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밝은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7-25 15:48:31

회상 속의 살인

다섯 마리 아기 돼지에서 넘어옴
1. 소개2. 등장인물
2.1. 다섯 마리 아기 돼지
3. 줄거리4. 사건의 진상
4.1. 캐롤라인은 무죄인가4.2. 진실과 진범
5. 기타

[clearfix]

1. 소개

Murder in Retrospect / Five Little Pigs

애거서 크리스티에르퀼 푸아로 시리즈 중 하나. 이번에도 마더 구스의 동요 중 하나인 '아기 돼지 (This Little Piggy)'를 소재로 삼았다. 핑크퐁 버전

국내 정발판 중 해문출판사 판본은 이 항목의 제목과 같은 '회상 속의 살인(Murder in retrospect)'으로, 황금가지판은 '다섯 마리 아기 돼지(Five little pigs)'로 나와있다. '회상 속의 살인'은 미국 출판제, '다섯 마리 아기 돼지'는 영국 출판명. 영어 위키피디아 항목은 '다섯 마리 아기 돼지'로 되어있다.

칼라 레마챈트[1]라는 여자가 푸아로를 찾아온다. 그녀의 어머니는 남편을 독살했다는 죄목으로 14년 전 유죄 판결을 받고 옥사[2]했는데, 죽기 전에 딸에게 자신은 무죄라는 편지를 남겼다는 것. 칼라는 정말로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였는지, 아니면 무죄였는지 진상을 밝혀달라고 부탁한다.

16년 전 일어난 살인사건을 이미 죽은 범인의 딸의 의뢰를 받고 주변 인물을 탐문해서 재조사하는 일종의 콜드 케이스 사건. 깔끔한 트릭과 인상적인 캐릭터, 여운이 남는 스토리 등 좋은 평가를 받는 소설이다.

2. 등장인물

2.1. 다섯 마리 아기 돼지

작은 돼지 한 마리는 시장에 갔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집에 머물렀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로스트비프를 먹었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아무 것도 먹지 못 했네.
작은 돼지 한 마리는 '꿀꿀꿀' 울었네.
제목의 "다섯 마리 아기 돼지"는 각자 사건의 관련인 다섯 명을 상징한다.

3. 줄거리

에이머스 크레일은 유명한 화가로, 당시 젊고 예쁜 소녀 엘사 그리어를 모델로 작품을 그리고 있었다. 엘사 그리어와 애미어스 크레일은 공공연한 내연관계였고, 엘사는 애미어스가 아내 캐롤라인과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할 예정이라고 거리낌 없이 말하고 다녔다. 심지어 캐롤라인의 면전에 대고 언제 짐싸서 나가냐고 말한 적도 있다.

작품이 완성되어가던 어느 날 에이머스 크레일은 차가운 맥주를 마시고는 "오늘은 먹는 것마다 맛이 역겹다"고 불평했는데, 바로 그 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독살. 애미어스가 마신 맥주는 그의 아내 캐롤라인이 가져다 준 것이었다.

범행에 쓰인 독약은 당시 크레일 부부의 집에 초대받아 온 손님 메레디스 블레이크의 것이었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캐롤라인은 자신이 자살할 생각으로 그 독을 훔쳤으나 남편이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재판 당시를 회상하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그녀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빠져나가려는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다고 증언했다. 사건은 남편의 바람에 원한을 품은 캐롤라인이 그를 독살한 것으로 종결되었고[7], 캐롤라인은 그 정상이 참작되어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받았으나 1년 후 옥사했다.

죽기 전 그녀는 딸 칼라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 내용은 "나는 결백하다." 칼라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거짓말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푸아로에게 진상을 밝혀달라고 부탁했다.[8]

푸아로는 사건의 관련자들 필립 블레이크, 메레디스 블레이크, 엘사 그리어, 세실리아 윌리엄스, 안젤라 워런을 찾아가 14년 전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관련자 다섯 명 모두 에이머스 크레일을 독살할 동기는 없었고, 모두들 14년 전 사건의 평결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의 진술은 서로 미묘하게 달랐는데…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푸아로는 추가로 몇 개의 진술을 더 얻어냈다.

4. 사건의 진상

4.1. 캐롤라인은 무죄인가

안젤라는 작품 모델이랍시고 여러 여자들을 끌어들이는 형부 에이머스를 싫어했고 그에게 화가 나서 그를 골탕먹이려고 각종 장난을 치곤 했다. 사건이 일어난 날 아침, 안젤라는 에이머스의 맥주에 쓴맛이 나는 쥐오줌풀이라는 풀을 넣어 에이머스를 곯려주기 위해 맥주병을 만지작거리다 캐롤라인에게 들켰다. 이것이 오해의 시작이었다.

