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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실습항해사는 항해사가 되기 위해 약 1년간 실습을 해야하는 국제법에 의거해, 지정교육기관 및 실무상선에서 항해사의 업무와 이론을 학습하는 학생신분을 의미한다.2. 교육
한국의 경우, 한국해양대학교, 목포해양대학교, 한국해양수산연수원(3급 & 5급) 그리고 해사고등학교에서 교육을 받게된다. 대학생의 경우 3학년이나 4학년 때, 학교 소속의 실습선에서 6개월 내의 교내실습을 실시한다. 남은 6개월은 실제 해운사에 위탁해 상선에 승선하여, 실제 업무를 비롯한 항해술과 갑판관리, 화물관리 등을 배우게 된다.연수원도, 비슷하게 연수원 소속의 실습선에서 교육을 받은 후, 위탁상선에서 남은 실습을 하게 되고, 해사고 또한 학년 수만 다를 뿐, 과정을 비슷하거나 동일하다.
실습항해사는 항해사라는 명칭이 붙지만, 엄연히 학생이자 교육생의 신분으로 아직 자격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임을 명심해야한다.
국제법 상, 해기사(항해사와 기관사 통칭하여 부르는 명칭)는 1년 이상의 STCW에 의거한 지정교육기관에서의 전문교육을 이수해야만 해기면허를 갖출 수 있다. 그러므로 무조건 상선이든 학교실습선이든 1년 이상의 실습기간을 인정받아야만, 해기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일단 필기시험부터 합격해야한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신체건강하고 해기면허취득 조건을 갖춘, 지정교육기관에서의 교육생이라면 실습항해사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해운사는 매년 국가로부터, 해기사를 채용할 수 있는 TO를 받게 되는데, 실습생 또한 해운사에서 TO를 받아 운용한다. 보통 1년에 한번이나 두번씩, 매 학교에 해운사가 찾아가 취업박람회을 개최하는데, 이때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선종이나 가고 싶은 회사를 선택해 실습의 기회를 얻게된다. 물론, 여기서 정해지는 건 아니지만, 일단 자기가 가고 싶은 실습해운사를 미리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보통 회사의 복지나 봉급, 혜택, 그리고 근무환경 등을 보게되는데.. 당연히, 성적 순이다.
3. 실습생활
일단, 상선이 아닌 학교나 위탁교육기관에서의 실습을 보자면 개꿀이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상선에서 실습하는 거에 비하면 날로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동기들과 같이 생활을 하기도 하거니와, 일단 실습선은 상선과 달리, 사람을 태우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의 선박이다. 선원들과 교육생들의 생활조건을 고려해, 넓은 방과 공용구역, 그리고 편의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다. 교수나 교관들이 같이 승선해, 선내에 있는 교실(보통 대강당이나, 강의실이 따로 갖추어져있다)에서 이론학습을 실시하고, 실제로 한달에 몇 번 항해를 수행하면서 수기로만 배우던 이론을 실제로 경험해 볼 수 있다. 또한, 최신식 항해기기와 통신설비, 그리고 시뮬레이션이 달려있는 선박도 있다한다. 요즘 나오는 따끈따끈한 실습선들은 톤수도 크고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어, 많은 학생들의 만족도고 높다 한다.아무튼, 6개월 간, 동기들과 항해를 수행하면서, 외국에 나가기도 하고, 교수님이나 교관님들과 친해지면서, 자신이 크게 사고치지 않고 열심히 배우고자 한다면, 편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이때 자신이 배에 맞는지 안맞는지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항해를 하다보니 멀미에 약한 친구들은 조금 날씨가 안좋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크게 당황하거나 바다에 자신이 맞지 않다는 걸 알 수도 있다. 물론, 멀미는 극복해야하는 조건이지만.. 사람마다 멀미의 증상은 원인이 다양하기에, 알아서 판단하길 바란다.
코로나가 한창 심할 때는 외국으로의 항해가 제한되어, 연안항해만 하던 때가 있었지만, 22년도부턴 그래도 외국에 한 두번씩 나간다 한다.
해양대학교의 경우 각 학교 당 실습선이 두 척정도 있고, 해사고는 각 한척, 연수원도 한 척으로 배정되어있다.
