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휠체어 그네'는 장애 아동이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놀이 그네를 말하며, 2014년 성악가 조수미의 기부 활동으로 국내에 처음 알려졌고, 국회의원 김경수의 법안(휠체어그네법) 발의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 아동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정부 차원의 안전기준 미비로 고철 취급을 당하며 철거되었고, 이 소식이 널리 알려져 비난 여론이 나오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중앙정부에 의해 안전기준이 마련되고 시행령이 공포되어 재설치 되었다. 처음 국내에 설치된 2014년 당시에 1대 가격이 1천만 원이 넘었을 정도로 고가의 놀이기구이며, 일반 그네의 앉음판 자리에 가로 80㎝, 세로 120㎝가 넘는 철판이 있다.휠체어 그네 사진과 설명
2. 성악가 조수미의 기부
휠체어 그네와 관련된 국내 인물 키워드는 처음부터 현재까지 성악가 조수미[1]이다. 공연을 위해 해외 방문이 많았던 조수미는 “2012년 호주 캔버라의 쿠메리 장애어린이학교에서 처음으로 휠체어 그네를 보고 한국의 장애 어린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국내에 제작사가 없어서, 수소문 끝에 아일랜드의 한 회사(지엘존스플레이그라운즈)에 직접 주문한 후 3개월에 걸친 어려운 배송 과정을 거쳐 2014년에 처음으로 부산신항을 통해 국내에 들여오게 되었다. 조수미가 처음으로 기부한 2대의 휠체어 그네는 <푸르메 어린이재활센터> 옥상과 <과천시 장애인복지관>에 각각 설치되었다.2014년 관련 기사3. 국내 제작 성공 및 난관 봉착
-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성악가는 휠체어그네 제작 및 배송의 어려움 때문에 기부를 연이어 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2014년 신문 기사를 통해 이러한 사연을 알게 된 놀이기구 제작업체 ‘보아스코리아(경남 김해 소재)’의 김종규 대표는 직접 휠체어 그네를 만들어 보기로 하고 1년 정도 시간을 투자하여 도전한 끝에 마침내 휠체어 그네 국내 제작에 성공했다.
- 국내에서도 휠체어 그네를 제작했다는 소식은 조수미 성악가에게도 전해졌다. 조수미는 휠체어 그네 1대를 만들어 달라고 보아스코리아에 의뢰해 2015년 12월 경남의 장애어린이들에게 기증했고, 여러 후보지 중 경남 창원의 장애인 거주시설 '풀잎마을'에 설치됐다. 이후 경남도교육청에서도 휠체어 그네 2대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진주 혜광학교, 창원 천광학교에 설치했다. 2016년 9월에는 조수미 씨가 다시 휠체어 그네 1대를 더 만들어달라고 해서 세종특별자치시의 공립특수학교인 누리학교에 기증했다. 또한 2016년 11월에는 서울의 한사랑학교가 휠체어 그네 1대를 구입했다. 이렇게 해서 보아스코리아가 만든 휠체어 그네 5대가 전국에 설치되었다.파일:조수미휠체어그네2.png
- 장애 아동들이 기뻐하며 그네를 타는 것을 지켜본 지 얼마 되지 않은 2017년 3월 말, 휠체어그네가 설치된 학교에서 갑자기 업체에 ‘철거해 가라’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검사기관인 <㈔한국장애인이워크협회 한국시험검사기술원>의 검사원이 "휠체어그네가 놀이기구 안전검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휠체어 그네는 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여서 2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는 놀이터 안전 정기검사에서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라며 연구원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학교에 요구한 것이다.
- 업체는 이러한 요구에 수긍하여 인증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측은 "우리나라에는 휠체어 그네 등 장애어린이를 위한 놀이기구 시설·기술 기준이 없다. 휠체어 그네를 어린이놀이 시설·기술 기준에 적용할 수 없다"라고 했다. 제도 마련은 정치권에서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김 대표는 국민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장애인 놀이기구 인증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국민안전처는 '휠체어 그네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의 안전인증대상 어린이 놀이기구가 아니다. 아예 검사 대상이 아니다. 설치검사 및 정기시설 검사 등의 의무도 적용되지 않는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아울러 행정부에도 이 문제를 정확히 담당하는 부서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2017년 관련 기사(휠체어그네, 언제쯤 다시 탈 수 있나요?)