에이머스가 맥주를 마시고 숨지자 캐롤라인은 앞문단의 이유로 '안젤라가 에이머스를 독살했다'고 생각했다. 캐롤라인이 감옥에서 안젤라에게 보낸 편지에 무죄를 주장하는 내용이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안젤라가 범인이라고 여겼으니 당연히 안젤라는 자신이 무죄라는 사실을 알 것이니까.

안젤라가 한 눈을 잃은 것은 오래 전 캐롤라인이 이부동생에 대한 분노로 그녀에게 문진을 집어던져 다치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캐롤라인은 언제나 안젤라를 헌신적으로 돌봐주었지만 동생의 눈을 멀게 했다는 죄책감을 잊지 못 했다. 그래서 어린 안젤라 대신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는 것으로 일종의 속죄를 할 생각으로 무죄를 주장하지 않고 순순히 혐의를 시인한 것이었다.

푸아로는 이 모든 것을 바로 캐롤라인이 맥주병의 지문을 닦아내는 것을 목격했다는 세실리아의 진술 덕에 알아낼 수 있었다. 모두들 그것이 캐롤라인이 범인임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맥주병을 닦아낸 행위야말로 캐롤라인이 무죄라는 증거였다. 독은 맥주병이 아니라 맥주 잔에 들어있었기 때문. 캐롤라인은 안젤라가 맥주병을 만지작댔던 것 때문에 독이 맥주병에 든 줄 알고 안젤라의 지문을 지우기 위해 병을 닦아낸 것이다.

이로써 캐롤라인의 결백은 밝혀졌다.

4.2. 진실과 진범

여성 편력이 심한 에이머스 크레일은 숱한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기는 했지만 사실은 그는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이혼할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였다. 엘사에 대해서도 작품의 영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을 뿐, 전혀 진지하지 않았다. 에이머스는 지금까지도 수십번이나 이런 짓을 반복했지만 결국에는 잘 해결됐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낙관론자였다.

문제는 지금까지 만났던 여자들과는 달리 어리고 정열적인 엘사 그리어는 사랑에 맹목적이였고, 에이머스가 당연히 이혼하고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엘사가 대놓고 캐롤라인을 도발하면서 에이머스는 아내가 이번에는 진짜로 화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내에게 엘사는 그림만 완성되면 바로 쫒아낼 것이라고 해명한다. 캐롤라인과 이혼하겠다는 드립은 그저 작업을 마칠 때까지 엘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둘러댄 것이고, 에이머스가 "내가 직접 짐을 싸주지."라고 말했던 것은 사실 안젤라의 기숙학교 이야기가 아니라 엘사를 내보낼 거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캐롤라인은 안도하는 동시에 그렇게 버려지는 여자들을 동정했다. 증언 중에 캐롤라인이 남편과 말다툼하다 "당신과 당신의 그 여자들!"라는 말을 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당신과 그녀!"나 "당신과 엘사!"라고 말하는 대신 "당신과 당신의 그 여자!"이라고 했다는 것은 캐롤라인이 엘사를 그 전의 내연녀들과 한 묶음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했다. 엘사는 이전의 여자들처럼 작품만 완성되면 버려질 또 하나의 여자일 뿐임을 캐롤라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11]

테라스에 앉아있다가 우연히 이 대화를 엿들은 엘사는 배신감을 이기지 못 해 에이머스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캐롤라인이 독약을 몰래 챙기는 것[12]을 보고 캐롤라인에게 누명을 씌울 작정을 했고, 몰래 그녀의 방을 뒤져 독약을 찾아낸다.

사건 당일, 엘사는 그림의 모델을 서던 중 에이머스가 마시고 있던 맥주잔에 훔친 독을 몰래 탔다.[13] 시간이 지나면서 에이머스는 서서히 죽어가고, 이때 메러디스가 우연히 들렀다 증오에 불타는 에이머스의 눈을 보고 당황했지만 평소에도 그림이 잘 안그려지면 성질을 부렸기 때문에 그런건가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사실 그는 독약 때문에 몸이 뻣뻣하게 굳어 죽어가는 상황이였다. 죽기전에 진실을 깨닫고 엘사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진범은 엘사 그리어. 격정적으로 싸우기를 즐겼던 부부의 평소 성향[14], 형부과 처제의 날 선 신경전, 캐롤라인이 동생을 위해 혐의를 뒤집어 쓸 수 밖에 없었던 사연, 사건 당시 주변 사람들의 오해로 얽힌 정황이 겹쳐 엘사가 철저한 계획을 갖고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님에도[15] 모든 알리바이가 절묘히게 맞춰졌고 사건은 14년 넘게 묻힐 수 밖에 없었다. 캐롤라인이 딸에게 자신이 무죄라고 전한 말이 실마리가 되었기 망정이지 그마저도 없다면 완전 범죄도 가능했을 사건. 당사자들도 이미 다 완전히 끝난 사건을 왜 자꾸 끄집어 내냐는 식이였다.[16]

