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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8-31 20:08:36

그레나즈 바드미

파일:N6NZyGE.png


1. 아스타드 왕립 유랑극단

에피소드 1 '바드미 가문'의 주인공. 흔해빠진 세계관 만화의 엘름이 저술한 책에서도 나왔는데, 여기선 욕심이 매우 많아 자기 맘에 드는 게 보이면 '갖고싶다!'라며 다짜고짜 빼앗으려고 드는 똘기 넘치는 인간으로 묘사되었으며 남쪽 바다로 여행을 떠났다가 바다 너머에 세계의 해답이 있다고 주장하는 페이코라는 예쁜 유령을 만나서 '다시 나에게 오면 기둥 서방으로 삼아줄게'라는 말을 듣고 육지로 쫓겨난 이후, 페이코와 검열삭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세계의 해답을 찾기 위해 다시 여행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고 저술되었다.

세글렌(당시는 아글렌)의 유력 가문의 장남으로, 개국공신인 율리안 바드미의 고손자이며 어릴 때부터 총명한 인물이었다. 모험심이 매우 강했던 그는 어느날 서재에서 고조할아버지가 남쪽 바다에서 괴물과 신의 싸움을 목격했다는 얘기를 보고 단번에 매료되었고, 언젠가 자신도 그곳으로 가는 날이 오길 바라며 무럭무럭 꿈을 키워갔다. 장자였던 만큼 세글렌의 재상직을 물려받아 잠시 일하기도 하였지만 지루해진 그레나즈는 편지 한장만 남기고는 세브나의 해적 소굴로 들어가 그들을 휘어잡고 몇년만에 국가 무역을 마비시킬 정도로 악명높은 해적 선장으로 군림하게 되나, 그레나즈가 사라진 후 재상직을 떠받은 동생한테 걸려서 대번에 체포당했다. 그래도 가족이라고 얌전히 잡혀준 모양이다.

본래라면 당장 사형당해 마땅했으나, 재상의 형이라는 위치 때문에 다들 미적거리는 사이 해적들이 사실 세브나의 사략 함대나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을 이용. 그들에게서 훔쳐낸 몇몇 기밀을 대가로 사형을 면하게 된다. 그 정보를 토대로 아글렌은 세브나를 내분시켜 정복하는 것에 성공. 그 공로로 마침내 모든 죄를 사면받게 된다.

드디어 기회를 얻었다고 여긴 그레나즈는 주변의 만류로 아랑곳않고 돈과 선원을 구해 남쪽 바다로 향했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소용돌이도, 괴물도, 신도, 아무것도... 크게 실망한 그레나즈가 결국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날의 밤. 웬 낡아빠진 배가 달려와서는 그대로 받아버려서 그레나즈의 배를 침몰시킨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배에 올라탄 그의 앞에 곡도를 든 유령과 입이 험한 새가 나타나 그레나즈의 영혼을 빼앗고 돌려받고 싶거든 다시 오라는 말과 함께 그를 배 밖으로 걷어차 쫓아낸다.

율리안 바드미의 허황된 얘기만 믿고 고집을 부리며 떠난 그레나즈는 가뜩이나 평이 좋지 않았는데, 배도 선원도 전부 잃어버리고 혼자 돌아와서는 하다못해 전해지는 얘기와도 전혀 상관이 없는 유령 따위나 운운하니 모두가 그레나즈를 미쳤다고 여겼고, 특히 동생은 매우 거친 욕설과 모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배를 사고 선원을 고용할 돈마저 탕진한지 오래였던 그는 시장바닥을 전전하며 거지같은 몰골로 살다가, 그 꼴을 보다 못한 동생이 차라리 법전 작성이라도 도와달라고 찾아왔고, 그레나즈는 승낙한다. 그가 집필한 일곱권의 책[1]은 지금도 세글렌의 통치에 쓰일 정도로 뛰어난 것이었고, 그동안 부대끼며 쌓인 감정도 풀린 동생은 두사람 형제가 이제야 화해했다고 여겼지만….

그레나즈는 끝까지 동생의 뒷통수를 쳤다.

