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灰色分子. Fence Sitter소속, 정치적 노선, 사상적 경향 따위가 뚜렷하지 아니한 사람.
2. 상세
중도주의는 회색분자라고 볼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중도주의 문서 참고.유명한 명제적 오류 흑백논리에서 등장한 단어다. 흑백논리에서 사람들은 흑이나 백으로 나뉘는데 회색분자는 박쥐처럼 흑과 백이 섞인 사람 혹은 흑백이랑 엮이지 않는 중립론자나 신중론자를 표현하는 말이다. 사실 분자는 상대를 무척 경멸하는 표현이다. 반동분자나 불순분자라는 용어만 봐도 답이 나온다. 줏대 없이 이리 붙고 저리 붙거나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고로 평범한 사회생활이나 정상적인 토론회에서는 나올 리가 없는 단어다. 전술했다시피 흑백논리, 정치 극단주의를 전제로 파생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으로 대표되는 연고주의와 냉전 시대처럼 이념론 같은 경우에서 엄청나게 등장한다. 이를 테면 과거 공산권에선 마르크스-레닌주의에 관한 것으로 소련과 중국, 심지어는 북한까지 끼어들어 서로 회색분자라고 욕질을 했으며[1] 매카시즘 역시 반동분자라고 불리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중도좌파는 물론 중도우파까지 회색분자로 취급하여 사실상 빨갱이라고 위협한 경우가 있다.[2]
회색분자라는 말은 쓰이지 않지만 이 개념은 정치, 사회, 심지어는 가정 등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서 등장한다. 사실상 흑백논리 자체가 '니 편 아니면 내 편'에서 왔기 때문에 둘 다 친하게, 혹은 잘 지내려는 사람들은 회색분자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생활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철새처럼 유리한 쪽만 골라서 다니는 사람은 기회주의자라고 비판을 받는다. 다만 인류 역사를 정확하게 따지면 이러한 회색분자들이 올바른 경우가 더 많다. 가령 현대 선진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복지국가도 20세기 중반까지 회색분자처럼 대접받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선 복지라는 개념을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사회주의의 관문으로도 여기기도 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선 마르크스-레닌주의 노선을 어기고 자본주의에 타협한 수정주의처럼 여겼다. 하지만 대공황으로 대표되는 시장의 실패와 냉전 종식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권역의 붕괴로 회색분자가 아니라 중용으로 대접받았다. 결국 어리석은 인간이 자신을 두둔하지 않으니까 당사자를 깎아내리려고 만든 소리다.
게다가 점차 다원화되는 현대사회에선 흑, 백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환경 문제인데 환경이 파괴되는 것은 큰 문제지만 정말 원초적 자연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기계를 다 끄고 고기를 적게 소비하거나 급진적 생태주의자의 주장처럼 인간을 대규모로 말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가장 접하기 쉬운 정치도 마찬가지다. 어느 시대던지 전쟁이 터진 이유는 서로의 입장을 공유할 수 있는 중간입장이 없어서 발생한 오점인 경우가 많다. 무조건 누군가의 편에 붙는 흑백논리를 중재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중립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 뿐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 편에 붙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 괜히 중립국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심리적으로도 회색분자가 건강하다. 어느 한 쪽의 진영논리에 갇혀있는 사람은 반드시 심리적으로 지치기 마련이기 때문에 내가 너무 한 쪽 편만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다른 진영의 목소리도 들어보거나, 자기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
힘과 이윤 때문에 극단으로 치우치고 다른 극단과 서로 혐오하는 것 때문에 중도파들이 해를 입곤 하는데 그 둘은 얻어맞는 중인 중도파를 지적한다. 물론 중도파의 탈을 쓰고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흐려 극단에 힘을 실어 주거나 사회 공익이 아닌 일부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정치적 무관심자가 자기합리화를 위해 중도파라고 자처하거나 기계적 중립, 양비론, 양시론 만능주의에 빠져서 양 극단의 허위 균형을 만들어 놓고는 자신은 그 책임을 면피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는 제대로 된 중도파가 아니다.
3. 비유
사실 이러한 사람을 지칭할 때는 우유부단한 사람이란 표현을 더 많이 쓴다. 영어로는 fence sitter, 즉 (흑백을 가르고 있는) 담장에 앉아있는 사람이라고 부르는데 역시 뭔가를 정하지 않은 우유부단한 사람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일상생활, 특히 식생활에서 어떠한 종류를 두고 이도저도 선택을 못 하여 어정쩡한 선택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물론 단체생활에서 회색분자는 다툼을 중재해 주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게 개인생활까지 적용된다면
조석은 마음의 소리에서 반반치킨이야말로 회색분자의 선택이라고 했다. Wony는 골방환상곡에서 짬짜면은 남자답지 못한 거라고 했다.
4. 관련 문서
[1] 북한은 이때 중국의 개방주의 등을 싸잡아 비난했지만 자신들은 규약에서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삭제하고 주체사상을 만들어 버려 사실상 회색분자 이상의 반동분자가 되어버렸다.[2] 경우에 따라 적대진영보다 더 적대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는 적대진영보다도 먼저 척살해야 하는 존재부터 더 나아가 적대진영이 없애기 전에 우리가 먼저 없애야 하는 존재로 여기기도 한다. 슬프게도 이 논리를 극단적으로 충실하게 이행했던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제주 4.3 사건이다.[3] 글자 그대로 흑과 백의 경계에 있으며, 회색을 상징하는 포켓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