모든 것이 밝혀진 후 푸아로는 엘사 그리어에게 사건의 진상을 이야기해주면서도 그녀를 동정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데, 비록 복수심에 에이머스를 죽였고 완벽하게 법적 처벌도 피했지만 그녀에게 남은 건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를 영원히 볼 수 없다는 후회와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는 죄책감, 죽어서도 에이머스는 아내와 함께 한다는 허탈함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엘사도 마지막에 괴로워하며 푸아로에게 자조적으로 그런 말을 한다. 자신의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렸다며. 그리고 증거는 이미 다 사라지고 없지만[17] 사법 당국에 이 사실을 알려 캐롤라인의 결백을 밝히겠다는 푸아로를 뒤로 한 채 엘사는 마지막으로 "난 그를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죽은 건 나였다, 내가 죽었다"라는 말을 하고[18] 에이머스 가족의 저택을 떠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5. 기타


[1] 각색물에서 배우들의 발음을 들어보면 '르마숑'으로 읽는다. 프랑스계 이름인 듯. 크레일이 죽고 캐롤라인이 감옥에 간 후 이름을 바꾸어 캐나다의 친척집에서 자랐다는 묘사가 있는데, 이 친척들이 프랑스계였을 수도 있다. 프랑스어권인 몬트리올에서 살았다는 내용으로 보아 프랑스식 이름을 가졌을 수 있다.[2] 원판에선 애미어스 크레일의 평판이 워낙 좋지 않아 정상참작을 받아 무기징역을 받다 1년만에 옥사된걸로 표현됐으나, itv판 드라마에선 극적인 대비를 위해 캐롤라인 크레일이 사형 판결을 받고 사형을 받는 모습까지 나왔다.[스포일러] 마지막엔 결백이 드러난 캐롤라인의 사후 사면을 위해 사법 당국에게 건의하겠다고 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다만, 이미 14년 전이고 하여 증거가 애매해 레이디 디티셤 같이 높으신 분은 어찌할 수 없다고는 말하지만..[4] 원래 이름은 어머니와 같은 캐롤라인 크레일이다.[5] 남편이 귀족들에게 붙는 칭호인 Lord를 갖고 있는 것을 보면 귀족 남편과 결혼해 붙은 칭호로 보인다. 실제로 중세에서 근대를 거치며 부르주아 계급의 평민들의 영향력과 부가 커지는 반면 귀족 계급 중 사회적 명망은 여전히 높으나 재정적으로 기우는 가문들이 늘어나면서, 귀족 가문이 부유한 평민 가문과 혼담을 통해 귀족 가문은 재정적 안정을, 평민 집안은 귀족의 후광을 얻는 결합이 종종 있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나오는 웨섹스 경과 하급귀족 출신 바이올라 레섹스의 결혼이 대표적으로, 웨섹스 경(Lord)이 바이올라의 아버지 레섹스 경(Sir)에게 "당신의 손주들은 웨섹스 이름을 갖게 될 것이오"라고 설득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대가로 레섹스 경은 사위가 된 웨섹스 경에게 막대한 재산을 지원해준다.[6] 다만, 실제로 살이 쪘다는 표현은 없고 은유적으로 잘먹고 잘산다는 의미다.[7] 평소 에이머스와 캐롤라인은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지독한 독설을 서로에게 퍼부어댔고 이는 캐롤라인에게 매우 안좋게 작용하였다. 하지만 여동생 안젤라에 의하면 이 둘은 서로에게 독설을 퍼붓는 것을 즐겼고 부부간의 놀이처럼 생각했다고 한다. 특히 캐롤라인은 자신의 욱하는 성격때문에 여동생에게 큰 상처를 입혔던 만큼 생각보다 먼저 손이 나가는 것을 자제하기 위해 먼저 마구 독설을 퍼부어 댐으로써 스스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다고 한다.[8] 또한 그녀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어머니가 남편을 살해한 독살마라면 그 딸인 자신이 결혼할 때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 것도 사건 의뢰의 한 이유였다.[9] 다만 필립은 에이머스와 서로 가장 친한 친구였기에 나름 이유가 있었다. 메레디스/에이머스보다 두 살 아래인 필립은 잘 나가는 에이머스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묘사된다. 반면 메레디스는 에이머스와 친하긴 하지만 그의 여성편력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했고, 캐롤라인에 대한 처우로 여러번 다퉜다고 한다.[10] 물론 자신이 아끼는 캐롤라인을 놔두고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 에이머스, 그리고 엘사는 매우 싫어한다. 