 목축민들이 방목과 경작지로 사용해오던 땅이었고, 보호구역 확대와 함께 많은 주민들이 이주를 강요당하거나 접근을 제한당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현지 주민들의 생계 기반이 무너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물·초지 접근권 문제로 보호구역 경비원과 주민 사이의 충돌도 발생했다.
4.2.2. 반응
올페제타 측은 “지역 사회와 상생을 도모하고 있으며, 주민들에게 일자리와 교육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역 주민들과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접근이 형식적인 참여와 보상만 제공하는 위선적인 구조라고 비판했다.국제 학자들과 언론들은 이 사례를 두고, 서구 주도의 생태 보호 사업이 실질적으로는 토지를 통제하고 주민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규모 보존구역의 구조가 식민지 시절 ‘게임 리저브’(Game Reserve) 시스템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4.2.3. 녹색식민주의와의 관련성
이 사례는 녹색식민주의(Green Colonialism)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형식상으로는 멸종위기 동물 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존이라는 고귀한 목적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운영 방식은 서구 자본과 환경 NGO들이 중심이 되어 토지를 통제하고, 현지 주민의 권리와 생계는 부차적으로 취급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특히 보호구역 운영에 있어 토착민의 자율적 의사결정권이 거의 없고, 생계 활동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이는 환경 보존을 빌미로 한 토지 식민화이자, 서구 환경 담론의 일방적 적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4.3. 노르웨이 사미족 풍력발전소 분쟁
4.3.1. 배경
2020년 4월 , 수세기 동안 순록을 몰아온 토착 사미족의 조상 땅인 사프미에에서 새로운 풍력 발전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 노르웨이의 전기 생산량의 약 98%가 재생 에너지원에서 나오지만, 이것이 사미족의 생계에 미친 영향은 쉽게 간과된다. Oyfjellet 풍력 발전소는 이 지역 사회가 직면한 첫 번째 침해가 아니다. 땅에 있는 다양한 수력 발전소는 목초지를 줄였고, 물 댐의 불안정한 얼음을 건널 때 무리가 더 큰 위험에 노출되었다. 특히 겨울철에 순록은 종종 약해지고 위험에 처해 있으며, 특히 임신한 어미와 새끼 송아지의 경우 더욱 그렇다.4.3.2. 녹색식민주의와의 연관성
5. 비판 및 논의
5.1. 환경 보호와 인권의 충돌
환경 보호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지지만, 실제 정책 실행 과정에서는 토착민, 농민, 저소득 공동체의 거주권과 생존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환경 보호와 인권 사이에 직접적인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예를 들어,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에서는 산림 보존을 이유로 국립공원이나 자연보호구역이 지정되면서, 오랫동안 해당 지역에 거주해온 토착민들이 강제로 이주당하거나 생계 수단인 방목, 사냥, 농업 활동이 금지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탄자니아 마사이족의 강제이주, 브라질 REDD+ 프로젝트로 인한 원주민 생계권 제한, 노르웨이 사미족의 순록 방목지 침해 등이 있다.
국제 인권 규범, 특히 유엔 토착민 권리 선언(UNDRIP)은 토착 공동체의 자율성과 전통적 영토 사용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많은 환경 정책들은 이러한 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추진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후 정의(Climate Justice),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 등의 개념이 부각되며,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서 인권을 포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5.2. 국제 환경기구와 자본의 역할
녹색식민주의 논의에서 중요한 비판 지점 중 하나는, 국제 환경기구와 다국적 자본이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개발도상국의 자원과 정책 결정권에 간접적으로 개입한다는 점이다.예를 들어, 세계은행(World Bank),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다양한 서구 환경 NGO들은 개발도상국에 기후 재정과 기술을 지원하는 한편, 산림 보존, 탄소배출권 거래, 재생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의 동의 없이 토지를 보호구역으로 전환하거나, 자연 자원을 통제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권력의 비대칭성이 드러나게 된다.
또한, REDD+ 프로그램을 비롯한 탄소상쇄 메커니즘은 선진국 기업이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고도 개발도상국의 산림 보존을 대가로 ‘탄소배출권’을 구입할 수 있게 하여, 결과적으로 환경 비용을 남반구에 전가하는 구조가 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서구 중심의 환경 담론이 개발도상국과 토착 공동체의 현실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적용되는 구조로 이어지며, 환경 보호라는 외형 아래 사실상 자원 지배와 정책 간섭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녹색식민주의의 구조적 특징 중 하나이며, 단순한 인권 침해를 넘어선 국제 권력 불균형 문제로도 해석된다.
5.3. 개발도상국의 시각
녹색식민주의와 관련된 담론에서 개발도상국은 종종 수동적 피해자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이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갖고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일부 개발도상국은 선진국 중심의 환경 규범과 기후정책이 자국의 산업 발전을 제약하고, 빈곤층과 토착민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은 국제 협약에서 역사적 배출 책임의 차이를 강조하며, ‘공동의 그러나 차등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원칙을 주장해왔다.
또한, 기후 재정과 기술 이전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환경 프로젝트가 외부 자본의 이익을 중심으로 설계되며, 지역 공동체는 배제되는 구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브라질, 케냐, 탄자니아 등지에서는 토착민과 지역 NGO가 정부의 개발 우선주의와 외부 환경기구의 개입을 동시에 비판하는 이중적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편, 일부 개발도상국 정부는 자국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거나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오히려 환경 담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국내 공동체와 충돌을 빚는 경우도 있다. 탄자니아의 마사이족 강제이주 사례나, 브라질 REDD+ 프로젝트에서 나타난 현지 반발은 이러한 내부 권력 간 균열을 드러낸다.
결국 개발도상국의 시각은 단일하지 않으며, 국가, 지역 공동체, 시민사회 사이에 이해관계와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녹색식민주의 문제는 단순한 ‘외부 vs 내부’ 구도로 설명되기 어렵고,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