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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8 05:08:41

영구채

신종자본증권에서 넘어옴
永久債
Consols[1]
Perpetual Bonds

1. 개요2. 성격3. 한국

1. 개요

원금의 상환 없이 이자만 영구히 지급하는 채권. 즉, 만기가 없는 채권. 하이브리드 채권, 혹은 신종 자본 증권이라고도 한다.

영구채는 일반적으로 30년짜리의 매우 긴 만기를 가지고 있다. 만기가 길어서 과장해서 영구채라고 부르는 건 아니고, 만기 때 발행회사는 만기를 30년 더 연장할 수 있고 연장횟수에도 제한이 없기 때문에 영구채라 부른다. 사실상 만기가 없다는 점에서는 주식의 성격이 있고, 반면 이자부담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채권 성격을 지니고 있다.

영구채는 2, 3년 정도마다 금리가 올라가는 (스텝 업) 조건이 붙고 대신 발행회사에서는 콜 옵션(조기 상환 권리)를 가지는 경우가 보통이다. 금리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대부분 영구채 발행회사는 3~5년 뒤 최초 스텝업 시기가 오면 조기상환을 한다.

영구채 금리는 일반 회사채보다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2. 성격

실질적으로 만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즉, 특정한 조건[2]이 없다면 원금은 영원히 상환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채권이지만 국제 회계 기준 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된다. 만기 상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의결권이 없는 누적적, 비참가적 이익 배당 우선주와 유사하다. 우선주에 비해 발행이 간단하고 콜 옵션을 추가할 경우 상환도 쉽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부채 비율을 조정하기 위해 주식을 발행하지 않고 영구채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개 일반 사채보다 상환 우선 순위가 낮은 후순위채로 발행된다. 자본으로 분류되더라도 형식적으로는 채권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이자 비용으로 처리된다. 이 때문에 법인세 절감도 가능해서 우선주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경제학에서 채권을 포함한 모형을 만들 때 영구채를 가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구채는 원금상환의 의무가 없으므로 계산할 때 숫자가 간단해지기 때문. 예컨대 현재 시장금리가 R일 때, 1기 초 발행 이후 1기 말 시점부터 매 기 말에 A만큼의 이자를 지급하는 영구채의 현재가치는 무한등비급수로 계산하면 A/R가 된다. 자세한 설명

3. 한국

3.1. 영구채라고 쓰고 5년물이라고 읽는다.

대한민국의 경우, 말로는 영구채로 발행한다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5년차에 콜옵션을 걸어놓고 그 콜옵션을 무조건 행사한다는 전제 하에 발행해왔다. 이는 대한민국 회사채 시장의 낮은 신용도 문제지만 영구채, 일명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목적인 자기자본비율 유지를 위해 유상증자같은 주주 가치 희석 사태를 피하면서 최대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우회 수단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영구채라는건 결국 누군가에게서 돈을 빌려 자본을 채우는 것이기 때문에 비록 만기가 없거나 극단적으로 길다 하더라도 어느날 갑자기 채권자의 상환요청이 오게되면 상환해야하므로 자본이냐 부채냐의 성격이 애매하기도 하고, 금액이 클수록 뱅크런의 위험도 컸다. 그래서 1997년 터진 IMF 외환위기때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회생의 가장 중요한 지표였던 자기자본비율 산정때 이 영구채를 자본으로 봐도 되느냐에 대한 논쟁이 치열했고, 결국 국민의 정부가 영구채 기준을 세워 해당 조건을 충족하면 영구채를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조건은
  1. 30년 이상 채권으로 동일한 조건으로 발행자가 만기연장 권한 보유
  2. 보완자본(후순위채)보다 후순위
  3. 배당(이자) 지급율의 제한적 상향(스텝업) 가능
  4. 배당시기와 규모에 대한 결정권 보유
  5. 발행후 5년 이내에 상환되지 않아야 함
[3]