결론, 학교배는 개꿀이다. 자신이 신체건강하고 동기들과 잘 지내고, 교수님, 교관님 말씀따라, 이론을 병행한 실무학습을 잘 한다면, 최상의 환경에서 좋은 실습을 할 수 있다. 물론, 어딜가나 자신의 의지가 없다면.. 답이 없는 문제다. 어차피 상선에 나가서 실습하면 학교배에서 배우는 거에 비해 엄청난 어드밴티지가 있지만, 이왕 탈 거 열심히 해서, 배울 수 있는 거 잘 배워서 삼등항해사가 되었을 때, 잘 활용하는 게 이득이다.
4. 상선실습
학교배가 꿀인 이유는 상선실습에 비해 몸도 마음도 매우 편하기 때문이다. 우선 학교실습선은 정부와 학교가 교육을 목적으로 지은 배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많은 사람을 태우고 운항하기 위한 특숙목적의 선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상선은 단어 그대로 상업을 위해 만들어진 선박이다. 선박을 운항하여 이익를 내기 위함이기에 학교실습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선종에 따라 다루는 화물도 다를 뿐더러 배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잔뼈굵은 탑클라스 선기장부터 일항기사, 이항기사, 삼항기사 이하 부원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자신은 이 배에서 가장 경험이 적고 업무지식이 없는 선원도 아닌 그렇다고 승객도 아닌 애매모호한 위치에 있다는 걸 인지하게된다. 더욱이 선기장 이하 대부분의 직원들은 실습생이 올라와도 자기 할 일만 하지 신경쓰지 않는 경우도 존재하며 정말 일정이 촉박한 경우 출항 후 일주일이 지나서도 아무것도 해볼 수 없었다라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요즘은 선내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편이며(물론 케바케)학교나 선사에서도 실습생에 대한 부조리, 악행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는 추세이기에 배에서 폭행을 당할 일은 정말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그리고 정말 재수 없으면.. 흔히 네임드라 칭하는 또라이 항기사를 만나 실습 6개월 내내 고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본인이 정말 상선을 타고 싶은 이유를 절실히 생각해봐야한다. 집이 찢어지게 가난하거나 당장 배를 타서 돈을 벌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더욱이 자신의 성격이 매우 내성적이거나 멘탈이 비브라늄 정도가 아니라면.. 더 고민을 해보는 것이 좋을것이다. 물론 상선실습에서 배우는게 학교실습선에 비하면 정말 고퀄이고 현장 그 자체이기 때문에 비교할순 없다. 배에 대해서 정말 공부하고 싶다면 와 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절대 직원들은 실습생의 계획대로 하게 두지 않는다.
아무튼, 이미 상선실습을 결정했다면 어금니 꽉 깨물고 임해야겠지만 자신의 몸이나 마음이 다친다면.. 그건 실습을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는걸 명심하자. 이 세상 누구도 자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은 없다. 더욱이 법적으로 실습생은 배에서 다치거나 심한 경우 사망하더라도 선사로부터 100원 하나 보상받지 못한다. 그러니 첫째도 안전이고 둘째도 안전이다. 해양대나 해사고를 나왔다고해서 배를 안타면 인생 망하는거 절대 아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러니 절대 실습에 목숨을 건다는 이상한 생각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승선하지 마라. 애초에 그럴거면 그냥 학교배에서 꿀빨고 1년 반 군대가서 해경준비하는게 심적으로 100배 편하다.
대리점의 연락을 받고 터미널이나 법무부 앞에서 대기하다보면 어색한 사람들이 오는데 앞으로 5개월에서 6개월 동안 같이 승선할 사람들이다. 인사 바르게 하고 대리점 따라서 수속절차 밟고 차량으로 부두까지 이동한다. 안 그래도 마음 착잡한데..배가 보이기 시작하면 더 겸허해진다. 차에서 내리면 갱웨이를 올라 거주구로 향하게되는데 이때 사관들의 짐을 실습생에게 많이 떠넘긴다. 사관침실은 주로 어퍼덱기준. C덱이나 D덱에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선박이면..