그녀의 회고록을 보면 말끝마다 '크레일씨는 천박하게...' '크레일 부인은 반면 고결하게...'식의 서술이 나오고, 엘사는 멍청하다고 싫어한다. 그녀는 당시 시대상 보기 드문 페미니스트적인 사상을 갖고 있는데, 남자들이 덜 성숙하다고 하거나 남자가 지배하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는 그녀 입장에선, 어리고 집안도 부유하며 활동력이 넘치는데도 연애에만 신경쓰는 엘사가 한심해 보인 듯.[11] 또한 그 뒤에 덧붙인 "언젠가는 당신을 죽일거야"라는 말도 남편을 죽이고 싶단 소리가 아니라 계속 그러다가는 언젠간 당신이 버린 여자들에게 살해당할거란 소리였다.[12] 메러디스의 연구실에 들렀을때 캐롤라인은 자신의 향수병 하나를 몰래 쏟아버리고 코닌을 훔친다. 훔친 이유는 정확히 나오지 않으나 에이머스가 아내에게 해명하기 전 시점의 일이므로 안좋은 의도였음은 확실하다.[13] 이후 캐롤라인이 가져온 찬 맥주를 마신 에이머스가 "오늘은 먹는 것마다 맛이 역겹다"고 한 것은 캐롤라인이 에이머스를 독살했다는 또 다른 증거로 여겨졌지만, 사실은 이것 역시 진실에 대한 실마리. "먹는 것'마다' 맛이 역겹다"는 것은 에이머스가 '캐롤라인이 가져다 준 맥주를 마시기 전에도 역겨운 맛이 나는 무언가를 먹었다'는 뜻이다. 즉, 에이머스 크레일은 엘사가 독약을 넣은 맥주를 이미 먼저 마셨다는 증거이며 이 맛이 입에 남아있어 다음 맥주 또한 역겹게 느껴졌을 것이라 탐정 푸아로는 추측한다.[14]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정말로 사이가 안 좋게 보였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고 부부싸움은 오히려 이들에게 있어서는 놀이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 부부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틈이 없었고 메레디스같은 경우는 캐롤라인을 오랫동안 짝사랑했지만 캐롤라인은 그를 친구로만 여겼다.[15] 에미어스가 자신을 갖고 놀았다는 것에 대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독약을 훔쳐 에미어스의 맥주잔에 넣은 게 전부였다. 은근슬쩍 독을 넣었던 스포이드를 밟아서 없애버리긴 했지만 충동적으로 저지른 느낌이 크다. 철저함보다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흑백으로 보는 흑백논리에 기초한 잔인함이 강조되는데,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신경이 마비되면서 죽어가는 에미어스를 버려두고 자리를 뜨는 모습이 꽤나 소름돋는다.[16] 물론 이들은 캐롤라인이 범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만.[17] 그래서 엘사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푸와로가 아니라면 당시에도 수사가 매우 어려웠을 판국이다.[18] 실제로 그녀는 생명력이 넘치던 어린 시절과 달리 어떤 감정도 없는 껍데기같은 상태였다. 에이머스의 사후 어떤 남자에게도 애정을 느끼지 못하고 현 남편과는 애정 없는 결혼을 했고, 겉으로는 아름다운 외모, 막대한 재산, 사회적 지위(귀족) 등 모든 것을 가졌지만 어떤 것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빈 껍데기 뿐인 그녀가 결코 행복하지 못함이 묘사된다. 진범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보면 작중 가장 불행한 삶을 살게 된 셈. 희생자인 크레일 가문들의 경우, 캐롤라인은 본인이 사후 에이머스와 함께 할 것이라 믿고 자신이 여동생에게 지은 죄값을 치렀다는 생각을 하며 죽어갔고, 안젤라는 언니의 죽음이 계기가 됐는지 버릇없는(캐롤라인이 미안해 매번 오냐오냐해 버릇이 나빠졌다) 청소년이었던 그녀가 이름있는 학자가 되었고, 칼라는 부모가 죽긴 했지만 친척들이 그녀를 친자식처럼 아껴주고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반면 엘사는 법적 처벌을 피하더라도 스스로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여길 정도로 아무 희망도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19] 원작에서 필립은 에이머스를 자신이 가장 사랑한 사람이라고 언급하며 그의 인간말종스러운 행적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반면 윌리엄스는 에이머스를 거의 인간쓰레기처럼 묘사한다) 게다가 부유하고 정력적인 금융가인 그가 50대 중반이 되도록 결혼도 안 했다는 점도 의심스러운 정황. 물론 작품의 시대상 당시 독자들은 이렇게 해석하는 경우가 드물었겠지만 동성애가 어색하지 않은 현대 독자들의 눈엔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