이 마지막 조항 때문에 영구채가 실질적 5년물로 인식되었다. 즉 콜옵션을 포기하고 영구채 상태로 놔두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저 5년이 지나면 영구채가 회계상 자본이 아닌 부채로 인식이 되며, 자기자본비율 악화는 물론이고 한국 자본시장의 신용문제상 언제 갑자기 저 영구채 상환요청이 들어올지 모른다(=위기의 낌새가 보이면 상환요청을 날려서 진짜 신용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도 있어서 발행자와 채권 매수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발행자가 5년 만기 콜옵션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게 전통 아닌 전통으로 자리잡아 한국 시장의 영구채는 5년차 콜옵션으로 끝나는 게 기본상식이 되었고, 이제는 이걸 안하면 상식이 없는 회사(?) 내지는 상식조차 지키지 못할 정도로 위태로운 회사로 낙인이 찍히는 수준이 되어 후폭풍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 2009년 세계 금융 위기 때 우리은행이 콜옵션 실행을 거부하자 우리은행 신용이 진짜 망하는 회사 급으로 박살이 나는 바람에 결국 6개월 뒤 콜옵션을 도로 행사하면서 간신히 잠재웠고, 2022년 흥국생명 채권사태는 흥국생명이 돈이 넉넉하진 않지만 진짜로 없는 것도 아니었음에도 콜옵션 거부 계획을 공개한 것만으로 한국 보험사는 물론 은행들까지 단체로 신용에 타격을 입는 등 파장이 심각해지자 겨우 일주일 만에 콜옵션을 실행하기로 번복하면서 사실상 항복해버렸다. #관련기사#

3.2. 그렇다면 비금융 기업은?

한국 제조 기업이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최초이다.[4] 두산인프라코어는 2012년 10월 5일, 5억 달러의 영구채를 발행하여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했는데, 금리는 미국 국채 5년물에 2.65%p를 더한 조건이었다.

이 영구채의 발행 직후, 이를 자본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붙었다.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에서 이를 부채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두산측과 의견 대립을 보였다. 이는 발행 조건이 일반적인 영구채와 달라서 발생한 문제였다. 두산은 이 채권을 발행하면서 후순위 특약을 걸지 않았고, 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스텝 업 조항을 넣었다.[5] 또한 채권자들에게 발행 5년 후 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풋 옵션을 부여했는데 상환 대금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6] 이러한 특이점 때문에 이 채권을 일반 영구채와 같이 자본으로 인정해야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이 논란은 2013년 5월 국제 회계 기준 위원회(IASB)에서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종결됐다.[7] 기타 조건과 관계 없이 영구채는 자본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와 별도로 신용평가사에서는 두산의 영구채를 부채로 분류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8] 특히 두산의 경우 17년부턴 이자부담이 5%나 추가로 올라가 버리기 때문에 안그래도 금융 비용이 순이익을 넘어서서 골치인 두산 인프라코어의 심각한 구조조정의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중.

[1] 본래 명칭은 Consolidated annuities.[2] 발행 시 일정 기간 이후 회사가 원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콜 옵션을 끼워넣는 게 대부분.[3] #출처#.[4] 이전까지 은행 등에서는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영구채를 종종 사용했지만 당시 IMF 금융위기 때문에 금융권에만 특별히 허용된 것으로 일반기업에서는 영구채를 발행한 적이 없었다가 2011년 IFRS(국제회계기준)도입후 국내 일반기업도 영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5] 5년 안에 원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연 5%의 금리가 추가되고, 7년이 지나면 연 2%의 금리가 다시 추가되는 조건으로 사실상 두산이 5년 후 콜옵션을 행사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었다.그럼 영구채가 아니잖아[6] 정확히는 채권자가 풋옵션을 행사하면 두산인프라코어가 아닌 SPC(특수목적법인)가 두산을 대신해 채권을 매입해주는 조건이었다. 대신 SPC는 매입 자금을 산업, 우리, 하나 은행으로부터 조달하고 이 때 SPC가 매입한 채권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주식 교부 청구권을 담보로 제공하게 된다. 사실상 은행에게 두산인프라코어 주식을 찍어주고 상환하는 꼴.[7] IASB의 이같은 결정에도 논란이 있었다. 두산의 영구채는 채권자들이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콜 옵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만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현행 국제 회계 기준에서도 채권의 만기가 1년을 초과하더라도 채권자가 1년 이내에 채권의 상환을 요구 할 수 있는 경우 유동부채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논리라면 두산의 영구채는 영구채가 아닌 5년짜리 비유동 채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8] 국제 회계 기준 위원회에서 자본으로 분류했는데 신용평가사에선 왜 인정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두산인프라코어 같은 부실 기업이 부채 비율 조작만을 위해 영구채라 불릴 수 없을 만큼 불리한 스텝 업 조건으로 영구채를 끌어 써 놓고 "아몰랑 이거 영구채니까 부채 아님 자본임 ㅇㅋ?" 운운 해댔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자본 인정의 근거를 다 필요 없고 영구채니까 자본이지? 하나로 밀어붙인 것. 당연히 기업 신용도의 정확한 평가가 생명인 신용평가사 입장에선 쿨하게 부채로 분류하고 신용도 떨구면 그만인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