4.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 휠체어그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노력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국회의원(=민선 7기 경남도지사와 동일인, 20대 국회 당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경남 김해을)이 2017년 8월 휠체어그네를 포함한 장애아동 맞춤 놀이기구 지원을 위한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이 법안은 ‘휠체어그네법’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2]
- 김경수는 조수미 성악가의 선행 소식과 안타까운 철거 소식을 뉴스에서 접한 후, 국회의원이 되어 직접 법안을 발의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경수가 발의한 법률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아동 특성에 적합하게 제작된 놀이기구 설치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고, 이러한 놀이기구 설치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함과 동시에 책임을 지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3]
- 김경수 의원은 “우리나라 장애어린이를 위한 놀이기구의 법적·제도적 근거와 기준이 미비해 안전기준과 관리 주무부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법 개정으로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기구 보급이 늘어 장애어린이들의 ‘놀 권리’가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법 개정안 발의와 별도로 <장애아동 놀이기구 안전기준> 마련을 위해 국가기술표준원 등 중앙정부(문재인 정부)의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2017년 김경수(전 경남지사, 당시 국회의원) 인터뷰
- 그러나 이 법안은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2017년~2020년 시기)가 여소야대[4] 상황이었기 때문이다.(2017년 12월 기사)문재인정부 법안 줄줄이 막힌 국회, 국회선진화법 있어도 예산안조차 통과 안 돼 주요 법안 심사를 위한 상임위원회 자체가 열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고, 진영 논리에 매몰되어 파행을 거듭하면서 '최악의 개점휴업 상임위'라는 평가가 나오던 시기였다. 제때 만들어져야 할 법안이 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임기 만료 폐기되는 가운데 김경수의 ‘휠체어그네 법안’ 역시 국회의원들에게 버림받는 신세가 됐다.낙제점 받은 20대 국회
5. 시설 방치 및 철거 논란
- 안전 기준 미비를 이유로 2019년까지 전국에 있는 휠체어 그네 대부분이 철거되거나 고철로 처분됐다. 2020년 5월 종료된 20대 국회, 2024년 5월 종료된 21대 국회에서 휠체어그네 법안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행정부 역시 2023년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 휠체어 그네 철거 소식이 퍼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안전 기준을 만들면 될 일 아닌가’, ‘공무원들의 게으름이 선행을 뭉개고 있다’ 등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장애인 관련 단체도 나서 어른들의 무책임이 장애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빠른 개선을 촉구했다.
- 2023년 5월 22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소프라노 조수미씨에게 공개 사과했다. 조씨가 세종의 특수학교에 기증한 휠체어 그네가 교육 당국과 안전인증 관련 기관들의 무관심 속에 고철로 처분됐다는 보도에 따른 것이다.#
6. 안전기준 마련 및 재설치
- 휠체어 그네 안전기준 마련을 위한 노력을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이다. 김경수 의원의 법안 발의 및 제안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국가기술표준원은 2021년부터 1년여간 연구 용역과 공청회를 거쳐 개정안을 마련한 후 2022년 6월에 행정예고도 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 간 조율로 시행이 늦어지는 바람에 결국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없었다.
- 윤석열 정부로 넘어온 후 2023년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와 제품안전심의회를 거쳐 ‘안전인증 대상 어린이 제품의 안전기준 개정안’ 재행정예고를 하게 되었고, 장애 아동이 휠체어 그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약속도 했다.[5]
- 국가기술표준원은 재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안전인증 대상 어린이 제품의 안전기준 개정안’을 확정·고시했고, 행정안전부는 2023년 10월 31일부터 행안부 고시 <어린이놀이시설의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과 산업부 고시 <안전인증대상 어린이제품의 안전기준>이 ‘시행’된다고 밝혔다.9년만의 기준 시행(kbs뉴스)
- 정부 고시에 따라 휠체어 그네는 그네 하부 끼임사고 방지를 위한 그네-지면간 최소 간격(230mm)을 유지해야 하고, 휠체어 없이 이용하는 등의 오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개폐식 울타리를 조성해야 하며, 휠체어 무게를 고려한 탑승 최대무게(160kg) 등을 준수해야 한다.
- 언론보도와 여론에 따라 부랴부랴 안전 조치를 마련한 감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이러한 절차를 거쳐 전국에 다시 휠체어 그네가 설치되어 조수미의 선행이 결실을 거두게 되었다.쫓겨났던 그네 7년만에 재설치
7. 여담
- 안전인증을 내줄 수 없다는 인증기관과 관련 기준 마련을 두고 관련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세종누리학교의 휠체어 그네는 고철로 팔려 나갔다. 이 같은 사실은 산업통상부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휠체어 그네' 안전규제 심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 2018년 8월 31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휠체어 그네 설치 행사를 크게 홍보하며 개최했는데, 안전 기준 미비로 타지역에서는 철거가 이뤄지는 가운데 서울시에서는 새 그네를 설치한 셈이었다. 타시도에 비해 서울시가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주목도가 높아진 면은 있지만, 근본적인 상황 개선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1] 지휘자 카라얀으로부터 ‘신이 내린 목소리’ 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는 조수미는 공연 수익을 기부하는 등 지금까지 많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특별히 2012년에는 자동차 모델료 8,000만 원 전액을 푸르메재단에 어린이재활병원 건립비로 기부하며 장애어린이를 위한 각별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2] 김경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아동복지지원법 개정안에는 김병기, 김정우, 김철민, 김현권, 민홍철, 박남춘, 박정, 박주민, 서형수, 소병훈, 위성곤, 임종성, 조승래 의원(가나다 순) 등 모두 14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3] 2017년 휠체어 그네를 통해 맺어진 인연 덕분에 조수미는 김경수가 경남 도지사에 당선된 후 <함양산삼엑스포>를 주관할 때 명예홍보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4]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임에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데다, 안철수의 '국민의 당' 및 유승민의 '바른 정당'이 다당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문재인정부의 인사 정책은 물론이고 주요 법안 마련이나 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만 했다. 당대당 협치가 절실한 상황이었으나 정치적 공방으로 인해 실제로 '일하는 국회'가 되지 못했다.[5] 개정안은 비장애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내용도 보완했다. 그네 하단과 지면 사이 끼임사고 방지를 위해 일정 간격(230㎜)을 확보했고, 그네 모서리에 충격 흡수 물질을 추가하는 한편 주의 경고 표시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