그레나즈는 일부러 재산 상속법 부분만 애매한 조항들로 채워놓고는 동생이 눈치채기 전에 가문의 재산을 빼돌려서 줄행랑을 놓았다. 충분힌 돈을 손에 넣은 그레나즈는 마침내 다시 남쪽 바다로 갈수 있게 됐다고 환희에 잠기지만, 그 순간 몇년 전 항해에서 귀환했을 당시, 그레나즈에게 핀잔을 놓은 한 선원의 말을 떠올린다.
"그 이상한 모험에 같이 갔다가 뒈지면 어쩌겠다는 거야? 적어도 내 처자식이 대충 먹고 살만한 돈이라도 벌어놔야 뭘 하든가 말든가 하지."
"소용돌이건 유령 해적이건 무슨 상관이지? 결국 남쪽 바다로는 갈 수 없다는 뜻이잖아. 그리고 만약 거길 지나간다고 해도 대체 뭘 발견한다는거야?"

그리고 마침내 깨닫는다. 왜 자신의 조부가 두번 다시 바다로 나가지 않았는지를….

율리안 바드미의 모험 이전, 통일되기 전의 세브나와 아글렌은 하루가 멀다하고 모험가들이 남쪽으로 출항해서는 실종되어 사라지기 일쑤였다. 바다 건너에서 힘을 키우는 나라들이 언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와중에 이런 멍청한 모험으로 계속 사람을 잃어 국력이 소모되는 상황을 삼귀족은 더는 두고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강제로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바다에 대한 공포를 심어줘야 했고, 율리안 바드미의 모험담은 그런 계획에 착안해 최후의 순간까지 철저히 꾸며진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평생을 바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새파란 거짓말이라는 사실에 깊은 절망감을 느낀 그레나즈. 그러나, 그렇다면 그곳에서 만난 유령 페이코는 대체 뭐였는가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고, 절벽에 멍하니 앉아 한참을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다가 동생에게 돌아가 자신이 한 짓을 고백하고 빼돌린 돈을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동생은 조금 화를 내다가 이 인간이 웬일로 사과를 다 하니 놀라서 선선히 사과를 받아주었다. 집을 나와 한참동안 해변을 걷던 그레나즈는 버려진 작은 배 하나를 주워 재료를 구해 배를 수선하고, 약간의 개조를 더해 아침 해가 떴을 때 홀로 자신의 고향을 뒤로 하고 떠났다. 이후 페이코를 다시 만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자신의 조부인 율리안이 사람들이 바다에 나가지 못하도록, 정확히는 이 이상 세글렌에서 새로운 권세가가 나오는걸 막고자 모험담을 퍼트린 것과는 반대되게도 그 자신은 사람들로 하여금 개척해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도록 일부러 이러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퍼트린 걸로 보인다.

아마 영혼이야기는 눈가림이고 예언을 듣고 세글렌이 어떻게 대국 사이에서 처신해야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했을 확률이 높다. 이 가정이 맞다면 복귀해서 썼다는 7권의 책은 호흐반드,세글렌의 통치바이블인 소국론임이 확실시 된다.
동생아, 네 설득에도 불구하고 말없이 떠나는 나를 용서해다오. 나를 걱정하지 말거라. 걱정하길 바라는 것이 사치일 수도 있지만 혹시나 해서 적는다.
이번이 나의 마지막 여행이 될것이며...설령 이번에도 내가 운좋게 살아 땅에 닫는다고 해도 조용히 나는 다시 또 떠날 것이니.
아마도 너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항상 그래왔으니까. 내가 널 이해 못하듯, 너 또한 나를 이해해줄 필요는 없다. 너나 남들이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나는 시간이 지나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이해받지 못하는 꿈에 남들이 희생당하는것은 부당하는 것이 그것이다. 나는 그래서 홀로 떠난다.
네가 항상 볼멘소리로 말하듯, 나는 언제나 꿈에 빠져 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어렸을 적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인생을 살면서 한 선택들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내 본성을 외면하지도, 거부하고 싶지도 않다.
난 알고 있다. 그 꿈이 내 코앞에 있다는 것을.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이 세계의 비밀이 남쪽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그 꿈을 나는 갖고 싶다. 남들이 아무리 허황된 꿈이라고 말해도 내가 직접 손에 쥘 수 있는 것을 아는데 내가 어찌 포기할까?
아! 갖고 싶다!

2. 흔해빠진 세계관 만화 시즌2

놀랍게도 남쪽 소용돌이의 앵무새와 미녀 '페이코'와 재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약속대로 선원으로 일하고 있다.


[1] 세간에는 6개의 주제만 알려져 있어 라프너가 의문했다. 새벽을 얽매는 뱀에서 알려지지 않은 7번째 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