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동호회에서 '핀'이란 초점이 피사체에 맞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구라핀'이라고 하면, 특히 캐논의 중급-보급 DSLR에서 반셔터를 눌러 AF[1]를 실시하면, 초점이 정확히 맞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부저음(삐릭)이 울리며 초점이 맞았다고 나오는 일이 잦아, 이를 두고 카메라가 주인에게 '구라'를 친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AF 기술에 있어서 정확도는 이미 80년대 후반부에 충분한 수준에 올라왔고, 그 이후로 카메라 업계에서는 측거점 개수를 늘리거나 범위를 넓히는 위주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와서도 AF가 제대로 맞지 않아 사진을 망치는 카메라가 있다는 것으로 캐논 사용자들의 불만이 컸다. # 이것은 기술적인 한계가 아니었는데, 니콘은 물론 펜탁스 등 다른 군소 메이커의 카메라에서도 이런 문제는 없었고, 정작 캐논에서도 1D 계열의 고급기는 구라핀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캐논 중급-보급 DSLR을 쓰는 유저는 사진을 찍기 전에 반셔터를 여러 번 누르는 버릇을 자기도 모르게 갖게 되었다. 카메라에서 초점이 맞았다며 나오더라도 셔터를 뗐다가 반셔터를 다시 누르면 카메라가 초점을 재검토하고(..) 올바르게 초점을 맞출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해결법도 풍경이나 정물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캔디드 사진을 찍거나 동체추적을 할 때는 자기도 모르게 초점이 나가 실패한 사진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큰 문제는 초점이 나갔다는 사실을 현장에서는 모른다는 점이다. 촬영을 종료하고 집이나 작업실에서 실패한 사진을 확인하면 때는 이미 늦다.
한편, 캐논에서는 DSLR의 구라핀 문제와 함께 핀교정 문제도 있는데, 엄밀히 말해 둘은 별개의 문제이다. 니콘은 올바른 초점 교정의 절대적인 기준이 있기 때문에 핀이 나간 바디나 렌즈가 있다면 그것만 센터에서 교정하면 나머지 소지한 바디 및 렌즈와 초점이 다 맞는다. 그러나 캐논은 초점 교정에 절대값이 없으며 상대적으로만 교정하기 때문에, 핀이 나간 바디나 렌즈가 하나라도 있다면 소지한 바디와 렌즈 전부를 센터에 맡겨서 초점을 일치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 핀교정 문제는 구라핀 문제와 별개이므로, 핀이 올바르게 교정된 바디와 렌즈의 조합에서도 구라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1dx와 5d mark3이후로 개선된 af시스템 덕분에 이전 세대와 같은 수준의 구라핀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캐논 RF 마운트에 와서는 구라핀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악랄하게 급을 나누는 캐논의 특성상 RF 마운트도 보급형 모델이 나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EF-M 마운트의 경우 구라핀에 관한 불만이 있으며 #, AF에서 위상합치 수준을 너그럽게 인정하여 초점 나간 사진이 나온다는 의혹이 있다.
[1] Auto-Focus. 자동 초점 맞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