그렇게 짐을 옮기고나면 땀을 뻘뻘흘린채 BCR이나 선장실에 찾아가 선기장님 그리고 일항기사, 당직이항사나 삼항사를 조우하게된다. 그리고 이때 실항기사를 흘겨보며 기선을 제압한다. 첫날부터 괄약근에 힘 빡들어간다
짐을 풀 틈도 없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작업화 끈을 묶는데 그냥 대충하고 다녀라 몇 일지나면 오지게 더러워진다. 그렇게 다시 옷을 갖춰입고 BCR로 내려가면 일항사와 당직항해사가 근무하고 있은데 괜히 뻘줌하게 서 있지말고 구석 의자를 찾아 앉아서 명령대기하다보면 알아서 온다. 그럼 커피나 차 드릴까요 하며 정중히 여쭙고 시키는대로 하면된다. 요새는 2주정도 체험만한다고 하는데 배마다 바로 당직배치시키기도 하고 아님 학교에서 준 절차대로 해주기도한다. 늘 말하지만 배는 정말 케바케다
일항사나 이삼항사가 뭘 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처음엔 들리지 않을 것이고 이해도 안될 것이다. 물론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처음 배에 오르면 익숙하지 않은 상선분위기와 구조 그리고 특유의 기름냄새와 환경때문에 긴장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몸이 잘 못된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거니 걱정은 하지 말자. 한 3일에서 4일 지나면 익숙해지고 출항하면 무뎌진다. 그렇게 접안이 끝나고 첫 출항. 대부분의 선장은 실항사를 선교에 배치시켜 아무것도 하지 않게한다. 가르칠 의사가 없는게 아니라 괜히 뭘 시켰다간 사고칠게 뻔하고 다칠 확률이 높아서 그런거니 그냥 가만히 출항과정을 지켜보면된다. 시키더라도 잔심부름이거나 커피, 복사 정도다 출항 후에는 일이삼항사 당직 중 하나를 서게되며 그때 업무를 차근히 배워간다. 우선 항해부터 가르치고 그 다음은 서류 순인데 이건 선종이나 회사마다 다르니 그때그때 실수하지 말고 잘 배우면된다. 일이나 서류나 항해는 사실 5개월에서 6개월 정도 타다보면 자연스럽게 익히게되는데 주저하지 말고 본인이 직접해보겠다고 어필하면 다 좋게봐준다. 뭐든 해봐야 아는 것이고 백문이 불여일견인 법이다.
일이나 서류보다 사실 더 중요한건 사회생활이다 대부분의 실항기사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고 자신의 성격이 내성적이라면 더더욱 그럴것이다.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많이 마시지 않고 노는 것도 알아서 잘 노는 사람들이라면 젤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배가 더 많으니 여기가 문제라는거다. 솔직히 실습 때 뿐 아니라 초임 삼항기사도 짬 넘치는 일항기사도 인간관계는 늘 힘들다 세상의 모든 사람과 다 잘 지낼수는 없는 법이지만 배는 더더욱 그 갈등의 골이 심하다. 6개월 내내 24시간 얼굴을 맞대야하고 사실상 출퇴근의 개념이 없는 배에서는 그런 사회관계의 문제가 정말 심각해질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배는 고립된 철창없는 감옥과 진배없다. 모두가 하하호호 지낸다면 베스트지만 한번 물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왜 학교 선배들이 3년도 안 돼서 관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실항기사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버틴다 여기서 관두면 애매해지고 평판도 평판대로 나락가기때문이다. 해운계는 좁디좁은 고인물사회라 한번 평판이 나쁘게 퍼지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본좌도 실습때 오지게 고생했다. 물론 버티면 승자긴하다 배에선 내가 남거나 남이 가거나 내가 가거나.. 버티는 자가 이기는거다. 이 관계에 대해서는 굳이 더 장황히 설명해봤자 도망치는 해대생과 해고생이 더 많아 질테니 생략한다. 아무튼 안 맞으면 그냥 튀자.. 인생 뭐 있다고 이런 고인물의 세상에서 내 자신을 낭비하겠는가? 아 물론 이 모든 것은 대부분의 항기사들이 느낀 실습경험을 기반으로 쓴 글이기에 너무 이것만 정답이라 생각하는건 금물이다. 사람마다 실습에 대한 좋은 추억, 나쁜 기억은 다 있는 법이니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